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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바다섬 Mar 05. 2024

[교단일기]아침미소

개학 첫날 올해는 호락호락한 선생님이 되지 않으리라는 결심과 함께 단단한 걸음으로 출근했다. 

본래 웃음과 장난이 많은 교사이기에 아이들과 쉽게 가까워지지만 한편으로는 학생들이 종종 예의를 지키기 않아 잔소리하게 되는 상황을 나 스스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번만큼은 절대 그러지 않으리. 


8시도 되지 않은 이른 시간에 학교 앞에 도착했다. 아직 시간이 시간인지라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모두 얼굴에 설렘과 긴장감이 엿보였다. 교실로 향하는 내 얼굴에는 아마 비슷한 비장함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지을 수 있는 단호한 표정과 함께 문을 열고 교실에 들어갔다. 놀랍게도 여학생 한 명이 조용히 자리에 앉아 나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라고 공손히 인사하는 아이. 우선 너무 일찍 온 아이가 놀랍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예절 바르게 인사하는 모습이 대견했다. 나는 간단히 목례를 하고 교탁에 자리했다. 어색한 분위기에 아이에게 이름과 빨리 등교한 이유를 물었다. 환한 미소는 아니지만 교실로 들어오는 햇빛처럼 따뜻한 미소로 아이가 대답했다. 


따듯한 미소, 예절 바른 자세, 군더더기 없는 대답. 훌륭했다. 아이와 대화하고 있자니 내 결심은 잊은 지 오래였다. 내 얼굴에 비장함도, 긴장감도, 딱딱함도 사라져 버렸다. '아, 올해도 글렀다. 그냥 내 모습 그대로 가자. 이 아이처럼 따뜻한 내가 되자.'


다른 아이들도 속속 교실에 들어왔다. 긴장되 보이는 아이, 표정에 설렘 가득 담고 온 아이, 그렇게 교실이 조금씩 채워졌다. 교실문을 열고 들어온 아이들에게 아침 햇빛처럼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올해도 나는 그냥 가볍지만 따뜻한 선생님이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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