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 땅은 아직 꼴을 갖추지 못하고 비어 있었는데, 어둠이 심연을 덮고 하느님의 영이 그 물 위를 감돌고 있었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겼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그 빛이 좋았다.
성경은 그 시작부터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천지 창조' 태초의 순간 일어나는 창조주의 감정을요. 세상을 만든 엿샛날 동안 '좋았다'는 단어가 일곱 번이나 나오고, 단지 말씀으로 '생겨라' 명한 것이 아니라 손수 당신과 닮은 모습으로 사람을 빚어 창조하였으며, 하던 일을 모두 마친 이렛날에 복을 내리며 쉬기도 하고, 그리 좋았던 세상에 악이 만연하자 사람을 만든 것을 후회하며 마음 아파하기도 하는 등 전지전능한 신의 다채로운 감정이 곳곳에 드러나 있습니다.
신성에만 초점을 맞추던 중세와 인성을 화려하게 꽃 피운 르네상스 그 사이에서 조토는 자신의 작품으로 신과 인간을 연결 지었습니다. 이것은 중세의 몰락이나 혹은 르네상스와의 대립이 아닌, 신이 본래 가지고 있던 감정과 그러한 신을 닮은 인간의 모습을 선명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작품의 정수가 바로 이탈리아 파도바에 있는 스크로베니 경당에 있습니다.
천 년 동안 회화에서 금기시되었던 인간적인 감정들이 이 작은 경당의 벽화 속에 집약되어서 살아있는 듯 풍부한 표정과 솔직한 몸짓으로 우리를 맞이합니다. 조토의 예술세계를 표현할 단 한 곳을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단연코 이곳을 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이제 곧 조토를 만나는 그림 여행을 시작합니다. 준비되셨나요?
* 시작하기에 앞서...
이 연재는 매주 일요일 발행될 예정입니다.
연재 안에 수록되는 모든 이미지의 출처는 HALTADEFINIZIONE 임을 밝힙니다.
그림을 소개하는 데 있어서 작품의 배경이 가톨릭이기에 용어 및 인용되는 성경 말씀은 되도록 가톨릭 표기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