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내 안에서 일어나는 두 가지 상반된 생각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성공을 갈망하는 마음. 그리고, 쉬면서 느긋하게 인생을 즐기고 싶은 마음. 가끔은 내가 모순 덩어리이고, 내면 갈등조차 화합시키지 못하면서 무슨 작가 강연가로 살아갈 것인가 고민하는 때도 많았다.
지금은 다르다. 나는 성공하고 싶은 마음 절절하며, 느긋하게 쉬면서 삶을 즐기고 싶은 마음 또한 가득하다. 이 두 가지 마음이 날을 세우며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내 안에 자리잡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성공하고 싶은 마음의 근원은 무엇인가. 한 번뿐인 인생에서 내가 가진 역량을 후회없이 발휘하고 싶은 욕구이다. 사업 실패로 술에 절어 낭비한 시간이 무려 6년이다. 돌이킬 수 없는 그 시간이 너무 아깝다. 잠을 줄여서라도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고, 내가 이를 수 있는 최대한의 수준까지 한 번 살아 볼 작정이다.
느긋하게 쉬면서 삶을 즐기고 싶은 마음의 뿌리는 무엇인가.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고 쓴 장 루슬로의 시구를 인상적으로 읽었다.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더 해! 더 해!"라고 채찍질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매일 일정 시간의 휴식을 취한다. 그냥 바닥에 누워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는 휴식이 아니라, 인생을 생각하고 사람을 고민하고 존재 가치와 본질을 짚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나이 오십 넘었으니 누가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할 일도 없지만, 만약 누군가 내게 "이제 그만 쉬고 일해야 하지 않나?"라는 말을 건넨다면 목에 핏대를 세우고 다툴 의지가 있다. "더 해서" 성공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겠지만, "덜 해서" 성공하는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 숨통을 조으는 성공보다 마음 느긋하게 비워내는 성공을, 나는 바란다.
달리는 성공에는 성취감이 있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있다. 땀과 노력, 그리고 시간이라는 가치를 인식하게 된다. 이것은 인생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깨달음이다. '나'라는 존재가 무엇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게 된다는 것.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기는 거다.
멈추는 휴식에는 만족감이 있다. 감사와 여유가 있다.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가 생각하게 된다. 맥 빠지고 허탈하고 허무해서 쓰러지는 일 없도록 막을 수 있다. 지금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이 내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든다.
하여, 나는 앞으로도 달리는 성공과 멈추는 휴식 사이 적절한 균형을 잡아가려 한다. 이것은 단순히 일과 휴식 사이 균형과는 개념이 다르다. 굳이 예를 들자면, 때로 히말라야 정상을 오르듯 모든 걸 걸고, 또 다른 때에는 아무것도 생각지 않고 모든 걸 내려놓는 것이다.
결국 둘 다 좋다는 아무말 아니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럼에도 내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지금 세상이 지나칠 정도로 성공만을 강요하는 분위기인 것 같아서이다. 나도 그런 분위기에 한 몫 했다는 사실 인정한다.
분명히 말하는데, 휴식 없는 전진은 결국 무너진다. 내 인생을 통째로 날리면서 경험했다. 돈 많이 버는 것도 좋고, 성공하는 것도 좋지만, "인생을 즐긴다"는 의식 없이 마구 질주하는 태도는 자신과 자기 삶에 대한 회의만 남기게 된다.
최근 주변에서 "돈에 환장한 인간"들을 보고 있다. 그들 나름대로는 인생 목표를 향해 비전 품고 나아가는 거라고 주장하겠지만, 내가 볼 때는 만사 제쳐두고 돈만 좇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만사 제쳐두는 건 너무 쉽게 저지르고, 돈만 좇는 건 뭐 그다지 열심인 것 같지도 않다. 결국 돈을 좇는다는 핑계로 다른 일 다 팽개치고, 돈도 제대로 못 벌고,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주저앉을 게 뻔하다. 균형이 무너지면 이렇게 되는 거다.
글 쓰고 책 읽자 하면, 당장 먹고 살기 바쁜데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다며 받아치는 사람도 있고요. 돈도 안 되는 짓을 왜 자꾸 하라고 하냐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먹고 살기 바쁘고 돈 되는 일만 추구하는 사람들이 과연 그 삶의 수준을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글 쓰고 책 읽는 행위는 제가 강조하는 '느림과 여유와 휴식'에 해당합니다. 질주를 위해 꼭 필요한 행위라는 뜻입니다. 쓰지 않고 읽지 않는 사람은 자기 삶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정돈도 되지 않습니다. 여유와 휴식이 없으니 조급한 마음으로 계속 달릴 수밖에요.
그런 방식의 질주로는 성취와 성공을 이룰 수 없습니다. 공자님 말씀이 아니라, 과거 제가 겪었던 일이기 때문에 이렇게 단언하는 겁니다. 8시간 노동을 표준으로 삼는다면, 적어도 한 시간은 숨을 고를 필요가 있습니다.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매일 잠시라도 '느림과 여유와 휴식'을 가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성공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쉬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적절한 균형 유지하면서 추구하려고 합니다. 모든 걸 바쳐 나아가는 태도도 필요하고, 느긋하게 숨 고르며 삶을 생각하는 시간도 꼭 가져야 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