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사고 싶은 게 많은 거야!

계획 소비

by 해나

"엄마! 이 다람쥐 인형 입에 도토리 잔뜩 넣었나 봐. 볼이 이렇게나 통통해. 너무 귀엽다. 이거 너무 사고 싶어!"

테이프, 사인펜 등 생활용품이 필요해서 아이들과 함께 오랜만에 다이소에 들렀다. 테이프와 사인펜을 고르는데 보미와 수현이는 2층으로 올라가더니 귀엽게 생긴 커다란 다람쥐 인형을 갖고 내려왔다.

집을 나서기 전부터 다이소에 들리자는 말에 너무 좋아하는 보미와 수현이는 들뜬 기분으로 용돈통에 담긴 돈을 세어보더니 조금 빼서 지갑에 넣는다.

"다이소에서 마음에 드는 게 있을 수 있잖아. 용돈 조금 더 가져갈래."


"엄마! 그런데 이 다람쥐 인형 5천 원이야. 지갑에 3천 원밖에 없는데."

"집에 용돈통에 돈 있어?"

"아니. 이게 다 야. 다 가지고 왔어."

"그럼 3천 원 내에서 사야겠네. 용돈이 없잖아."

"그러긴 하는데. 이 다람쥐 인형 너무 귀여워서 사고 싶어."


"그럼 내일 받을 용돈 3천 원을 엄마한테 하루 먼저 달라고 해보면 어떨까? 그럼 살 수 있잖아."

오빠가 다람쥐 인형이 너무 사고 싶은 보미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말한다.

"음. 그러면 다음 주 용돈 3천 원을 쓰게 되잖아. 어떻게 하지?"

"꼭 사고 싶은 거야? 그럼 엄마가 하루 앞당겨서 일주일 용돈을 줄 수는 있어. 하지만 다음 주 소원통에 넣을 돈은 없네."

"아. 어떻게 하지."

"조금만 더 둘러보면서 생각해보고 알려줘."

막내 수현이가 어디에 있는지 한참 안 보여서 찾아 나섰다.

"엄마! 나 이거 사고 싶어!"

역시나 변신로봇, 자동차 장난감 앞에 서 있었다.

"수현아. 이거 5천 원이야. 수현이 지금 지갑에 얼마 있지? 한번 볼까?"

지갑을 열어 함께 세어봤더니 4천 원이 있었다.

"천원이 모자라네. 수현이 이 장난감 꼭 사고 싶은 거야? 4천 원 안에서 다른 거 고르는 건 어때?"

"나 이 변신로봇 꼭 사고 싶은데."

수현이는 못 사면 곧 울 것만 같은 표정으로 나를 봤다.

"그럼 수현이도 내일 엄마가 줄 일주일 용돈에서 천 원만 미리 쓸래?"

"누나도 그렇게 했어?"

"누나는 생각 중이야. 어떻게 할지."

"응. 난 이거 살래."

"알겠어. 대신 다음 주 용돈은 2천 원이야. 오늘 천 원 썼으니까."


필요한 용품들을 사고 둘러보는데 보미가 다가오더니

"엄마, 나 다람쥐 인형 말고 이거 살래. 이건 2천 원이야."

역시나 귀엽게 생긴 토끼 뿅망치 인형이었다. 하지만 2천 원. 보미 지갑에 있는 용돈으로 살 수 있는 가격이었다.

"다람쥐 인형 안 사도 괜찮겠어? 갖고 싶어 했잖아."

"응. 괜찮아. 이것도 귀여워. 그리고 내 용돈으로 살 수 있어서 이게 좋아. 이거 사도 천원이 남아."

"좋은 생각이야. 다음 주 용돈은 다른 필요한데 쓸 수 있게 되었네."

"다람쥐 인형은 돈 모아서 다음에 사지 뭐."

조금 아쉬워하는 표정이었지만 토끼 뿅망치 인형도 무척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아이들 장난감은 어린이날, 생일날 외에는 거의 사주는 편이 아니라서 다이소에 가끔씩 들릴 때면 아이들이 너무나 사고 싶어 한다. 올봄부터 용돈을 일주일마다 받으면서 돈이 생기니 아이들이 계획적으로 돈을 쓰는 연습을 했으면 좋겠어서 사고 싶은 장난감은 용돈 내에서 쓰도록 하고 있다.


보미와 수현이는 서로 고른 장난감에 대해 얘기하며 1층으로 내려가 계산대에서 직접 지갑에서 돈을 꺼내 결제를 했다. 세 번째인데 둘이서 스스로 결제하는 모습이 꽤나 자연스럽다.



이 날 저녁 보미에게 또 한 번의 갈등과 선택의 시간이 찾아왔다.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더워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까 해서 마트에 들렀다.

"와! 수현아 이거 봐! 헬로키티 피규어가 들어 있어. 너무 귀엽겠지."

아이스크림 옆칸에 보미가 좋아하는 헬로키티의 피규어가 들어있는 젤리가 있었다.

"얼마지? 3천 원이네. 나 천 원밖에 없는데. 어떻게 하지. 이거 사고 싶은데."


"보미야. 우린 아이스크림 사러 마트에 온 거잖아. 그리고 돈도 부족하고. 다음에 돈 모아서 사자."

평소에 장난감을 사달라고 하는 편이 아니라서 피규어 젤리 정도야 하면서 사줄 수도 있었지만 돈을 계획적으로 쓰는 습관을 길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엄마, 그런데 여기 집에서 멀어서 또 오기 힘들잖아. 그때 없을 수도 있고."

"그럼 어떻게 하고 싶어? 보미 천 원밖에 없잖아. 이건 3천 원인데."

"혹시 내일 받을 용돈 오늘 미리 받아서 사면 어때? 나 정말 사고 싶어."

"안 되겠다! 보미한테 하루치 이자 받아야겠다!"

오빠가 장난 섞인 말투로 얘기를 했다.

"이자?"

"응. 엄마한테서 2천 원을 빌리는 거잖아. 내일 용돈에서 갚을 거고. 그러니 빌린 돈에 대한 오늘 하루치 이자를 받겠다는 거지."

"너무해. 아빠!"

"알겠어. 대신 보미 다음 주 용돈은 천 원이다. 알지?"

"응. 알겠어."


"그런데 다음 주 소원통에 넣을 돈 있겠어? 마당 있는 집 갖고 싶다고 소원통, 투자통에 매주마다 모으고 있잖아. 이렇게 마트, 다이소 갈 때마다 사고 싶은 걸 다 사면 보미가 꼭 필요한 데 쓸 돈이나 보미의 소원을 이룰 돈이 없어지잖아. 어떤 게 중요해?"

"이번은 어쩔 수 없었어. 너무 사고 싶었어. 어휴. 왜 이렇게 사고 싶은 게 많은 거야!"

보미의 진심 어린 말에 오빠와 난 서로를 바라보며 한참을 웃었다.

"맞아. 세상엔 사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엄마도 사고 싶은 게 있을 때는 보미처럼 눈에 막 아른거리거든. 너무 사고 싶어서 말이야. 그래서 돈을 계획 있게 쓰는 게 중요해. 보이는 것마다 사고 싶다고 다 살 수는 없어. 보미가 오늘 아침에 집에 나설 때 3천 원 정도 쓰겠다고 생각해서 가지고 왔으면 그 안에서 사도록 해야 해. 돈을 계획적으로 쓰면서 보미가 꼭 필요로 하는 곳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썼으면 좋겠어."


"보미, 수현이 지금 엄마한테서 일주일마다 용돈을 받으면 천 원씩 용돈통, 소원통, 투자통에 넣고 있잖아. 용돈통에 든 돈은 보미 수현이가 자유롭게 쓰기 위한 돈이고, 소원통은 마당 있는 집 갖기 위해, 동물원 가기 위해 모으는 통이잖아. 그리고 투자통은 좋아하는 회사의 주식을 사서 투자하려는 돈이잖아.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우려고. 보미가 돈이 생기면 이렇게 계획적으로 돈을 관리하는 게 중요해."


"다이소에서 다람쥐 인형 너무 사고 싶었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고 보미 용돈 내에서 살 수 있는 토끼 뿅망치 인형으로 산 거 대단해. 너무 잘했어. 앞으로도 돈을 계획적으로 쓰도록 해보자."

사고 싶은 장난감을 너무 쉽게 아무 고민 없이 사는 것이 아닌 가지고 있는 돈을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선택을 했던 보미가 기특해서 칭찬해주고 싶었다.


소비하는 즐거움도 있는 건데 아이들이라고 해서 어른들 마음대로 선택하거나 무조건 안된다고 하는 건 아이들에게 평생 안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내가 번 돈으로 옷이나 신발을 살 때의 즐거움처럼 아이들도 자신이 모은 용돈으로 좋아하는 장난감을 살 때의 즐거움이 그러하겠지.


"헬로키티 피규어는 보미가 너무 사고 싶어 해서 그랬지만 다음번엔 계획에 없던 것을 사는 것 좀 줄여보자.”

"응. 다음 주 용돈 천원은 소원통에 넣고 일주일 동안 돈 안 쓸 거야."

"정말? 대단한데."

"그런데 나 뿅망치 인형도 사고 헬로키티 피규어도 사서 오늘 기분 너무 좋아! 수현아, 너도 변신로봇 장난감 사서 좋지?”

보미는 수현이도 같은 마음이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수현이를 지긋이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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