리움 전시관
이불! 덮는 이불이 아니다. 사람 이름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라고 한다. 미.알.못.인 나는 솔직히 이번 전시회를 통해 그를 처음 알았다. 그림책 독서 모임 멤버들과 함께 힐링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바쁜 일상에 쫓기다가 사전 지식 없이 전시회를 보러 갔다. 아무런 가이드 없이, 설명 없이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작품 설명이 따로 없으므로 1층에서 무료 대여하는 오디오 가이드는 필수다.
▣ 이불
- 이불은 본명.
- 1964년 경상북도 영주에서 출생.
홍익대학교 조소과 졸업
퍼포먼스 작가 ;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사회적 억압을 표현하기 위해 나체로 거꾸로 매달리는 행위 등
설치미술가 : 죽은 물고기에 화려한 반짝이를 바느질한 ‘화엄’전시로 유명
1997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
1998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휴고보스 미술상 최종 후보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 수상
2012년 일본 모리미술관에서 한국인 최초 개인전
2016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 훈장 수상
2024년 9월 ~ 2025년 5월 한국인 최초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외벽에 작품 4점 설치
이번 리움 미술관 전시는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이불 작가의 큰 작업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전시회로 총 1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먼저 전시관 입구의 공중에 매달린 대형 은빛 비행선 <메탈 라이즈드 벌룬>이 눈길을 끌었다. 1937년 힌덴부르크 참사로 사라진 독일의 여객선을 재현한 작품이다.
1층 전시관 블랙박스에는 바닥과 벽면에 거울이 설치되어 있다. <태양의 도시Ⅱ>라는 작품이다. 높이가 4m나 되는 타워가 있는데 <오바드>라는 작품으로 핵실험 타워처럼 유명한 타워 10개를 참조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유토피아를 찾는 인간의 욕망과 기술의 진보를 표현한 작품이다. 한쪽에는 한 명씩 들어가서 음악을 듣거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속도보다 거대한 중력>이라는 겉은 하얀 사각에 속은 빨강 벨벳의 노래방 부스가 설치되어 있다. 공중에 매달린 한쪽 팔다리가 없는 유명한 <사이보그 W6> 작품도 눈에 띈다. 얇은 액자 속 한 점의 기계 모형이 거울과 LED로 무한한 반사와 환영을 만들어내는 <무제 “인피니티”파티션>이라는 작품도 있다. <무제 (아나그램 레더 #11 T.O.T.)>은 인간과 식물, 동물, 기계적인 요소들이 뒤섞인 혼종으로 인간의 열망이 실패했을 때를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 1층 전시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지하 그라운드 갤러리에서는 전시된 작품들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거울로 만들어진 복잡한 체험형 미로 작품이 있는데, 수많은 거울이 형상을 왜곡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불은 독일 건축가인 브루노 타우트의 건축적 비젼을 깊이 탐구했다고 하는데 <애프터 브루노 타우트>라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별천지 같은 아름다움과 버려진 폐허가 공존하는 모순적 작품이다.
브루노 타우트가 책에서 제안한 ‘공중도시’(스턴바우 : 별인 동시에 건축구조)를 차용한 작품 <스턴바우>와 1987년 민주화 운동 박종철 사건을 암시하는 검정 잉크 호수와 이념적 갈등을 보여주는 부서진 타일로 만들어진 <천지>라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주요 연작을 만드는 과정에 그린 스케치나 모형을 모아둔 곳도 있다.
연작으로 유명한 <몽그랑레시>는 “WEEP INTO STONES / FABLES LIKE SNOW / OUR FEW EVIL DAYS”라는 LED문구와 함께 설치되어 있다.
자개와 돌가루를 쌓고 매끈하게 샌딩한 <퍼듀> 연작도 만날 수 있다.
얼음 속에 갇힌 박정희를 표현한 작품 <해빙(다카키 마사오)>, 잠수복 재료인 네오프렌과 직물로 만든 세월호 사건을 상기시키는 작품 <스케일 오브 텅>, 잘려 나간 뿔과 그리스 신화 속 신의 모습을 표현한 <티탄>,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으로 철거한 감시초소 폐자재를 입수해서 만든 <오바드 5> 등도 만날 수 있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작가들과는 분명 다른 무언가가 느껴지는 전시회였다. 과거와 현실과 미래를 넘나들며 강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그야말로 ‘여전사’의 강한 울림이 작품 전체에서 품어져 나오는 듯했다. 기회가 된다면 그의 다른 작품들도 만나보고 싶다.
이런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때면 나는 늘 하나의 물음 앞에 놓인다.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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