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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백맘 Aug 16. 2023

1. 설움구덩이 둘째 딸

고백맘-실패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실패!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연년생인 언니와 종갓집 장손인 5살 터울의 남동생 사이에 낀 천덕꾸러기 둘째였다.


딸 둘을 낳은 것이 죄인인 양 엄마는 시어머니의 구박을 받으며 남몰래 눈물을 쏟았고, 그러다가 낳은 아들이 젖먹이 때부터 잔병치레를 달고 살았으니 엄마의 신경은 온통 귀한 아들뿐이었다.


거기다 엄마는 피아노에 남다른 재주를 보인 언니를 피아니스트로 키우기 위해 대회 준비와 연주회 등 뒷바라지로 여념이 없었고, 여느 집처럼 아빠는 자식들 거둬 먹여 살리기 위해 바쁜 가장이었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나의 존재감은 없었고,

소위 내던져진 자식이었다.     


"나.. 다리 밑에서 주워 온 거 맞지?"라는 말을 하며 엄마한테 대들기도 했다.    


 '초등' 예전엔 국민학교라고 불린 그 시절,

그땐 한 반 60명 가득 채운 콩나물시루 같은 과밀집 학급이었고 언니는 수천 명 전교생 중 '전교 피아노 반주자'로 학교 스타였다.


'누구누구 동생'으로 선생님들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불려졌고 언니랑 닮지 않았다는 말이 제일 큰 스트레스였다.


이 울분과 설움 가득 안은 어릴 적 별명 '찡순이'이었던 난, 혼자 생각하고 공상의 시간을 보내며 마음속 방에서 홀로 지냈다.


 빨간색 계몽사 문학전집이 친구였고, 학습이나 친구 관계의 고민을 가족에게  털어놓지 못한 채 혼자 끙끙거리며 속앓이 했다. 무언가 잘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고 답답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보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나이 13살..


지금 내 딸아이 나이와 같은 어린 꼬마였던 난, 모든 걸 혼자 생각하고 판단하며 하나씩 깨쳐갔다. 무얼 하고 싶은지,

어떤 친구와 성격이 잘 맞는지,

갈등하며 화해하는 과정 속에 관계를 배워갔다.      


그러다가 이 독립심을 더 키우게 된 사건이 있었다. MBC '꾀꼬리 노래동산' 어린이 프로그램에 부모님 동의 없이 원서도 내고 오디션을 봤다.


주말, 월말, 기말 대회까지 상 받고, TV에 얼굴도 나와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았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인 내가 스스로 준비해서 좋은 결과도 얻고 처음으로 칭찬이라는 걸 받으니 자신감도 얻게 되었다.


그 후, 고등학교 시절 뒤늦게 공부하여 성적 급상승시킨 일, 대학시절 장학금 받고 공부하여 배낭여행 간 일, 회사 취직하여 사람들과 좋은 관계에서 인정받은 일등 크고 굵직한 인생의 사건들은 '어설픈 판단과 선택'으로 결정되었다.


실패와 반성의 시간을 가질 틈 없이 10대 후반과 20대 시절은 뒷받침해 주는 좋은 조건들과

맞물려 너무 이른 꽃을 피웠다.       


그리곤, 내 나이 서른 즈음 엄마와 처음으로 결혼 문제에서 갈등하며 대치했다.    


"널 누가 꺾겠어? 네 마음대로 해! 대신 후회해도 네 선택이야!"    


엄마는  고집을 꺾지 못했고 항상 그랬듯이 깊게 생각할 겨를 없이 내 선택이 정답인양 다른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공부방 아이들에게 종종 하는 말이 있다.   

  

"실패하지 않는 삶이 진정한 실패야. 실패 속에 성장이 있어."    


아이들이 시험이나 좌절할 일들을 겪고 의기소침할 때 '실패 축하파티'도 열어 주고, 격려한다. 

 경험을 덧붙이며 더 많은 실패를 하라고 조언한다.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던 언니는 사춘기 시절 엄마와 갈등하다 피아노를 그만뒀고 지금은 공기업 간부로 일하고 있다. 자식을 키우며 드러나는 모난 점을 돌아가신 엄마 탓으로 돌리며 종종 불평한다.

     

"난 어릴 적 피아노밖에 안쳤고, 친구들 사귈 틈이 없어서 사람 마음이나 관계에 대해서 잘 몰라. 그래서, 부하 직원들을 어떻게 다뤄야 될지, 또 아이 마음도 모르겠어."     


인생에 정답은 없다. 지금 가고 있는 길 보다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해선 항상 후회와 미련이 남는 법이다.


난 수많은 실패를 겪으며 여러 사람들의 조언을 아낌없이 받아들이고 반성하며 성장의 발판으로 만드는 법을 선택했다.


빠르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시간이 흘러 되돌아보니 결코 빠르지 않았고, 

'무슨 일이든 때가 있어'라고 합리화하며 보낸 시간 속에 놓친 도 있었다.    

  

‘찡순이’, ‘설움구덩이딸’은 결혼 후, 여러 시련을 겪으며 철없던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했고, 

이제는 삶의 강약을 조절하며 좀 더 현명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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