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생각하는 자세의 중요성
정신과에서 가장 무서운 것 중 하나는 '사고의 재앙화'라고 한다.
재앙화는 어떤 상황이든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결과를 예견하며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다. 누구나 겪을 사소한 불운을 비극적인 결말과 엮어대며 자신을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생각하는 것을 일컫는다.
나는 항상 사고의 재앙화에 빠져있었다.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앓을 때는 더욱 심했다.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 일은 나를 최악의 결말로 맞이할 것이며 동시에 나의 미래에는 답이 없다는 결론을 만들어냈다.
그런 나와 다르게 안 좋은 일에 빠진 사람이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아무렇지 않게 넘긴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나였다면... 나윤권처럼 읊으며 생각해 보아도 상상할 수 없는 말이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아니 지금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는 거야? 어떻게?'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처럼 머리가 띵했다.
'저렇게 가볍게 넘겨도 되는 거야? 그랬다가 망하면? 되돌릴 수 없게 되어버리면?'
그렇게 말한 그의 상황을 떠나서 자신에게 다가온 고난을 아무렇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 깊었다.
지금까지의 삶을 거슬러 올라가면 여러 고난들이 있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큰 고난은 아니었지만 그 당시에는 엄청난 역경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련이 있어도 여전히 삶은 흘러간다. 시간은 지나고 삶은 흐르고 그 사이에서 나는 함께 흐른다.
우리는 급류가 아닌 완류를 탈 필요가 있다.
갓생이 유행인 요즘 혼자서 힘을 빼고 사는 것이 어쩌면 게으르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인생은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이니까
길게 살기 위해서 숨을 길게 쉬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