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 발밑에 지금 뭐가 있는지 아세요?!!"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세은이가 나를 지나치며 외친다. 요즘따라 통 많아져서 내 기를 빨아가는 녀석이지만 세은이가 던지는 말에는 재치가 담겨 있어 웃음을 유발한다. 세은이는 의미심장은 표정과 궁금증이 생기게 하는 말을 던지고 유유히 급식실로 들어갔다. 우리반 줄 가장 마지막으로 내가 급식실로 들어가자 앞에 있던 세은가 갑자기 실내화를 벗었다.
"선생님 이거 봐요! 무려 딱지를 6개나 제가 꾹꾹 누르고 있답니다."
세은이의 실내화 안에는 우유팩으로 만든 딱지가 각각 3장씩 들어가 있었다. 놀이 체육 시간에 우유팩으로 접은 딱지로 팀별 경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세은이는 승리를 위해 우유팩 딱지를 더 납작하게 만들고 있었다. 책상과 의자 다리로 딱지를 누르고 있는 아이들을 몇 봤지만 실내화에까지 넣어가는 아이는 세은이가 처음이었다.
'어째, 조금 더 키가 커 보이더라......'
나는 짧은 한숨과 함께 딱지에만 신경 쓰지 말고 덕분에 끊어진 우리 배식줄에도 관심을 가져달라 이야기하며 세은이에게 식판을 잡고 앞으로 가라고 했다.
세은이는 의기양양한 미소로 점심 급식을 맛있게 먹었다.
점심 식사를 다 하고 돌아온 교실 오자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왔다.
"선생님~ 저 키 컸다요!"
"선생님! 얘 지금 실내화에 딱지 깔창 6개 들어가 있어요!"
실내화 가득 딱지를 넣고 키가 컸다며 웃고 있는 아이들이 귀여웠다.
실내화 속 딱지들이 애처롭게 눌려있었지만 아이들은 신나서 폴짝거렸다. 납작하게 눌린 딱지로 땀 흘려가며 딱지치기도 시작했다. 잘 눌려 있어서 그런지 승부가 잘 안 나서 더 손에 땀을 쥐고 경기를 하는 모습이 웃겼다.
"애들아. 그런데 너네 그 딱지에서 발 냄새 안 나니?"
내 말에 딱지치기를 하던 아이들의 손이 멈추고 말았다.
"악!!!!!"
'귀여운 녀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