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어디? 난 누구?_2

순례자 여권(증명서)_크레덴시알

by 은섬


크레덴시알(Credencial)을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순례자 여권 또는 순례자 증명서쯤으로 표현할 수 있다.


크레덴시알에는 순례자의 이름, 생년월일, 여권번호, 주소, 순례 루트, 시작 장소, 시작일, 순례 방법, 목적 등이 기록되어 있어 순례자 신분임을 증명한다. 그리고 크레덴시알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기능이 있는데 바로 세요(sello)라고 부르는 스탬프 도장을 찍는 것이다. 날마다 묵는 알베르게에서 빠짐없이 날짜를 기입한 세요를 받고 중간중간 식당이나 바, 성당, 박물관, 시청사와 같은 관공서 등에서도 세요를 받는다. 세요는 하루 2개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세요를 찍음으로써 순례길의 경로를 기록하는 것이다. 이 기록이 있어야만 콤포스텔라(Compostela 순례 증서)를 받을 수 있다.


순례자의 신분과 경로를 증명하는 중요한 증서이므로 분실하는 일이 없도록 잘 간수하고, 수시로 꺼내기 쉬운 곳에 지니면서 비와 습기에 대비한다. 세요를 찍을 수 있는 장소에 도착하면 하루에 여러 번이라도 잊지 말고 스탬프를 찍고, 알베르게가 아닌 일반 호텔도 세요를 찍어주는 곳이 있으니 프런트에 문의하면 된다. 순례길 위에 있는 박물관, 미술관, 대성당 및 식당에서는 크레덴시알을 지참한 순례자에게 요금 할인을 해주기도 하고,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크레덴시알은 프랑스 루르드, 생장, 스페인 곳곳의 대성당, 순례자 사무소, 협회, 알베르게, 관공서 등 여러 곳에서 발급받을 수 있는데 소정의 수수료가 든다. 까미노가 아니더라도 공식 협회가 있는 곳이면 크레덴시알을 발행하며 국가마다 디자인이 다르기 때문에 까미노에서 만난 순례자들끼리 서로의 크레덴시알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다. 순례 중, 받은 세요의 개수가 많아 크레덴시알이 꽉 차게 되면 중간에 새 크레덴시알을 발급받아 이어 쓰면 된다.


우리나라에도 대한민국 공식 순례자 협회가 있어서 한글로 꾸며진 크레덴시알을 발행했으나 현재는 협회가 활동을 하지 않는 듯 보인다. 협회에 크레덴시알 발급 비용 및 순례길 지도 배포 비용을 송금했으나 아무것도 받지 못하고 연락도 안된다는 글이 온라인 게시판에 여럿 올라와 있다. 혹여나 있을지 모를 피해를 생각해 이 글에서 협회 안내는 하지 않겠다. 순례길을 먼저 경험했던 순례자로서 협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이 크다. 한국 순례자들을 위해 협회의 빠른 정상화를 바란다.


크레덴시알은 일반인 순례 여권(크레덴시알 델 페레그리노 Credencial del Peregrino)과 대학인 순례 여권(크레덴시알 유니베르시타리아 Credencial Universitaria)으로 구분되는데 대학인 순례 여권을 가지고 까미노 루트에 있는 지정 대학에서 세요를 받아 순례를 마친 대학생, 졸업생, 교수는 일반 순례 증서(콤포스텔라 Compostela)와 더불어 스페인 나바라 대학에서 대학인 순례 증명(콤포스텔라 유니베르시타리아 Compostela Universitaria)를 별도로 발급받을 수 있다.


까미노 현지에서 크레덴시알의 발급 비용은 1~3유로 정도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2021년부터 디지털 크레덴시알이 도입되었다.
각자의 폰에 맞는 앱을 다운로드하여 설치하고 산티아고 대성당 공식 홈페이지에 등록해서 디지털 세요(스탬프)를 받는다. 분실이나 파손에 대비해 기존의 종이 크레덴시알과 디지털 크레덴시알을 함께 이용하면 편리하다.


※ Credencial Digital Peregrino : Android
※ Credencial Digital Peregrino : iOS
※ 디지털 세요 등록 : Generador de Sellos



세요가 가득 찍힌 대학인 순례 여권 Credencial Universitaria




도망하지 말았어야 했다
당신 나 우리는
결코 그래서는 아니 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도망한 자에 대해
그 나름의 까닭에 대해
한 발짝 더 관대해져
이해하고 용서하고 화해해야 한다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영혼을 위해 더 많은 기도가 필요하다
길지 않은 생의 짧지 않은 삶을 기억하면서
덴 자리 차올라 부푸는 물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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