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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백맘 Nov 09. 2023

8. 두 번째 삶

첫 번째 수술이 가지는 의미

얼마 전, 유튜브 세이브 더칠드런 광고 영상에서 부모 없이 아픈 할머니와 살아가는 아이의 이야기가 나왔다. 세상에 홀로 남겨질 아이 때문에 눈도 제대로 못 감겠다는 할머니의 말이 가슴에 저려와 폭풍 같은 눈물을 쏟았다. 그리곤, 홀린 듯 홈페이지에 접속해 매달 3만 5천 원 후원 서류에 사인하고 후원자가 되었다.


할머니의 모습에서 어린 둘째를 두고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무너졌던 10년 전, ‘43세의 내’가 떠올랐다.


“선생님, 우리 둘째, 3살이에요. 괜찮겠죠?”

의사 선생님을 붙들고 한참을 울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래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오래 살고 싶다고 말하는 그 할머니처럼..      


수술대에 올라서도 엄마를 찾을 어린아이와 예민한 사춘기 아이 걱정뿐이었고,

마취 가스에서 깨어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양쪽 임파선 전이로 수술시간도 오래 걸렸고 회복도 느렸지만 아이들만 생각하며 버텼다.      


앞으로 20년을 더 산다 해도 둘째 나이 23살. 내 나이 36살에 엄마를 보내고 이렇게나 서러운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엄마 자리 오래오래 지켜 주는 것이라는 걸 알면서 난 왜...

아침에 눈 떠 믹스 커피로 정신 차리며 운동이랑 담쌓고 내 몸 돌보지 않은 후회가 밀려왔다.

씻기고, 먹이고, 읽어 주고, 재우고.. 그런 평범한 일상의 저녁이 그리웠다.     


그리고, 엄마가 생각났다.


“안 되는 거 어쩌겠어? 너무 애끓고 살지 마~ 대충 살아~”


대충 살지 못하고 자식 걱정만 하다 먼저 간 엄마.

내 몸 하나 챙기지 못하고 애만 끓이는 나.

나는 엄마와 닮아 있었다.          


나이 40에 아이를 낳고 몸조리조차 제대로 못한 채 동동거리며 살다 병까지 왔고,

내가 무너지니 아이들은 자연히 엉망이었다.

게임의 맛을 완전히 알게 된 큰 아이.

새벽까지 게임하니 아침에 일어나지 못했고, 누가 챙겨주지 않으니 일상이 무너졌다.

엄마 부재의 불안함을 단 음식으로 풀며 tv 속 세상에 푹 빠진 작은 아이.

그토록 잡고 싶고 애썼던 모든 부분이 한순간에 무너져 있었다.    

 

수술전 날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아등바등 살았는가.

아이들 뒤만 쫓던 엄마.

 ‘나’를 볼 줄 몰랐던 엄마.

내 머릿속은 온통 다른 사람들 걱정으로 채워졌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며 살고 있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살고 있었나. 손 하나 까딱 않고 움직이지 않고 살던 나인데.

부모의 마음을 모른 채 당연시받고, 철없이 자랐던 나.

엄마가 잠시 자리 비우니 자기 할 일 스스로 하지 못하는  내 아이.

나와 내 아이 그리고, 엄마.


자식에게 진짜 물려줘야 할 것은 무엇인가.      


퇴원 후, 회복을 위해 친정에 2주간 머물며,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처음으로 느끼는 숨 쉴 수 있는 시간이었고,

아빠는 힘든 상황에서 기댈 수 있는 큰 나무였다.

나에게 이런 큰 나무가 있다는 걸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걸 느꼈다.      


모든 걸 덮어두고 친정에 몸을 맡긴 채 하루하루 보내며 지나온 삶을 돌아보았다.


나는 어떤 엄마인가.

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첫 번 째 수술은 삶을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고,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두 번째 삶은 이렇게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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