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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섬 Feb 25. 2024

요아킴과 안나 2

천사의 영보


1. Gioacchino cacciato dal tempio 요아킴이 성전에서 쫓겨남



요아킴과 안나는 성모 마리아의 친정 부모로 예수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된다. 정전(正典)에 속하지는 않지만 외경(外經)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요아킴과 안나는 부유하고 덕망 있는 가문의 후예였지만 슬하에 자식이 없었다. 신앙이 깊었던 요아킴은 하느님께 바칠 어린양을 들고 성전을 찾았지만 하느님의 축복인 자녀가 없다는 이유로 홀대를 받고 쫓겨났다. 성경에는 아이를 가지지 못하다가 하느님의 특전으로 뒤늦게 아이를 낳는 이야기가 여럿 나오는데 구약의 삼손과 이사악, 사무엘, 신약의 세례자 요한(예수의 사촌)이 그러하다.



사제에게 옷자락을 붙잡혀 어깨가 밀쳐지는 요아킴의 일그러진 눈썹과 아래로 쳐진 입매에서 낙담한 그의 마음이 느껴진다. 험하게 쫓겨나는 와중에도 어린양이 놀라지 않게 손으로 감싸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2. Gioacchino tra i pastori 목동들 사이의 요아킴



성전에서 쫓겨난 요아킴은 목동들이 있는 광야에서 하느님께 속죄의 기도를 바치기로 했다. 한껏 풀이 죽은 그는 처진 어깨로 고개마저 들지 못하고 있다. 요아킴을 맞이하고 있는 목동들은 그에게 어떤 위로도 건네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다.



요아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위로하는 것은 양치기 개다. 앞발을 들고 꼬리를 흔들며 그를 향해 달려 나간다. 그런 개를 보면서도 꾹 다물고 있는 요아킴의 입이 실망정도를 말해 준다.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곁눈질로 옆 목동에게 '어떻게 해... 네가 무슨 말이라도 좀 해봐'라고 눈치를 보내는 목동의 동공 방향과 눈썹, 머리카락 디테일이 돋보인다.



조토는 배경으로 그려 넣은 나무조차도 대충 그리지 않았다. 나무의 잎맥까지 나타냈으며, 심지어 종류도 서로 다르다.

   


3. L'annuncio di Anna 안나의 발표



안나의 발표라는 제목의 이 그림은 천사의 영보(領報)를 그린 것으로, 영보란 천사로부터 잉태하게 된다는 예고를 받게 됨을 말한다. 흔히 수태고지(受胎告知)라고 표현하는데 가톨릭사전에서는 영보 또는 탄생 예고로 말하고 있다.



기와와 비슷한 모양의 붉은 지붕과 외벽의 황금색 치장이 귀족의 가문임을 드러내지만, 집 안의 집기들은 검소하고 소박한 것이 요아킴과 안나의 단아한 성품을 말해 준다.

 


이미 나이가 많이 든 안나의 눈가와 입가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하다. 안나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를 드리는 가운데 천사가 나타나 곧 잉태하게 될 것을 알려주고 있다.  안나와 천사의 옷 주름과 장식이 고귀한 신분을 나타낸다.



아무런 무늬 없는 옷을 입고 있는 젊은 시종은 가락바퀴를 손에 들고 실을 잣고 있다. 천사의 영보를 그린 다른 그림들 중에 이렇게 실을 잣고 있는 모습이 종종 등장한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이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녀는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허리를 세운 꼿꼿한 자세가 아니라 삐딱하게 무릎의 높이를 다르게 하고 편안하게 앉아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비록 무늬 없는 옷이지만 손목에 단추 장식이 줄지어 있고, 머리카락을 감싼 그물 모양의 싸개가 선명하다.



* 이 연재는 매주 일요일 발행될 예정입니다.

* 연재 안에 수록되는 모든 이미지의 출처는 HALTADEFINIZIONE 임을 밝힙니다.

* 그림을 소개하는 데 있어서 작품의 배경이 가톨릭이기에 용어 및 인용되는 성경 말씀은 되도록 가톨릭 표기를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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