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물도 생명이기에
비가 오는 날에는 강아지에게 우비를 입히고 가슴줄을 채워 밖으로 나가 핸드폰 후레시를 켜고 바닥을 보면서 천천히 걷는다.
그리고 무언가 발견하면 조심스럽게 앉아서 나뭇가지로 건져서 흙바닥으로 내려놓는다.
바닥에 쭈그려 앉아 무언가 줍는 내 모습을 보면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도 많다.
왜 이러는가? 하면 바로 내가 정한 나만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바로 지렁이 구출하기라는 어마무시하고 보잘것없는 일인데
요새 비가 자주 오면서 길바닥에 몸이 터진 채 죽어 있는 지렁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다른 동물들의 생태계를 침범해 왔다. 다른 생명을 희생해서 우리가 편하게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의 편리함을 위해서 수많은 공사와 개발이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낳았는지는 생각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비가 오는 날에 강아지와 나로 이루어진 비밀조직, 지렁이 구출단은 비가 오면 하루에 적게는 한 마리 많게는 4-5마리의 생명을 구해왔다.(지렁이뿐만 아니라 도보 위에 누워있는 각종 곤충도 포함이다.)
그렇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미션-파서블을 진행하면서 보았던 수많은 생명의 경의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얼마나 많은 고비를 넘었을지 모르는 뱀만 한 크기의 지렁이도 보았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꼬리 부분이 뭉개졌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도보에서 흙바닥으로 향하던 지렁이다. 나는 그 모습에 종을 뛰어넘어서 그에게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보통은 그런 지렁이가 있으면 구해주고는 하지만 그 지렁이는 그냥 let it be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의 노력을 제삼자인 내가 무시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신 나는 조력자로 그의 주변을 살피면서 누군가 그를 밟지 않게 보초를 서주었다. 그의 꼬리까지 흙바닥으로 들어갔을 때는 어떤 명언으로도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모든 생명은 자신의 목적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 지렁이의 목적은 흙으로 되돌아가는 일이었을 것이다.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는 자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미물이라고 할지라도 모두 생명임을 모두 자각하며 서로에게 조금만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