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삶조각사 이지원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책을 읽게 된다는 것은 삶에서 가장 크게 기뻐해야 할 정말 몇 안되는 축복입니다. 누구나 살면서 지금이란 시간에 겪게 되는 일은 모두 처음이고, 그 처음을 처음이 아닌 것처럼 만들어 주는 것이 이 세상을 먼저 살아간 선배 혹은 나와 같은 시간에 또 다른 공간을 사는 사람들의 경험일 겁니다. 그 경험에서 느낀 통찰을 고스란히 담은 것이 책이고, 책은 같은 시간을 살면서 또 다른 이의 삶을 경험하게 만듭니다.
그동안 계속 줄어들던 독서인구가 다행히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류를 위협하는 어떤 큰 시련과 위기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들고, 스스로 행복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어서 일 겁니다. 굳이 시시콜콜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엔터테이너 홍진경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공부왕찐천재 홍진경"에 나와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들으면서 크게 공감했고, 지금도 이 말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우리 라엘이가 진짜 책을 좋아했던 애예요. (지금은) 책에서 핸드폰으로 넘어갔어. 나 그게 되게 마음 아파. 내가 책을 왜 봐야 한다고 생각하냐면, 삶이 매 순간이 선택이에요. 글을 많이 읽으면 선택을 잘하게 돼.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선택을 하게 해요. 그건 분명해요. 그렇다면 영어 단어 몇 개 더 아는 게 뭐가 중요해요? 사유를 깊게 하고 좋은 선택을 하는 거. 그게 훨씬 더 필요하더라고 살아보니까.”
정말 맞는 말이에요. 3년간 1천권 프로젝트를 마치고 제일 많이 하게 된 생각이 바로 "생각"의 중요성이었습니다. 많이 아는 "지식"이나 "정보"가 아니라 "생각, 사유, 사고" 이런 것들이요. 우리 인생에는 그게 훨씬 중요합니다. 이후 저는 독서광으로, 작가로, 컨설턴트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책을 꾸준히 읽어간다는 것은 "생각"이란 이름의 고속도로를 만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처음 목적한 곳을 찾아가려면 아무래도 비포장에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탈 것의 제한도 받으며 고생고생해야 합니다. 마치 관련 분야의 첫 책을 읽을 때와 같은 기분입니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해당 분야의 책을 꾸준히 읽으면, 고소도로가 생겨요.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사유"라는 이름의 고속도로를 건설해두느냐에 따라 전국 각지가 골고루 발달하고, 생기 넘치는 나라가 되는 것처럼 우리 인생이란 여정도 다양한 색깔로 물들어 다채롭고 행복해집니다.
괜히 멋부리기 위해 책을 길 만드는 도구라 표현한 것만은 아닙니다. 고속도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동, 자본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 생각을 만드는 책도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하고, 애를 써서 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돈을 들여 깨달음을 가속화 해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삶은 어렵습니다. 두 번씩 세 번씩 사는 삶이 아니니까 힘듭니다. 지금 서로 만나게 되는 우린 전부 이 시간이 처음인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백범 김구 선생은 “돈을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이다. 직업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는다”고 하셨습니다. 책도 같아요. 성공에 맞춰 읽으면 공부가 되지만, 성공이나 돈을 넘어 읽으면 행복이 됩니다. 그렇게 선물처럼 주어지는 것이 "생각"할 수 있는 힘이고요. 그래서 전 책을 놓을 수 없고, 책을 통해 생각을 키울 수 밖에 없습니다. 왜? 행복하니까요.
책을 사랑하고 보니 책은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진 않습니다. 그 읽음이 삶이 되어야 진정한 책의 가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사색하고 사유하고 사고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결국 그것이 읽는 이의 삶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도 없습니다. 행동해야 합니다. 실천해야 합니다.
오늘의 읽음이 앎이 되고, 그 앎이 다시 삶이 되어 우리 삶을 다양한 색과 모양으로 꽃 피울때까지 전 책을 읽을 겁니다. 사랑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