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이 좋은 이유 4
코펜하겐의 여기저기, 구석구석에서 느껴지는 코펜하겐의 시크하고 자유로운 바이브를 어떻게 글과 사진에 담을 수 있을까. 내가 구독하는 cemt 크리에이터/작가님은 감성적인 글과 사진으로 이 바이브를 너무 잘 전달하셨다. 그분의 글과 사진들이 어느 날 내 브런치 메인창에 떴고 브런치북의 특이한 제목이 눈에 띄어 cemt 작가님의 글들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분의 눈에 비친 코펜하겐과 사랑에 빠졌다. 이곳에 살게 된 지 2년 반이 넘어가는 시점이다. 코펜하겐 로컬인 내가, 코펜하겐을 관광차 잠시 방문하신 분 덕분에 코펜하겐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되었다. 분홍색안경을 선물 받은 기분이다. 아니, 라식 수술을 받은 기분이다. 셈트작가님은 단지 자신을 표현하셨을 뿐이지만 나는 그분이 표현됨으로써 새로운 눈을 얻게 되었다. 너무 값진 선물이다. 브런치에 새로운 매거진을 만들어 내가 코펜하겐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쓰기 시작한 것도 cemt님에게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절호의 타이밍에 그분의 브런치북이 내 메인창에 뜨게 된 싱크로니시티 (의미 있는 우연)에 감사하다.
코펜하겐 바이브 및 에너지를 몇 마디로 압축하자면 자유로움, 평화로움, 자연스러움, 여유로움, 행복감, 깨끗함, 신선함, 가벼움이다. 이 바이브를 사진으로 담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다. 세계 행복지수 1, 2위를 다투는 곳답게 이곳의 바이브는 모든 것을 말해준다.
아무래도 나는 이곳에 사는 사람이다 보니 cemt작가님처럼 신선한 눈으로 코펜하겐을 보는 것이 이제는 조금 힘들어졌지만, 코펜하겐으로 이사오기 전 스위스에 15년 이상 산 사람으로서, 스위스에 살면서 주변 서유럽 곳곳을 많이 다녀본 사람으로서, 서유럽의 도시 들과는 확실히 다른 코펜하겐의 느낌과 특별한 바이브를 단언할 수 있다.
코펜하겐은 다른 북유럽 수도들 -오슬로, 헬싱키, 스톡홀름-과도 또 틀린 매력이 있다. 더 자유롭고, 더 여유로우며, 더 가볍다. (이것은 나의 주관적인 느낌이기 때문에 이 다른 도시들의 매력을 과소평가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여기서 가볍다 함은, 분위기가 무겁지 않고 가볍다는 뜻이다. 안 그래도 대부분 금발에 파란 눈의 선남선녀라서 분위기가 가벼워 보이는 그런 것도 있지만 사람들 표정이 맑고 밝다. 눈이 마주치면 코펜하게너들은 타인에게 미소를 짓는다. 나는 유럽 그 어느 도시에서도 눈이 마주치는 타인에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자동적으로 미소 짓는 곳은 처음 봤다. 내가 동양인이라서 뚫어져라 쳐다는 봐도 미소 짓지는 않는 유럽인들에게 익숙해져 있다가 코펜하겐에 와서 매일 보게 되는 코펜하게너들의 미소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기 충분하다.
심지어는 남/여 공동 공중 화장실에서 문이 잠기지 않은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그 안에 키가 크고 잘생긴 금발 코펜하게너 남자분이 서서 일을 보고 있었다. 나는 화들짝 놀라서 "쏘리 쏘리" 그랬는데 그는 전혀 놀란 기색 없이 나에게 미소를 지었다. 이런 일이 한국에서 일어났다면 그 남자가 변태라고 생각됐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그냥 코펜하게너들의 여유롭고 수치심 없는 마음상태를 보여줄 뿐이다. 여름 도심 해수욕할 수 있는 곳곳에서 여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상의를 벗는 것과 비슷한 느낌. 남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무엇을 가리고, 꾸미고, 뭐 그런 게 없다. 남의 시선에서 자유롭다.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도 점원들의 대화는 상투적이지 않게 느껴진다. 선진국 도시 사람들 치고 뭔가 더 꾸밈없는 순수함이 느껴진다.
코펜하겐에 놀러 온 친구들은 모두 이곳 사람들의 외모에 놀라고 한 마디씩 한다. 그리스에서 온 한 친구는 두명중 한 명꼴로 다들 너무 예쁘고 잘생겼다고 그랬다. 나는 이제 몇 년을 살다 보니 두명중 한 명이라고까지는 안 느껴지지만 그래도 네 명 중 한 명꼴로 정말 미남 미녀들이다. 그래서 코펜하게너들이 입고 신는 모든 것은 다 시크하게 느껴진다. 양말에 비르켄스톡, 심지어는 츄리닝 바지, 코디를 엉망으로 한 것 같은 옷 매칭. 그러나 이들이 입으면 다 멋져 보이고 패셔너블하게 느껴진다. 시크한 빈티지 모델 같다. 만약 그 외모가 아니었다면 그렇게까지 느껴지지 않았을 수도 있는 코디이다. 코펜하겐에 살면서 이곳에 눈이 익숙해져 있다가 유럽 다른 도시에 가면 뭔가가 과하게 꾸민 것 같으면서도 칙칙하게 느껴지기 시작할 정도이다.
자유로워 보이는 시크한 선남선녀들이 자전거를 타고 평평하고 넓고 깨끗한 도시를 쌩쌩 달리는 도시 분위기를 상상해 보라. 코펜하겐 바이브다. 주말 아침 까페에 들어섰을 때 북유럽 인테리어로 심플하고 깨끗한 느낌의 까페에서 시크한 코펜하게너들이 데니쉬 브렉퍼스트 플레이트를 즐기며 앉아있는 것 자체가 엄청난 바이브를 창출해 낸다. 그리고 그 바이브 속에서 먹는 브렉퍼스트 플레이트는 즐거움을 더한다.
사실, 스위스에서 살다가 코펜하겐으로 이사 왔을 때 나름 아쉬운 점이 있었다. 나는 프랑코필이어서 어렸을 때부터 프랑스어를 좋아했고 프랑스어를 하는 도시에서 살게 되어서 좋았는데 덴마크어는 왠지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현지어를 못하는 곳에 사는 답답함도 있었다. 물론 코펜하게너들은 영어를 다들 아주 잘해서 영어가 어디서든 다 통하지만 일반 대화를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 나는 답답했다. 그리고 공연이라든지 관심 가는 주제의 이벤트들이 모두 당연히 현지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답답함도 크다. 어렸을 때부터 오랜 해외생활 (28년 이상)을 해온 나로서 현지어를 하는 것은 현지를 더 깊게 파고들 수 있는 열쇠라는 것을 알기에 덴마크어를 본격적으로 제대로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이 그래서 최근 더 간절해졌다.
이 모든 바이브를 담은 사진들이 그렇게 많지 않지만 그래도 몇 장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