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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ndering Sadhu Apr 11. 2024

Dying to be Me

“내가 되기 위해 죽기“ 아니타 무르자니 책

창문을 열어놓고 음식을 만들다보면 종종 파리나 벌이 냄새를 맡고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옵니다.  윙윙하고 큰 소리를 내며 온 집 안을 날아다니는 파리나 벌을 바깥으로 내보내기 위해 집안의 모든 창문을 다 엽니다.  그런데 파리도, 벌도, 절대 열린 창으로 안 가고 계속 열리지 않는 창에만 몸을 갖다 박아대며 나가려고 몸부림을 칩니다.  조금만 뒤로 후퇴를 하면 바로 옆 창이 훤히 열린 것이 보이지 않을까 싶은데 고집스럽게 열리지 않는 창으로만 계속 머리를 갖다 박습니다.  그렇게 계속 시도하다가 진이 빠지면 잠시 앉아서 쉬었다가 곧 다시 닫힌 창에 머리를 박기 시작합니다.  소리도 엄청 요란합니다.  바로 옆 창문이 열려있다는 것이 인지가 안 되는 모양입니다.  바로 옆 창으로 들어오는 외부 공기가 느껴질법도 한데 몸으로 인지가 안 되는 모양입니다.  이 장면을 목격할 때마다 요란하게 소리만 내고 절대 못나가는 벌레가 짜증나면서도 한편으로 참 안타깝습니다.   


살면서 나를 보며, 혹은 타인을 보며 가끔 이 장면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우리도 이 미물처럼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제한된 다섯 감각에만 의지하여 세상을 인지합니다.  총 역량의 10%정도만 사용된다고 하는 우리의 두뇌는 우리의 다섯 감각으로 인풋된 정보를 해석 및 분석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모두 우리가 생존하는데 중요한 기능들입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닙니다.  


우리는 그게 다인줄 알고 살지만 세상은, 우주는, 인간의 다섯 감각으로만 인지되는 것보다, 인간의 제한된 두뇌로 인지되고 분석되고 해석되는 것보다 훨씬 크고, 깊고, 넓은 듯 합니다.  인간은 신이 만들어낸 지구 창조물 중에 가장 정교하고 고도로 발달한 존재임에 틀림없지만, 그래도 우리의 다섯 감각과 두뇌는 우리를 제한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파리처럼 고집스럽게 진이 빠질 때까지 계속 세상과 맞부딪하는 모양입니다.  옆 창이 열려있다는 것을 알 수 없습니다.  나한테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내 삶속에서 조금만이라도 내가 알고 있는 것들에 의문을 품고 다른 방법을 시도한다면, 다르게 반응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에게 허락한다면, 나를 자유로 이끄는 옆창이 보일 수도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하고 고착된 패턴속에 우리 스스로를 가둡니다.  인생 경험과 배움을 통해 우리는 조금씩 시야가 넓어지고,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고, 조금 더 용서할 수 있으며, 더 덮어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럼으로서 더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한번에 깨우치는 사람도 있겠지만, 보통 우리의 평생의 과제입니다.  


우리는 영적 존재이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기본 생존 기능만 사용하며 사는 삶에 만족할 수 없습니다.  감각의 쾌락을 추구하는 것도 잠시, 우리는 의미와 깊이, 배움과 확장, 평화와 사랑을 갈구합니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영으로서 우리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인간으로 이 세상에 오기를 결정을 했을 때 우리의 몸에 들어맞을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한없이 작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를 몸속으로 꾸겨넣었습니다.  그 순간 우리는 우리의 본질, 우리 존재의 영원함, 무한함을 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한 생애동안 경계가 견고한 육체 속에서 남과 나를 구분짓고 남과 나를 가르고 분리시키면서 우리의 다섯 감감에 의지해 세상을 매번 조금씩 새로 배워 나갑니다.  육체 속에 있는 우리는 분리된 것 같지만 우리는 모두 근원에너지에 연결되어 있는 하나입니다.  우리는 영원하고 무한한 존재입니다.  




서두가 또 좀 길어졌네요.  제 고질병입니다.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책을 소개하기 위해섭니다.


 오늘 아침 샤워 중 (저는 물이 흐를 때 메시지를 잘 받습니다), 몇 달 전에 읽고 제가 영향을 많이 받은 책을 소개하라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아니타 무르자니의  “Dying to be me”라는 책입니다.  직역을 하면 “내가 되기 위해 죽기”이지만 영어 표현상 “dying to 동사” 라는 표현은 “뭐가 너무 하고 싶어 죽겠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그래서 책의 제목은 "내가 되기 위해 죽기"도 될 수 있지만 또한 “내가 되고 싶어 죽겠음”이라고도 번역할 수 있습니다.  찾아보니 한국에도 책이 번역되어 나온 것 같습니다.  한국 제목은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입니다.


저자는 암과의 사투 끝에 죽음의 문턱을 넘어갔다 돌아온 인도 출신 여성입니다.  2002년 임파선암이 발견된 뒤 4년 동안 투병 생활을 했고 악성세포가 차지한 그의 몸은 마침내 기능을 멈추었고, 그때 그녀는 임사체험을 합니다.  30시간 동안의 임사 체험을 통해 그가 가지고 있던 삶에 대한, 존재에 대한, 우주에 대한 관점이 근본적으로 바뀝니다.  이미 사망판정을 했던 의사들은 그녀가 깨어난 것도 놀라웠지만 다시 시험을 한 결과 암세포가 몸에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에 더욱 놀라고 믿기지 않아 더이상 아무 이상이 없는 그녀를 퇴원시키지 않고 몇일 동안 병원에 머무르게 하면서 온갖 테스트를 했다고 합니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도록 책에 수록된 자세한 내용은 더 적지 않겠습니다.  삶, 존재, 우주, 영혼으로서 인간의 본질을 다루는 주제에 관심 있으시다면, 내 삶을 다시 바라보고 싶으시다면, 나에게 다시 기회를 주고 싶으시다면, 삶을 사는데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시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Photo by Yan Ot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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