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로베니 경당에 들어서면 동쪽 중앙 제대를 중심으로 오른편 남향에 6개의 좁고 긴 창이 나 있으며, 왼편 북향에는 창 없는 벽이 그림으로 가득하다. 그림은 모두 4단으로 나누어 그려졌는데 전체 그림들을 떠받치는 주추 역할을 하는 가장 아랫단은 경당에 들어온 이들을성찰하게 하는무채색우화이고, 본 그림은 3단으로 채색되었다.
벽화 속 이야기는 성모 마리아의 친정 부모인 요아킴과 안나의 일화로 시작하며 창이 난 오른쪽 벽면 가장 윗부분에 위치한다. 경당 내부의 그림들은 성경 속 이야기를 일련의 주제별로 그린 것이지만, 사실 요아킴과 안나의 일화는 성경 속에는 없다. 굳이 성경에도 없는 이야기로 인류 구원의 역사를 시작한 이유는 예수의 모친으로 선택된 동정녀 마리아의 당위성을 나타냄과 동시에 조부모로부터 이어온 성가정(거룩한 가정)의 정통을 드러내고자함은 아니었을까?
요아킴과 안나의 일화는 교회에서 구약과 신약의 정전(正典)에 속하지 않는 외경(外經)으로 전해 내려온 것을 도미니코회 회원이 쓴 'Speculum historiale'과 '황금 성인전'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두 사람은 기원전 1세기 인물로 요아킴은 '하느님의 준비'라는 뜻이다. 안나는 다윗의 직계 후손으로 마리아가 그저 어린 시골 처녀가 아닌 고귀한 존재로 선택받았음이 강조된다. 또한 조부모의 인간적인 모습은 마리아가 나고 자란 가정의 따듯한 분위기를 보여주며 내면의 인성을 우회적으로 알려준다.
그림의 순서는 이러하다.
1. Gioacchino cacciato dal tempio 요아킴이 성전에서 쫓겨남
2. Gioacchino tra i pastori 목동들 사이의 요아킴
3. L'annuncio di Anna 안나의 발표
4. Sacrificio di Gioacchino 요아킴의 기도
5. Sogno di Gioacchino 요아킴의 꿈
6. Incontro di Gioacchino e Anna 요아킴과 안나의 만남
* 각 그림들의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화에서 이어집니다.
** 이 연재는 매주 일요일 발행될 예정입니다.
연재 안에 수록되는 모든 이미지의 출처는 HALTADEFINIZIONE 임을 밝힙니다.
작품의 배경이 가톨릭이기에 용어 및 인용되는 성경 말씀은 되도록 가톨릭 표기를 따릅니다.
*** 주로 예배당으로 일컫는 '경당(Chapel)은' 제대를 갖추고 전례 예식을 거행하는 작은 공간을 가리키며 성체나 유해를 보관하려는 특수한 목적 또는 수도회나 개인 숙소 또는 묘지에 있는 기도원을 포함할 수 있다고 가톨릭 전례사전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 예수, 마리아, 요셉으로 이루어진 거룩한 가정으로 추후 모든 이상적인 가정을 '성가정(Holy Family)'이라 지칭하고 있습니다.'성가족'이란 표기를 일부 사용하기도 하지만 '성가정'을 사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