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나무에게도 화양연화가 아닐까. 아기 같은 연둣빛에서 청년 초록으로 변해가는 시간. 나무들은 언제나 빛나 보이지만, 그 안에 어떤 어두움을 품고 있는 걸까.
미술활동, 작가, 행위예술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온 이난영 작가는 이 책에서 간결한 글과 따뜻한 그림으로 자연의 소중함을 호소력 있게 보여준다. 새와 벌레들의 보금자리이며 우리에게는 쉼과 그늘을 제공해 주는 나무의 소중함을 알면서도, 우리는 때때로 그것을 잊고 지냈다.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베어지고 뽑혀 나가는 나무들에 대해 무심했던 나의 모습을 반성하며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나는 작고 여린 이들에게 마음이 간다. 비록 윤택하지는 않지만 성실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의 일상이 더욱 마음을 사로잡는다. 잘났고 윤택하고 드러내길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수줍고 평범하게, 소신껏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나를 미소 짓게 하면서도 가슴이 아리게 하고 동시에 위로를 준다. 도시 변두리에서 서로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작은 이들의 따스함, 넉넉하지 않지만 말없이 상처를 감싸주고 나누는 이웃들의 마음. 이곳은 개발로 인해 마을 공동체가 흩어지고, 오랜 세월을 함께한 나무들과의 추억도 사라진다. 작가는 그 아픔을 따듯한 글과 그림으로 담아낸다.
"나무 한 그루가 없어졌을 뿐인데 다른 것들도 함께 없어졌습니다." (73쪽)
이 문장처럼 10분을 단축하기 위해 도로를 만들고, 무분별하게 숲과 산을 훼손하는 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특히 제주 비자림 숲 벌목을 막기 위해 애쓴 분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의 마음이 절로 든다.
"사람들은 저마다 작은 나무 한 그루씩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작가의 문장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어린 시절 동네 집집마다 있던 앵두나무가 보고 싶고, 큰 냇가 입구에 서 있던 버드나무도 가끔 떠오른다. 우리 집을 환하게 밝혀주던 살구나무 꽃들도 아련하게 그립다. 이제는 오직 내 기억 속에만 고이 간직된 나무들.
도시는 오늘도 도로를 내고, 크레인은 빌딩을 또 한 뼘씩 쌓아 올린다. 이 책을 통해 자연과 사람, 그리고 자연과 도시가 함께 어우러지는 삶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사람에게서 받는 따뜻한 체온과 위로도 좋지만, 식물과 나무가 건네는 고요한 위로가 때로는 더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