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하리 지음
며칠 전 뉴스 기사에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가 네이버 밴드를 제치고 인스타그램이 되었다고 했다. 밴드든, 인스타그램이든, 유튜브든, 카페든 몇 년 전과 다르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중 최소 한 가지씩은 하루 몇 분에서 몇 시간은 꼭 하는 것 같다. 나 또한 하루에도 몇 번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수시로 들락날락 거린다.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빠른 속도로 여기저기 바꿔가며.
요즘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트렌드가 너무 빨리 바뀌어서 못 쫓아가겠어!"라는 말을 듣는다. "요즘 이게 유행이야!" 이랬다가 며칠 뒤 "그건 이미 한물갔어!"라며 옛 것으로 취급해 버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인기 검색어가 최소 3,4일은 고정이었는데 요즘엔 하루에도 두 세 차례나 바뀌는 경우도 많다. 넷플릭스를 보며 인스타그램을 들어가고, 심지어 영화나 드라마조차 유튜브에서 요약본으로 보며 우린 무얼 위해 이렇게 순간순간을 쫓기듯 살아가나 싶다. 짧은 휴식에, 이동 시에 릴스, 숏츠를 보며 스크롤을 빠른 속도로 무한정 올리는 데 나 또한 늘 후회가 따라온다. "시간이 또 후딱 가버렸네." "또 다른 길로 샜어!" "이걸 하려던 게 아닌데 또..!"
너무 빠른 속도, 너무 잦은 멀티태스킹, 쏟아지는 정보들로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내지 못한 채 집중력은 파괴되고 있다. 이미 알고 있고 그 위험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그럴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을 탓하고 있었기에 더더욱 이 책, <도둑맞은 집중력>이 읽는 내내 크게 와닿았다.
인상 깊었던 첫 번째 부분은,
우리가 사용자에게 '하트'와 '좋아요'를 줘서 셀카 찍는 행동을 강화한다면, 씨앗을 더 먹기 위해 강박적으로 왼쪽 날개를 펼친 비둘기처럼 사용자들도 강박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할까? 가능하는 것이다.
분열과 몰입. 분열은 우리를 더 작고 얄팍하고 분노하게 만들고 몰입은 우리를 확장한다. 조악한 보상 때문에 춤추는 데 주의력을 낭비하는 스키너의 비둘기가 되고 싶은지, 자신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을 찾아냈기에 집중할 수 있는 미하이의 화가가 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두번째로 집중력에는 세 가지 형태가 있다고 한다.
스포트라이트. 즉각적인 행동에 집중하는 것. 초점을 한 곳으로 좁히기 때문.
스타라이트, 별빛. 장기적인 목표. 그러니까 시간이 드는 프로젝트.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별을 올려다보면 자신이 향하던 방향을 다시 찾을 수 있기 때문.
데이라이트, 햇빛. 애초에 자신의 장기적 목표가 무엇인지 파악하게 해주는 집중 형태. 심사숙고하며 명료하게 생각할 수 없다면 이런 질문의 답을 알아낼 수 없다. 눈앞의 광경이 햇빛으로 가득할 때만 주변 상황을 명료하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
우리가 별빛과 햇빛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성찰과 공상, 사색을 지속할 때뿐. 이는 딴생각의 중요성과도 관련 있다. 내 주의력에 배회할 공간을 줌으로써 나의 사고가 더 예리해지고 더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다. 생각이 배회하게 내버려 두는 것은 집중력이 허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집중력의 한 형태이다.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그려보기 시작하며 그동안 알게 된 다양한 정보를 연결한다.
마지막으로 추가로 스타디움 라이트. 경기장의 빛. 이 책의 작가 요한 하리가 강조하는 점이기도 하다. 서로를 보고, 서로의 소리를 듣고, 집단의 목표를 세워 이를 이루고자 함께 싸우는 능력.
우리의 집중력 위기를 해결할 때에만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결론도 인상 깊었다. 집중력 위기의 시대. 개인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으며 원인은 개인의 잘못된 습관이 아니라 근본 원인은 사회에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집중력의 반란을 일으킬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집중력을 되찾기 위해 싸워야 한다. 싸우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부분일 것 같다. 우리의 집중력이 잘 자라서 잠재력을 온전히 피워내기 위해 깊이 집중하는 능력은 특정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성인에게는 몰입이 필요하고, 책을 읽고, 자신이 집중하고 싶은 유의미한 활동을 찾고, 자기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배회할 공간을 마련하고, 신체 활동을 하고, 잘 자고, 뇌가 건강하게 발달할 수 있도록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안정감을 느껴야 한다. 또한 우리의 집중력을 방해하고 성장을 막기 때문에 차단해야 할 것들도 있다. 지나친 속도와 전환, 지나친 자극, 우리를 공격하고 중독시키는 침략적 기술, 스트레스, 탈진, 우리를 각성시키는 식용색소로 범벅인 가공식품, 대기오염이 그러한 것들이다.
이제 우리의 집중력은 선인장보다는 난초에 더 가깝다. 난초는 조심해서 다루지 않으면 말라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