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어디? 난 누구?_1

숙식해결_알베르게, 미사, 식당

by 은섬


알베르게

알베르게는 순례자 숙소(albergues de peregrinos)를 말한다. 오직 순례자만을 위한 숙소이므로 숙박을 하려면 순례자임을 증명하는 끄레덴시알(credencial 순례자 여권)을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알베르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이용료는 평균 6~10유로 정도이며, 기부제 운영일 경우 최소 6~8유로는 내는 것이 예의다. 기부제 운영을 무료라 착각하고 돈을 내지 않는 순례자들이 있는데 무료인 알베르게는 없다.

운영기금을 충당하기 위하여 잠자리와 식사를 함께 제공하는 알베르게가 있는데 식사를 준비해 주는 경우 식당에 가는 것보다 알베르게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까미노의 존속과 다음 세대의 순례자들을 위하는 선택이다. 숙박과 식비가 포함된 기부제 알베르게에서 숙박과 아침식사를 주는 경우는 10유로, 숙박과 저녁식사를 주는 경우 15유로, 숙박 아침식사 저녁식사 모두가 제공될 경우 20유로 이상 지불했다.

숙소에서 짐을 쌀 때에는 침대가 아닌 거실이나 밖으로 나와 조용히 짐을 꾸린다.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공용 침대이므로 매트리스 위에서 약을 바르거나 물집 치료는 하지 않는다. 알베르게에 따라서는 아침에 출발하는 시간을 정해서 너무 이른 시간에 길을 나서지 못하게 하는 곳도 있으며, 밤에 소등시간이 정해져 있다. 심각하게 코를 골거나 이를 간다면 이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끄레덴시알을 가지고 알베르게에 등록을 하면 침대를 배정받게 되는데 2층 침대인 경우 대부분 등록 순서대로 아래쪽 편한 침대를 배정받게 된다. 불편한 몸으로 뒤늦게 도착하는 이들을 위해 아래층을 양보하고 2층 침대로 올라가는 배려를 종종 목격하기도 했다. 침대를 바꿀 경우 오스피탈레로(hospitaleros 알베르게 관리인)에게 말하면 된다.

순례자 숙소는 운영주체나 형태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오스탈레스(hostales), 유스호스텔(albergues juvenil)로 표기하기도 한다.

지자체(municipal) 알베르게
교구(parroquia) 알베르게
수도원(monasterio, convento) 알베르게
각종 협회(asociacion)나 네트워크(red)가 운영하거나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privado) 알베르게도 있다.

지자체나 교구, 수도원이 운영하는 알베르게는 비교적 큰 공간에 기본적인 시설만 갖춘 경우가 많고 대부분 비영리로 운영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다. 프랑스길에서 갈리시아 정부가 운영하는 알베르게(albergues Xunta de Galicia)인 경우 대부분 새 단장을 하거나 신축건물이라 쾌적한 최신식 시설을 단돈 6~8유로에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수도원 알베르게인 경우 수도원이나 수녀회의 성격에 따라 순례자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기도회, 발 씻김, 명상 등)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 알베르게는 보다 독립적이고 다양하다.

순례길을 걷는다고 해서 무조건 순례자 숙소에 머물러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호텔, 호스텔, 펜시온 등 다른 숙박형태를 이용해도 된다. 며칠 잠을 설쳤거나 감기몸살로 몸이 무거울 때 욕조에 몸을 푹 담근 후 따듯한 방에서 폭신한 이불을 덮고 잔다면 피로가 싹 풀릴 것이다. 컨디션에 따라 알베르게와 다른 숙소를 병행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한다.



미사

아무리 작은 시골마을이라 할지라도 동네마다 성당이 있고 매일 저녁 미사가 있다. 알베르게에 문의하면 미사시간을 알려준다.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미사의 순서와 내용은 전 세계가 동일하다. 천주교 신자라면 현지 동네 사람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고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은총의 시간이 될 것이다. 스페인 성당은 평일 미사에도 매일 헌금봉헌이 있으니 당황하지 말자.(시골 성당들은 대부분 재정상황이 어렵다.)

신부님에 따라서는 미사 후 순례자들을 따로 축복해 주는 경우도 있다. 선물을 주거나 성당 구석구석을 직접 설명해 주기도 한다. 이럴 때는 쑥스러워하지 말고 감사한 마음으로 그들의 호의와 축복을 받자.



식당

식당과 바에서 여러 가지를 사 먹게 되는데 대부분 아침이나 점심은 바에서 커피와 함께 샌드위치를 먹는 것이 간편하고 속이 든든하다. 커피는 스페인어로 카페라고 한다. 블랙커피는 '카페솔로', 카페라테는 '카페 콘 레체'다.

샌드위치는 보카디오라고 하는데 바게트 빵을 갈라 그 사이에 햄이나 치즈 등을 넣는다. 간혹 맛과 향이 진한 햄과 치즈가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가장 무난한 것은 계란이 들어간 오믈렛 보카디요인데 오믈렛을 스페인어로 토르띠야라고 부르니까 토르띠야 보카디요를 주문하면 된다. 바에 따라서 프랑스식 토르띠야와 스페인식 토르띠야를 구분하기도 하는데 프랑스식은 계란만 요리한 것이고, 스페인식은 계란 속에 감자를 넣는다.

토르띠야는 지방에 따라 혹은 계절에 따라 넣는 속재료가 달라져서 가게마다 오믈렛 맛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타파스(혹은 핀초스)는 입맛에 따라 여러 가지를 선택할 수 있어 좋다.

카페 콘 레체는 1~1.5유로, 토르띠야는 1.5~2유로, 보카디요는 보통 2~3유로 정도로 매우 저렴하다.

저녁은 알베르게에 짐을 푼 뒤에 여유롭게 먹게 되는데 스페인은 저녁식사를 보통 밤 8~9시에 먹는다. 저녁 6시~7시에는 주문을 받지 않는 식당이 대부분이다. 특별히 순례자 메뉴에 한해서 피곤한 순례자들을 배려하여 이른 시간인 저녁 7시에 주문이 가능하다.

순례자 메뉴 또는 오늘의 메뉴는 전식, 본식, 후식에 와인까지 포함한 코스요리인데 저렴한 가격에 만찬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보통 전식에는 콩으로 만든 수프 또는 스파게티, 샐러드 중에 고를 수 있고, 본식은 고기요리(소, 돼지, 닭, 토끼, 생선 중 하나를 고른다.)나 빠에야, 후식으로는 과일이나 음료, 아이스크림 중에 고를 수 있다. 전식과 본식에 곁들일 수 있는 와인은 두 명 이상인 경우 잔이 아니라 아예 병째로 주는 경우도 있다. 모든 식당들이 순례자들에게 인심이 후하다. 와인을 못 마시는 경우 물을 주문하면 된다. 물은 스페인 말로 아구아(agua)라고 하는데 물을 주문하면 탄산수를 준다. 일반 물을 원하면 No Gas라고 말한다.

순례자 메뉴는 메뉴 델 페레그리노(menu del peregrinos), 오늘의 메뉴는 메뉴 델 디아(menu del dia)라고 부른다. 순례자 메뉴는 평균 7~10유로, 오늘의 메뉴는 10~15유로 정도다.

알베르게에 따라 부엌을 사용할 수 있는데, 근처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다가 요리를 해 먹는 것이 입맛에도 맞고 식비를 줄일 수 있다. 알베르게에 같이 머무는 다른 국적의 여러 순례자들과 음식을 나누며 친교를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부엌을 사용하는 경우 뒷정리를 해야 함은 물론이다. 공용으로 사용하는 냄비, 식기, 조리대이므로 사용한 도구와 음식물쓰레기까지 정리한다. 대부분의 알베르게가 편리하게 분리수거를 할 수 있도록 되어있어 뒷정리가 어렵진 않다.



까미노에서는 오늘 만난 사람을 내일도 만나고 모레도 만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정보를 교환하면서 소식이 쉽게 전해진다. 은근히 폭이 좁기 때문에 순례자들 사이에서 예의 없는 어느 나라 사람 누구라고 불릴 수도 있다.

순례지에서 '순례자는 요구하는 자가 아니라 감사하는 자'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까미노는 내가 돈을 지불하고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받는 일반적인 소비형태와 조금 다르다. 그 길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순례의 길이며, 우리는 관광객이 아닌 순례자이기 때문이다.

문화가 다르고, 언어와 생각이 다른 곳에서 뭔가 손해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왠지 모를 차별을 받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늘 내가 순례자이임을 잊지 말고,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아야 순례의 진정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물론, 차별이라면 즉시 정정을 요구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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