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윰 Sep 21. 2024

보고 싶다, 친구야!


문득 그리운 얼굴이 생각나는 그런 날이 있다. 정신없는 일상 속에 잊고 지내다 잠깐의 여유를 틈타 기억의 먼 통로를 타고 오르는 보고 싶은 얼굴이 있다.

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였다. 항상 웃는 얼굴에 매사 긍정적으로 성실하게 임하는 아이였다. 같이 있으면 무한 긍정 에너지를 주고 나를 웃게 하는, 힘든 일이 있으면 털어놓고 위로받을 수 있는 그런 편한 친구였다.


하루는 학교 근처에 살던 그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아버지는 몸져누워 계신지 좀 되었고 어머니가 병시중을 들고 계셨다. 어머니는 인상만으로도 참 좋은 분이신 게 느껴졌다. 들어보니 언니는 직장인이었고 남동생은 중학생. 그리 넉넉한 형편은 아닌듯했다. 그런 속에서도 친구는 어두운 구석 하나 없이 밝게 빛이 났다. 그래서 더 그 아이가 좋았고 , 어둠도 금세 사라지게 만드는 그 밝음을 닮고 싶었다.

우리는 학생의 본분에 충실했고 서로 다른 대학에 진학했다. 사는 곳도 멀고 학교도 멀어지다 보니 예전처럼 자주 볼 수 없었다. 뜨문뜨문 연락을 주고받았다. 영문과에 진학한 그 애는 삼* 어학원에 영어 공부를 하러 다니다 외국인 영어 선생님과 연애를 시작했다. 비슷한 사람끼리 만난다고 남자도 순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결국 대학을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 날짜를 잡았다며 들러리를 서 달라는 연락이 왔다. 미국 영화에서 본 것처럼 신부 들러리들은 원피스를 똑같이 맞춰 입었다. 사전에 만나 리허설도 하며 색다른 경험을 했다. 다행히 시댁 부모님들도 그 애를 예뻐하셨다. 한국의 딱딱한 분위기와 다른 자유롭고 축제 같은 결혼식이 끝나고 잠시 한국에서 생활하다 친구는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중간에 연락이 끊겨버렸다. 다행히 옛 수첩에 남아 있던 친정집 번호가 연결돼 미국 주소를 알았고 편지를 주고받았다. 남자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몇 번 주고받다가 어느 순간 또다시 연락이 두절되었다.        

서로 결혼을 하고 바쁘게 지낼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요즘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지금쯤 그 아인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나도 그 애도 나이를 먹었고 아이들도 다 자랐을 텐데. 우연히 마주친다면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 우연히라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사에 밝고 열정 넘치던 그 애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그리워진다.
보고 싶다, 친구야!






#보고싶다친구야 #그리운얼굴 #보고싶은얼굴
#고등학교친구 #무한긍정에너지 #위로
#라라크루

작가의 이전글 말의 온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