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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편안하고 기쁘고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바라는 인생이겠지요. 하지만, 실제 인생은 그렇지 않습니다. 행복과 기쁨도 없지는 않겠지만, 아프고 괴롭고 외롭고 슬플 때가 훨씬 많습니다. 적어도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많지요.
어떤 것이 바람직한 인생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기꺼이 외롭고 힘든 길을 택하고 싶습니다. 영원한 게 아니라면 말이죠. 이유는 분명합니다. 기쁘고 행복할 때는 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전혀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외롭고 힘들 때, 저는 비로소 제가 어떤 인간인지 알게 됩니다. '나를 안다'는 것만큼 정신이 번쩍 뜨이는 일은 없습니다. 묘한 쾌감이 있지요.
어려운 철학 같은 말처럼 들릴 지 모르지만,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사랑에 푹 빠졌다고 가정해 봅시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기만 해도 행복합니다. 전화하면서 목소리만 들어도 즐겁습니다. 혼자 있으면서 상대방 얼굴만 떠올려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테지요. 오직 행복하고 기쁘고 즐거울 따름입니다.
그러나, 행복과 기쁨 뒤에 위기가 닥치면 두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네, 맞습니다. 좌절하고 슬퍼할 겁니다. 장미빛 세상은 어둠으로 덮히고, 밤새워 눈물을 흘릴지도 모릅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사랑의 결말은 권태와 이별이지요. 너무 극단적인 얘기 같나요? 지금 함께 살고 있는 배우자 혹은 오래 전에 헤어진 연인을 떠올려 보시면 금방 알 수 있을 겁니다.
반면, 외로움과 고통은 어떨까요? 시작 단계에서는 아프고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세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때 보이는 세상을 저는 '진짜'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마냥 좋을 때 보이고 들리는 세상과는 다릅니다.
'진짜'를 알고 나면 '가식과 거짓'을 구분하는 힘이 생깁니다. 저는 감사를 믿지 않거든요.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 설명을 해야겠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갖습니다. 진심 다해 감사합니다. 어떤 일이 생겨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자신을 감사하는 사람으로 소개하는 이들'은 믿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만난 대부분 '감사형 인간'은 모두 거짓과 위선과 허레허식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요. 컨디션 좋고 모든 일이 척척 잘 돌아갈 때는 누구나 다 감사할 줄 압니다. 뭔가 답답하고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러울 때, 그럴 때 감사할 줄 알아야 진짜 감사지요.
마냥 행복하고 즐거운 인생만 누렸다면, 감사하는 사람을 그저 감사하는 사람으로만 보았을 겁니다. 진짜를 모른 채 살았을 테지요. 글 내용이 너무 비관적인가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경험일 뿐입니다. 저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저와는 다른 경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자, 이제 본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럽고 외로운 상황이 닥친다고 해도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세상을 똑바로 보고 제대로 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기길 바랍니다.
사업에 실패하고, 모든 것을 잃고, 파산을 하고, 알코올 중독자로 살고, 감옥에 가고, 막노동만을 전전하며 살았습니다. 그야말로 최악의 인생을 살았지요. 그 시절의 저한테서는 술과 담배와 오물 냄새만 났습니다. 재래시장 화장실에서 비누도 없이 씻었으니 오죽했겠습니까.
힘든 시절이었지만, 저는 그 시절의 경험 덕분에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럴 듯한 글로 사람들을 위로하거나 괜찮다 토닥이거나 다 잘 될 거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쓰지 않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세상에는 그런 글을 쓰는 사람도 많지만, 저 같은 사람도 꼭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거든요.
세상은 따뜻한 위로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냉혹한 곳입니다. 진짜를 바로 알아야만 버티고 견뎌낼 수가 있습니다. 아니, 말을 바꾸겠습니다. 세상은 애초부터 좋은 곳도 아니고 나쁜 곳도 아닙니다.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눈으로 어떤 태도로 살아가는가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곳이 세상입니다. 좋은 세상에서 살고 싶다면, 먼저 세상이 어떤 곳인지 실체를 제대로 알아야 하고, 그런 다음 자신의 처세를 결정해야 하겠지요.
꽃길만 생각하는 사람은 작은 바람에도 휘청거립니다.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인생만 기대하는 사람은 작은 위기에도 좌절하고 절망하게 됩니다.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는 역경인데도 말이죠.
우리 안에는 엄청난 힘이 잠재되어 있거든요. 쉽게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어떤 일이 생기면, 인간은 그 상황에 적응합니다. 사업에 실패하면 세상이 무너지고 끝장날 줄 알았거든요. 그거 전부 다 견뎠습니다. 믿기지도 않습니다. 감옥에 가면 제 인생 끝장인 줄 알았는데요. 그것도 다 버텼습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술을 퍼마시고 막노동판 전전하며 거지같은 꼴을 해가지고 사는 모양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았지만 결국 저는 그렇게 다섯 식구 먹여 살렸습니다.
적응하고 견디고 버티는 힘이 우리 안에 다 있습니다. 그러니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고 걱정하고 염려할 필요 없습니다. 다만, 나에게 어떤 일도 생길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행복하고 기쁜 일만 생겼으면 좋겠다고 기대하고 바라는 것보다, 어떤 일이 생겨도 기꺼이 마주하고 버티고 이겨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지금 이 세상을 헤쳐나가는 마땅한 태도라고 확신합니다.
지금, 외롭고 힘든가요? 축하합니다! 당신은 진짜 인생을 살고 있는 겁니다. 말랑말랑한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강하고 멋지게 일어설 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