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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 flow Aug 11. 2024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무라이선생님의 여름 별장에 가고 싶다

나(사카니시)는 건축학과를 막 졸업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지는 않고 일본 건축가 중 가장 존경하는  '무라이 슌스케'의 설계사무소에 들어가서 일을 배우고 싶다. 하지만 몇 년째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다. 헛일인 줄 알면서도 간절한 마음을 담은 자기소개서와 졸업 작품을 동봉해서 사무소에 보냈다. 간단한 면접 후 뜻밖에도 나는 채용되었다. 얼떨떨해하는 내게 무라이 선생님은
"여기  있는 동안 많이 공부하고, 좋은 일도 많이 해주세요." 하고 말했다.

도쿄에 본사를 두고 무라이 사무소는 여름이면 가루이자와에 있는 여름 별장으로 사무실을 옮긴다. 여름 별장에서는 늘 무라이 선생님이 가장 일찍 일어나 산책을 나가신다. 오색딱따구리, 검은지빠귀 등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여름 숲은 싱겁게 밝아온다. 나는 창문을 열고 안개 냄새를 맡는다. 커피를 끓이는 향, 연필을 깎는 소리, 주방에서 만드는 음식의 냄새,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이 흐르면서 여름 별장은 천천히 호흡을 찾는다.

일흔이 넘은 무라이 선생님은 자기 과시를 하지 않고 실질적이면서도 시대에 좌우되지 않는 아름다운 건축물을 하나하나 완성해 왔다. 그는 가장 먼저 사람을 생각하는 건축을 우선시했으며 부분으로 전체를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을 가르쳤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책임감 있고 손발이 잘 맞았다. 잘 웃는 유키코의 목소리에 나는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그녀의 목소리를 모아 두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선생님의 조카인 마리코의 부드러운 머릿결은 내 시선을 빼앗기도 했다.

건축도 일상의 삶을 풍요롭고 편하게 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영혼의 안식과 육체적 평안을 위한 건축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하는 무라이 선생님의 삶의 자세는 존경스럽다. 내가 추구하는 삶의 지향점과 같아 내 눈과 마음은 늘 무라이 선생님을 향하고 있다.


완독을 끝낸 날은 늦은 밤이었고 세찬 빗줄기가 쏟아졌어요. 오히려 제 마음은 잠잠했어요. 이 책의 분위기에 사로잡혔으니까요. 여름에 잘 어울리는 책, 읽어 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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