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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Nov 15. 2024

삐딱선도 중독이고 습관이다

마음에 칼 품고 사는 사람들


멀쩡하게 아무 문제 없이 잘 살던 사람도 한 번 삐딱선 타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부정적으로 바뀝니다. 삐딱선도 중독이고 습관입니다. 주의를 기울이고 조심해야 합니다. 


잘 지내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입사 동기니까, 그 인연 20년도 훌쩍 넘었네요. 그 동안 말다툼 한 번 한 적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위치에서 저는 제 위치에서 각자 최선을 다해 살아왔지요. 한 번씩 연락 주고받기도 하고, 식사나 술자리에서 만나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입사 동기들이 모여 있는 밴드에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는데요. 그 친구가 저를 향해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은대는 회사 적응 못해서 그만뒀잖아. 적응 못한 사람치고는 지금 잘 된 거지 뭐."


어떤 의미로 그런 말을 했는지, 그냥 무심결에 아무 생각 없이 뱉은 말인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 한 마디가 제게 썩 유쾌하게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내가 회사를 그만 둔 게 부적응 때문이라고? 10년도 더 지난 일인데, 그럼 그 동안 계속 나를 부적응자로 보았던 것인가?


저는 나름대로 회사 생활 열심히 잘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나름 사업에 뜻이 있어 사직서를 낸 것인데, 이후로 회사에 남은 동기들끼리 저에 대한 이야기를 부정적으로 나눈 것 같아 기분이 몹시 상했습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고 이상하지요. 무려 20년 가까지 잘 지낸 친구인데, 그 친구 저한테 잘해 준 것도 많은데, 고작 그 한 마디 때문에 그 친구에 대한 감정이 싹 나빠졌습니다. 이후로 그가 밴드에 남기는 모든 말들이 불쾌했고, 자꾸만 딴지를 걸고 싶고, 아예 밴드를 탈퇴하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습니다. 


10년 넘게 글 쓰고 책 읽고 공부하면서 인생과 처세와 태도를 익혔는데, 그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었나 허탈하고 공허했습니다.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제가 회사를 그만 둔 이유가 이제 와서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아마 그 친구도 그냥 툭 뱉은 말일 겁니다. 저를 공격하거나 나쁘게 몰고 가려는 의도 전혀 없었을 테고요. 열 가지 스무 가지 잘해 준 친구를 그 한 마디 때문에 전혀 다른 존재로 인식하는 저 자신이 한심하고 답답했습니다. 


사람을 대할 때는 기본과 도리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모든 사고와 실수와 실패는 감정 때문에 벌어진다고 믿습니다. 사소한 감정 하나가 20년 우정을 갈라놓다니. 간장종지 같은 저의 심성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글쓰기도 다르지 않습니다. 초보 작가가 글을 쓰다 보면, 제법 잘 써지는 날도 있고 엉망인 날도 많습니다. 다른 사람이 내 글을 읽고 좋다 하는 경우도 많지만, 형편없다고 표현하는 경우도 적지 않거든요. 


누군가 나 혹은 내 글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한다 해서 그 사람에 대한 모든 생각을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견해가 다른데, 무조건 나와 내 글에 대해 좋게만 보라고 강요하는 태도는 억지이고 고집이며 이기적인 행동입니다. 


속상할 수 있지요. 무시하면 됩니다. 내 글에 딴지를 거는 사람도 중독이고 습관이라 그런 겁니다. 자신이 글을 잘 쓰지 못하니까 남 쓰는 걸 곱게 보지 못하는 거지요. 나쁜 사람이라기보다는 불쌍한 사람에 가깝습니다. 글 쓰는 사람이 넓은 마음으로 봐 주는 게 좋겠습니다. 


살다 보면 사람이나 사건을 이해하고 품는 때가 있는가 하면, 건건마다 삐딱하게 보일 때도 있는데요. 조심해야 할 것은, 한 번 삐딱하게 보는 습관 잘못 들이면 이후로도 계속 삐짝하게 보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은 정당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게 되고요. 


꽤 오랜 시간 지극히 긍정적이고 활력 넘치고 좋은 에너지 많이 가지고 있던 사람이 어느 순간 갑자기 돌변하여 삐딱한 인간으로 전락하는 꼴을 수도 없이 보았습니다. 놀랍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그렇게 사람과 사건을 삐딱하게 보는 습관 가진 사람의 경우, 자신이 가장 불행하고 불편할 게 뻔합니다. 주변 사람들도 그 사람 대하기가 영 어려울 테고요. 관계도 어긋나고 일도 잘 풀리지 않을 것이며 나중에는 똑같이 삐딱한 인간 만나 상처 입게 될 겁니다. 


생각 곱게 좀 합시다. 누가 무슨 이유로 나를 잡아먹으려고 안달 나는 일이 있겠습니까. 나 자신이 그렇게 대단한 인물인가요. 사람 사는 모양새가 다 거기서 거기이고,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 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마음에 칼 쥐고 사는 사람이 제일 불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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