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가지고 갈까?_4

현금, 여행자 수표, 신용카드, 여행자 보험

by 은섬


여러 가이드 북과 까미노를 직접 다녀온 후기들을 살펴보면 사람마다 현금, 여행자 수표, 신용카드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나의 순례길에서는 소액권 현금을 사용하는 빈도가 가장 많았다. 5유로, 10유로, 20유로 소액권을 준비하면 두루두루 편하다. 50유로 이상의 고액 지폐를 받지 않는 식당이나 가게가 대부분이므로 고액권은 비상용으로만 준비하고 처음부터 우리나라에서 소액권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프랑스 드골 공항 내 카페테리아에서 여행자 둘이 100유로 지폐를 건네자 위조지폐감별기에 여러 번 테스트를 해 놓고도 받기를 주저하는 것을 보았다. 몇 유로짜리 샌드위치와 주스를 산 고객에게 물건 값의 몇 배나 되는 거스름돈을 내어주는 것이 상인들에게는 부담인 것인지 별로 환영받지 못했다.

대도시가 아닌 시골 작은 마을에서 여행자 수표나 신용카드를 사용하기는 어렵다. 여행자 수표나 카드는 결국 은행에서 현금화해서 사용하게 되는데 은행은 오후 2~3시면 대부분 문을 닫고, ATM 기기 또한 시골에서는 보기 힘들며, 사용 때마다 붙게 되는 수수료 또한 무시할 수가 없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일단 소액권으로 일부 현금을 준비하고, 중간중간 대도시를 지날 때마다 은행이나 ATM 기기를 통해 일주일 혹은 열흘분의 현금을 인출해서 사용하는 것이 도난이나 분실에 대비하고, 수수료도 줄일 수 있다. 현재 본인이 가지고 있는 신용카드가 해외에서 결제나 인출이 가능한지 미리 체크하자. 해외사용 비밀번호는 대부분 6자리인데 이런 경우 국내 4자리 비번 뒤에 00(영영)이 붙는다. ATM기에서 소액권 인출이 안될 수도 있다. 대도시 슈퍼마켓(슈퍼메르카도 supermercado)이나 식당에서 일단 큰돈을 헐어 잔돈으로 거슬러 받아 사용하면 편하다.

900Km를 걷는 33일간 800유로 정도 들었으며, 하루 평균 약 24유로 정도를 사용하였다. (알베르게 5~10유로 + 미사 헌금 5유로 + 식비 및 기타 10~14유로 정도다.)

순례자들에게는 숙소, 식당, 미술관, 박물관에서 여러 할인이 적용되는데 순례자임을 증명하는 순례자여권(끄레덴시알 credencial)이 있어야 한다. 유럽에서 가장 저렴하게 숙식을 해결할 수 있기에 20년 넘게 매 휴가 때마다 까미노를 걷는다는 사람도 만났다. 개인의 상황에 맞게 여비를 준비하면 되겠다.

여행자 보험은 필수다. 환전 시 은행에서 무료로 들어주는 보험이 있기는 하지만 보장금액이 너무 적다. 꼼꼼하게 따져보고 미리 가입해 두자. 사망금액이 높은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실손 의료비나 대물배상이 더 중요하다. 대리청구인과 사망수익자를 지정하는 것이 만일을 대비한 또 하나의 팁니다. 대리청구인과 사망수익자를 따로 지정하지 않으면 본인이나 법정대리인으로 자동 계약이 되는데 때에 따라서는 빠른 처리가 어렵거나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서로를 향한 마음의 질량과 부피가 같다면
그래서 그 밀도가, 속도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넓이와 깊이와 각도와 형태와 패턴, 온도,
채도와 명도, 질감과 경도, 진동의 범위와 강도,
맛과 냄새와 음의 길이, 기호와 높낮이,
구조와 성질이 같았다면 우린 행복했을까?를
무던히 생각했다.

더 많이 사랑한 것이 더 많이 슬픈 이유일까?
사랑이 부족해 놓쳐버린 것이 아니라
어쩌면 더 많이 사랑했기에 버려진 것은 아닐까?를
무참히 생각했다.

홀로
'당신'이라 소리 내어 불러본다.

우두커니
'당신'을 말하며
괜스레 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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