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강의
24년 11월 12일 오후.
공공기관에서 청렴강의를 했습니다.
기억나는 몇 대목만 정리해 보겠습니다.
빠르게 바뀌는 세상, 내 경험이 미래에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부모에게 야단맞아가며 열심히 게임에 몰두했던 아이가 자라서 게임 월드컵에 나가고, 대중적 우상이 되고, 유튜브로 뜨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애들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습니다.
미래를 잘 모르는 부모가 애들 앞길 막는 일은 해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나이 먹은 선배가 후배의 앞날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생각에 맞게 재단해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얼추 시스템은 갖춰놓았습니다.
다만, 그 시스템이 자의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전태일 열사는 분신자살하면서 근로기준법을 태웠습니다.
근로기준법을 살려내라고 외쳤습니다.
노동법이 노동자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고, 수 없이 노동감독관에게 고발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법은 그럴듯했지만, 적용이 엉터리였습니다.
남의 나라 법을 베껴오기는 했지만, 지킬 의지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현실은 자의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한 체육계 임원이 갑질로 고발당해 징계위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무혐의 처분이 나왔습니다.
분명히 감독 채용하면서 금전을 요구하고, 선수들에게 갑질을 했는데 말입니다.
이유는, 그 임원이 징계위원장이었기 때문입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셈입니다.
주인은 눈만 껌벅이고 가만히 있던 것입니다.
다른 임원도 공금 횡령으로 고발당했습니다.
연맹의 산하 종목협회 임원이었습니다.
언론에서 협회에 물어보니, 우리는 상급 연맹에 고발했다고 답을 했습니다.
기자가 다시 상급 연맹에 물었습니다.
상급 연맹에서는 "고발이 안 들어왔다. 그리고 퇴사해서 징계를 할 수 없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서로 떠넘기기 하는 것입니다.
복창이 터질 일입니다.
하급 종목협회는 상급에 고발한 것으로 자기 할 일 다 했다는 자세입니다.
상급 연맹은 퇴사하면 손댈 수 없지 않느냐라고 발을 뺍니다.
공직사회는 부정 관련자는 자기 마음대로 퇴사하지 못합니다.
제가 구청 감사담당관으로 근무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지방의회가 개회되었는데, 어떤 지방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저를 공격했습니다.
"부정에 연루된 직원이 사직서를 냈는데, 감사과에서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사직 처리를 없던 일로 하고 있다는데, 이게 말이 됩니까?"
"그 직원은 지금 조사 중입니다. 부정에 연루되어 조사에 들어간 직원은 임의로 사직할 수 없습니다. 조사가 끝나고 징계 수위가 결정될 때 사직이 가능합니다."
위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정비리혐의자가 임의로 사퇴해서는 안됩니다.
이를 하급 협회도 알면서 방치하는 것이고, 상급도 방관하는 것입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습니다.
법을 지키려는 의지가 없으면 법은 힘을 잃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