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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바다섬 Jun 15. 2023

[교사의 시선詩選] 복귀

서로가 꽃 - 나태주

서로가 꽃 - 나태주


우리는 서로가

꽃이고 기도다


나 없을 때 너

보고 싶었지?

생각 많이 났지?


나 아플 때 너

걱정됐지?

기도하고 싶었지?


그건 나도 그래

우리는 서로가

기도이고 꽃이다.


"내가 돌아왔다! 보고 싶었지?! 나는 보고 싶었어!"


월요일 아침 잠들었던 교실에 나윤이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지난주 금요일 감기로 학교에 못 나왔던 나윤이가 건강하게 교실로 복귀했다. 아이들을 월요일 아침부터 하이텐션인 나윤이가 신기하기도 하고, 조용한 정막이 깨진 상황이 웃기기도 했는지 나윤이를 환한 웃음으로 반겨줬다.


나윤이는 메타몽 프로젝트에 원조이자 우리반 재미있는 스토리텔러다. 그런 나윤이가 결석을 한 것은 다른 아이들에게는 많이 아쉬운 일이었을 것이다. 나윤이가 없는 하루에 언제 나윤이가 돌아오는지 묻는 아이들이 참 많았다. 단순 감기라서 담임인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고 "월요일에는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말해도 아이들을 아픈 나윤이가 그리도 걱정이 되나 보다. 아이들이 기다리던 나윤이가 아침부터 활기차게 돌아왔으니 여자아이들은 재개되는 메타몽 프로젝트에 눈을 반짝였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여자 아이들은 계속 유행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테이프공 만들기, 종이비행기 접기, 종이인형 만들기를 거쳐 지금은 메타몽 시리즈 만들기로 이어지고 있다. 쉬는 시간마다 여자 아이들은 모여서 무슨(?) 메타몽을 만들어야겠다며 머리를 맞대고 뭔가를 그리고 자르고 붙인다. 짧디 짧은 쉬는 시간을 그렇게 몇 번 보내고 난 후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에게 메타몽 작품을 자랑하러 오곤 한다. 마법사 메타몽, 유령 메타몽, 꽃송이 메타몽, 선생님 메타몽 등 아주 각양각색의 메타몽들이 내 책상 위로 쏟아져내린다. 이럴 때 하나하나 잘 살피고 관심이 담긴 질문을 해주어야 아이들이 즐거워한다. 내 질문에 아이들은 더 신나서 없던 관계도 만들어내고 장엄한 영웅 메타몽 서사시를 읊기도 한다. 그런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보면 절로 마음속에서 행복이 샘솟는다. 고작 결석 하루였지만 서로에게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고마운 존재인지를 느끼는 아이들의 마음이 귀여웠다. 메타몽들처럼 각양각색의 서로가 서로를 꽃으로, 간절한 기도로 여기는 소중한 경험이 아이들의 마음에 잘 스며들고 성장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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