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가지고 갈까?_3

의류, 비상약, 슬리퍼, 세면도구, 세탁용품, 화장품

by 은섬


천연소재인 면보다 빨리 마를 수 있는 기능성 섬유제품을 추천한다. 젖은 옷은 체온을 떨어트려 한여름이라도 젖은 상태가 지속되면 저체온증이 올 수 있는데 저체온증은 생각보다 위험하다. 기능성 옷은 젖은 채 걷다 보면 체열로 인해 금방 마른다. 옷감 차이가 나 봤자 뭐 얼마나 나겠어? 싶지만 평소 등반을 해보면 일반 옷과 기능성 옷의 차이를 확실히 알게 된다. 경험상 여분의 많은 옷이 필요치는 않았다. 딱 입은 옷과 입을 옷 그리고 여분의 옷이면 충분하다.


양말

양말은 발바닥이 두터운 등산양말이 필요하다. 발이 젖은 경우 재빨리 마른 양말로 갈아 신어야 발이 보호되므로 여분을 준비한다. 양말이 발에서 겉돌면 마찰이 발생해 물집이 잡힌다. 양말이 마른 상태를 유지하고, 신발끈을 잘 조여야 한다. 쉬는 시간에 발에서 나는 열을 충분히 식혀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장갑

맨손으로 스틱을 잡고 걸으면 손에 물집이 생길 수 있고, 넘어지거나 거친 산길에서 또는 햇빛에 손을 보호하는 데 장갑이 유용하다. 얇은 등산용 장갑을 준비하면 비에 젖더라도 금세 말릴 수 있어 좋다.


모자, 멀티스카프

강한 햇볕에 화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계절에 상관없이 모자가 필요하다. 강풍이나 우박에 대비하여 얼굴을 보호할 수 있는 멀티스카프(버프)가 있다면 도움이 된다. 잔잔한 우박이라도 맞으면서 걸으면 많이 아프다.


비상약

비상약은 근육통증과 물집에 대비한 약품을 많이 쓰게 된다. 스페인에도 마을 곳곳에 약국(페르마시아 Farmacia)이 있지만 시에스타 시간에는 문을 닫고, 국내보다 비싸다. 페르마시아에도 멘톨이 함유된 근육통 크림이 있기는 한데 우리나라 제품처럼 강력하거나 시원하지 않다.

근육통 및 무릎 관절 통증에는 일단 붙이거나 바르는 파스가 필요하고, 복용약으로는 덱시부프로펜 성분의 진통제가 있으면 좋다. 덱시부프로펜은 염증에 의한 통증에 효과적이어서 관절염이나, 타박, 근육통에 효과가 좋고 액상으로 된 연질캡슐이 효과가 빠르다. 단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평소 속 쓰림이나 위염이 있는 경우 빈속에 복용하면 안 된다. 약사의 복용지도가 필요하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진통제(흔히 타이레*)는 해열과 진통에는 작용하지만 소염작용은 없어서 감기 몸살과 같은 증상에는 효과가 있지만 관절염, 외상, 부종, 감염증에는 덱시부프로펜 혹은 이부프로펜 성분의 진통제가 필요하다. 약을 구입하기 전 꼭 약사에게 문의하여 목적에 맞게 구입하고 부작용에 대해 안내를 받고 복용한다. 흔한 진통제라도 심혈관계 질환이 악화되거나 쇼크가 올 수 있다.

탄성이 있는 붕대 테이프도 유용하게 쓰이는데 통증이 있는 곳에 길게 붙여주면 근육을 잡아준다. 또한 자극으로 빨개지고 쓰린 모든 곳에 밴드나 테이프를 재빨리 붙인다면 물집은 생기지 않는다.

만약 물집이 생겼다면 일부터 터트리지 말고 물집용 혹은 화상용 패치를 붙이면 회복이 빠르다. 약을 구할 수 없는 상태에서 물집 때문에 걸을 수 없다면 임시방편으로 바늘에 실을 꿰어 물집에 관통시키는 방법이 있다. 물이 자연스럽게 실을 따라 새어 나오게 해서 통증과 감염을 막는 방법인데, 껍질이 벗겨진 살이 생으로 드러나면 통증이 심해 걸을 수 없고 개방된 부위가 감염될 수 있다. 말 그대로 임시방편이므로 페르마시아에 가서 꼭 약사에게 발 상태를 보여주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밖에 바셀린, 소독약, 지사제, 연고제, 소화제 등을 필요에 따라 준비하면 도움이 된다.


슬리퍼

알베르게에 도착하면 무겁고 딱딱한 등산화를 벗고 갈아 신을 신발이 필요하다. 물에 젖지 않더라도 하루 종일 신은 등산화는 땀이나 습기에 눅눅하다. 도착하자마 벗은 등산화 속에 신문지를 뭉쳐 넣어 놓으면 다음날 뽀송해진다. (대부분의 알베르게에서는 신발을 보관하는 곳에 신문지를 비치해 두고 있다.) 샤워실에서는 개인위생을 위해 맨발보다 꼭 슬리퍼를 신자. 숙소에 짐을 풀고 난 후 근처 마트를 가거나, 미사를 드리러 성당에 가거나, 박물관, 미술관, 유적지를 돌아보기 위해 동네 주변을 다녀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간편화를 준비하면 편하다.


세면도구

개인의 필요에 따라 치약, 칫솔, 작은 비누, 샴푸, 샤워타월 등을 준비하되 가짓수와 용량을 최소한으로 줄인다. 요즘엔 멀티제품들이 많이 나와 편하다. 수건은 일반수건이 아닌 기능성 스포츠타월을 준비하면 부피도 작고 잘 마른다.


세탁용품

순례를 위한 옷(걷는 옷)과 알베르게에서 입을 옷(잘 때 입을 옷)을 구분하면 빨래를 줄일 수 있다. 각 알베르게에는 동전(보통 1~3유로)을 넣고 사용하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준비되어 있지만 세제는 대부분 비치해 두지 않는다. 세탁세제는 액상이나 가루로 된 것보다 종이(시트) 타입으로 한 장씩 넣어 쓰는 형태가 무게도 가볍고, 샐 걱정이 없어 편하다.

양말이나 속옷과 같은 작은 빨래는 그날그날 샤워할 때 빠는 것이 좋고, 바지나 셔츠 같은 큰 빨래는 모았다 하는 것이 좋은데 여럿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세탁기이므로 세탁망을 준비해 사용하는 것이 위생적이다.


화장품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과 취향으로 화장품은 간단한 로션으로 충분했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한다면 선크림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색조화장은 사실상 필요가 없다. 아침에 화장할 시간도 없거니와 땀과 비바람에 화장을 고칠 여력도 없다.



혼자... 요?

홀로 세상 이곳저곳을 다니는 내게
뭇사람들이 동그란 눈으로 늘 하는 질문이다.
그래서 혼자 여행은 뭐가 좋은데요?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한다는 것이 그저 좋았다.
평소 나를 돌보지 못한 삶에서 빠져나와
그 누구도 아닌 나만을 위한 시공간과 에너지는
최고의 위안이자 사치다.
주말과 명절, 국경일과 공휴일이 없는 나날들.
야근과 이른 새벽근무를 교대로 해야 했던 시간 속에
나를 위한 조금의 그 무엇도 없었기 때문이다.

길을 잘못 들어 헤매도 좋고,
헤매다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는
더욱 좋았다. 정해진 계획이 있지만
마음 가는 대로 경로와 일정을 바꾸기도 하면서
원치 않는 웃음과 텅 빈 말들로부터 벗어나
배가 고플 때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졸릴 때 잠을 자는 단순함이 어찌나 좋던지...

혼자... 요?
그렇게 초라한 영혼이 젖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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