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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바다섬 Jul 06. 2023

[교단일기] 흔적 탐정

"아...... 이 실내화의 주인은 누구인고?"


종례를 마치고 연수실로 물을 가지러 가던 내 눈에 실내화 두 짝이 들어왔다. 신발장 바로 앞에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이 실내화이 누구인지 생각하며 던진 내 혼잣말에 교실에서 놀던 두 아이가 튀어나왔다. 안타깝게도 실내화의 주인은 실내화에 이름을 적어두지 않아서 우리는 주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선생님! 이 실내화의 주인은 수준이인게 분명해요!"


수윤이가 명탐정 코난의 시그니쳐 포즈를 하며 내게 외쳤다. 수학 시간만 되면 티베트 사막여우처럼 삼라만상 통달한 사람처럼 멍하던 녀석이 지금은 눈빛에서 초롱초롱 빛을 내뿜고 있었다. 수윤이의 추리는 나름 설득력 있었다. 


"선생님! 수준이는요, 걸을 때도 그 다리를 벌려서 걷거든요. 그 무슨 걸음이라고 했는데......"

"양반걸음?"


옆에서 수윤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고 있던 세훈이가 수윤이의 낱말 사전이 되어 주었다. 


"어!!! 맞아 양반걸음! 그 다리를 옆으로 걷는 거! 지금 실내화도 딱 그 각도야!"


수윤이의 추리가 그럴듯한 것을 떠나서 수준이의 평소 걸음걸이를 분석하는 수윤이의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나왔다. 수준이 뒤를 따라 걸으며 '양반걸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수윤이가 웃겼다.


"오~ 진짜 각도가 딱 그 각도이기는 하네. 그런데 다리를 이렇게 하고 그냥 갔을리가 없지 않냐?"

"흠...... 그렇긴 하지. 수준이가 아무리 정신없어도 이렇게 실내화 버려두지는 않았겠지."


두 아이의 추리와 고민이 놀이처럼 이어지는 동안 나는 신발장 중 비어있는 칸을 살펴보았다. 26칸 중 딱 한 칸에 실내화가 없었다. 바로 수준이의 자리였다. '와...... 이걸 이렇게 맞힌다고?' 내가 속으로 놀라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수윤이가 비어있는 수준이 자리를 발견했다. 


"오! 쌤! 진짜 정수준 꺼 같아요! 수준이 자리에만 실내화가 없네요! 와! 나 진짜 명탐정인 듯?!"


정확한 추리에 신난 수윤이가 복도에서 우렁차게 소리를 쳤다. 수윤이의 신난 텐션을 눈빛으로 조절하며 엄치척을 날려주었다. 명탐정 수윤이의 얼굴에 뿌듯함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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