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리운 얼굴이 생각나는 그런 날이 있다. 정신없는 일상 속에 잊고 지내다 잠깐의 여유를 틈타 기억의 먼 통로를 타고 오르는 보고 싶은 얼굴이 있다.
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였다. 항상 웃는 얼굴에 매사 긍정적으로 성실하게 임하는 아이였다. 같이 있으면 무한 긍정 에너지를 주고 나를 웃게 하는, 힘든 일이 있으면 털어놓고 위로받을 수 있는 그런 편한 친구였다.
하루는 학교 근처에 살던 그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아버지는 몸져누워 계신지 좀 되었고 어머니가 병시중을 들고 계셨다. 어머니는 인상만으로도 참 좋은 분이신 게 느껴졌다. 들어보니 언니는 직장인이었고 남동생은 중학생. 그리 넉넉한 형편은 아닌듯했다. 그런 속에서도 친구는 어두운 구석 하나 없이 밝게 빛이 났다. 그래서 더 그 아이가 좋았고 , 어둠도 금세 사라지게 만드는 그 밝음을 닮고 싶었다.
우리는 학생의 본분에 충실했고 서로 다른 대학에 진학했다. 사는 곳도 멀고 학교도 멀어지다 보니 예전처럼 자주 볼 수 없었다. 뜨문뜨문 연락을 주고받았다. 영문과에 진학한 그 애는 삼* 어학원에 영어 공부를 하러 다니다 외국인 영어 선생님과 연애를 시작했다. 비슷한 사람끼리 만난다고 남자도 순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결국 대학을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 날짜를 잡았다며 들러리를 서 달라는 연락이 왔다. 미국 영화에서 본 것처럼 신부 들러리들은 원피스를 똑같이 맞춰 입었다. 사전에 만나 리허설도 하며 색다른 경험을 했다. 다행히 시댁 부모님들도 그 애를 예뻐하셨다. 한국의 딱딱한 분위기와 다른 자유롭고 축제 같은 결혼식이 끝나고 잠시 한국에서 생활하다 친구는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중간에 연락이 끊겨버렸다. 다행히 옛 수첩에 남아 있던 친정집 번호가 연결돼 미국 주소를 알았고 편지를 주고받았다. 남자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몇 번 주고받다가 어느 순간 또다시 연락이 두절되었다.
서로 결혼을 하고 바쁘게 지낼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요즘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지금쯤 그 아인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나도 그 애도 나이를 먹었고 아이들도 다 자랐을 텐데. 우연히 마주친다면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 우연히라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사에 밝고 열정 넘치던 그 애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그리워진다.
보고 싶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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