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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지아 May 22. 2024

일기를 꾸준히 쓰는 방법

키보드로 일기 쓰기  VS 손으로 일기 쓰기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오늘부터 이곳에 아주 소소한 거라도, 제가 나눌 수 있는 것들을 나누려고 해요. 오늘은 뭐 하나 꾸준히 해본 적 없는 제가 일기를 꾸준히 쓰게 된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볼게요. 저는 뭐 하나 시작하면 일주일을 못 넘기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일기를 쓰기 시작한 지는 이제 1년이 좀 넘었어요. 그리고 손으로 일기를 쓰면서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초반에는 컴퓨터에 작성하다가 올해부터 노트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컴퓨터에 쓴 일기를 읽어보면 거의 98%가 다시 읽을 가치도 없는 자기 비하에 쩌든 글이 대부분이에요. 아무리 쓰기 싫은 날도 키보드로 쓰면 빨리 쓸 수 있으니까 억지로 2000자 정도는 쓰긴 썼지만, 그렇게 쓰면 나중에 읽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기가 되더라고요. 중간중간 일기 쓰지 않은 날도 있고요.


하지만 노트에 손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올해는 하루도 안 빠지고 일기를 썼어요. 일기장을 다시 들여다볼 때마다 너무 재밌어요. 고통으로 가득 차서 쓴 글도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너무 웃기고, 고통 덕분에 삶이 아름답다는 생각까지 하게 돼요. 일기장은 제 인생의 희로애락이 다 담긴 아주 소중한 것이 되었어요. 제 일기장을 읽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한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줄 모르고 계속 읽게 돼요. 이제는 일기가 '써야 하는 무엇'이 아닌 '쓰고 싶은 무엇'이 되었어요.


제게 일기 쓰기의 아주 확실한 터닝포인트가 있었는데, 그날 이후로 제 인생의 일기라는 개념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그전까지는 어렸을 때부터 학교 숙제로 억지로 써야 했던 기억들이 훨씬 많아서 늘 거부감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 터닝포인트 이후로 일기 쓰기가 너무 좋아졌어요. 그리고 일기장을 다시 읽을 때도 훨씬 더 재밌고 얻는 것도 많아요.


그 방법은 바로 누군가에게 말하듯이 글을 쓰는 거예요. 저는 늘 일기를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다' 이런 식으로 썼었는데, 이제는 '오늘은 말이에요 글쎄, 이런 일이 있었어요.'하고 글을 써요. 제가 바로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 이 방식으로요. 이렇게 쓰기 시작하게 된 계기는, 좀 웃기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살아있는 게 지구에게 너무 민폐처럼 느껴지던 때였어요. 그때는 심지어 내가 살기 위해 일기를 쓰는 이 순간에도 베어진 나무로 만들어진 종이에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나무에게 너무 미안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그래서 일기장의 첫 장을 저 때문에 베어진 나무에게 미안하다고 고백하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저는 일기장을 나무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써요.


"안녕하세요, 나무. 좋은 아침이에요. 오늘은 정말 너무 피곤해요. 오전 4시에 일어나서 명상을 했는데 명상을 한 건지 잔 건지 모르겠어요. 너무 간절히 다시 침대에 들어가 눕고 싶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그게 하루가 되고 이틀이 되고. 그러면 계속 자러 가게 될까 봐 두려워요. 그러면 저는 또 스스로에게 의지가 약하다며 구박하기 시작할 거고, 그러면 나는 또 아무 데도 쓸모가 없는 사람처럼 느껴질 거고, 그러면 또 우울의 늪에 빠지겠죠. 요즘 꼭 줄타기를 하는 것 같아요. 겨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발을 한 번 잘못 디디면 그대로 추락해 버릴 것 같아 불안해요. 처음으로 요즘 일찍 일어나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대견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그 감정이 신기루처럼 언제든지 없어져 버릴 것 같아서 너무 두렵고 불안해요."


"안녕하세요 나무, 좋은 아침이에요. 오늘은 오전 6시에 맨발 걷기를 하러 나갔는데, 너무 일찍 나갔나 봐요. 동트는 게 보여서 나갔는데 공원이 시꺼맸어요. 무서워서 혼났어요 진짜. 왜 공포영화 같은 거 보면 배우가 혼자 중얼거리면서 하느님께 나를 보호해 달라고 외치거나, 찬송가를 부르잖아요? 저는 기독교 신자도 아니면서 갑자기 하느님을 찾으면서 제발 저를 보호해 달라고 혼자 중얼거렸어요. 얼마나 무섭던지. 해가 떠 있을 때는 그렇게나 고요하고 평화롭던 공간이 어떻게 그렇게 무서워질 수 있는 거죠? 게다가 땅에 기어 다니는 벌레들을 밟지 않기 위해 플래시를 가지고 갔는데도, 걷다가 달팽이 한 마리를 밟은 것 같아요. 와그작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제발 제가 달팽이를 죽인 게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다른 때는 저를 환영하는 것처럼 들리던 새소리도 오늘은 너무 얄밉고 무심하게 들렸어요. '거기서 네게 무슨 일이 벌어져도 우리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우리는 여기서 이렇게 계속 신나게 지적이고 있을 거야.'하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나무랑 풀들도 하나도 안 보이고, 얼굴에 거미줄 감기고. 얼른 집에 오고 싶은 마음에 새벽같이 공사하러 나온 아저씨들에게 어제처럼 웃으며 인사할 여유도 없었어요. 다음부터는 꼭 해 뜨면 나가야겠어요."


이런 식으로 쓰는 거죠. 내 이야기를 모르는 누군가에게 설명한다는 느낌으로 쓰니까, 정말로 꼭 내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 기분이라 위로도 많이 돼요. 일기를 써보고 싶은데, 꾸준히 안 쓰게 된다면 이 방법을 한 번 써보세요. 안녕, 일기장. 하고 일기를 시작해 보세요. 저는 일기를 쓰는 시간은 따로 정하지 않았고 일어나자마자 쓰고 또 하루종일 아무 때나 써요.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이 뭔지, 떠오른 아이디어가 뭔지, 읽고 있는 책은 뭔지. 일기장보다도 그냥 노트에 더 가까울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일기 쓰기 시작한 시점부터 확실히 삶이 달라지긴 했어요. 어떤 점들이 달라졌는지는 다음에 기회가 될 때 이야기 해보도록 할게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길 바라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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