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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 Feb 02. 2022

프리랜서로의 여정의 시작 [상]

간호학과 학생은 어떻게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되었나 - 1

어렸을 때부터 나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새로운 것을 접하고, 시도하고, 실패하는 과정을 즐겼다. 이러한 성향 덕분에 학업 성적도 뛰어난 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성향 때문에 '별종' 소리를 듣기도 했다. 


학창 시절부터 유별난 학생이긴 했다. 이제는 오래되어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이 반 1등이 누구야?"라고 물어보는 선생님들의 질문에 손을 들면 항상 "네가?"라는 반응이 돌아오곤 했으니까. 대학생이 되어서도 그 성향은 계속 유지되었다. 아니, 성인이라는 자유가 주어진 덕분에 더 심해졌지. 


머리를 빨주노초파남보... 까지는 아니고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으로 물들이고 다니고. 귀걸이를 손바닥만한 걸 착용하고 다녔다. 미팅 나가서 유재석에 빙의해서 자리를 이끌어가기도,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대시해보기도 했다. 서울에 막 상경했을 때는 문명특급의 전신인 '스브스 뉴스'에서 대구에서 올라온 사람을 찾는다기에 지원해서 SBS 방송국에 가 촬영도 해봤다. (재재님이랑 밥도 먹었는데, 이때의 이야기는 나중에 또 풀도록 하겠다.) 



처음에는 용돈을 받아썼는데, 하고 싶은 거 입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다 사려니 돈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기숙사비에 학비에 용돈까지 받아 쓰는데 부모님께 손을 더 벌릴 수가 없었다. 어디 돈 나올 구석이 없나? 생각하던 차에, 트위터에서 '커미션'이라는 걸 알게 된다.


다양한 종류의 커미션이 있지만, 그 중에 관심 가는 건 연예인들 굿즈 도안을 만들어 주는 커미션이었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사진이나 영상에 관심이 많아 포토샵을 조금 다룰 줄 알았다. 만드는 방법을 찾아보고, 제작 업체에서 올려둔 가이드를 살펴보니 조금만 공부하면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또, 무작정 도전했다.


처음에 해주던 건 포토샵으로 슬로건 도안 만들기였다. 그때는 오프가 성행하던 시절, 사람들이 무대를 기다리며 슬로건과 포토카드를 나눔하고 교환하는 문화가 활발했다. 슬로건은 비교적 디자인도 쉽고, 도안 형식도 쉬웠다. 그냥 업체에서 요구하는 여백에 맞게 틀을 만들고 텍스트를 써서 이미지로 저장하면 됐으니까. 그래도 무서워서 처음에는 무료로 몇 명에게 도안을 만들어 주었다. 무사히 인쇄가 되어 완성본이 나오는 것을 보고 본격적으로 돈을 받기 시작했다.


무료로 만들어준 슬로건 포트폴리오를 보고 조금씩 일거리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초반이니 가격도 싸게 설정했다. 오랜만에 포토샵을 만지니 재밌었다. 재밌는 일을 하는데, 돈까지 벌다니! 약속이 없는 날엔 강의를 마치고 기숙사에 들어와 커미션 작업을 하기에 바빴다. 이상하게도, 과제를 할 때와는 다르게 생기가 돌고 의욕이 넘쳤다.


그렇게 조금씩 일이 손에 익숙해질 때쯤, 몇 가지 문제가 생겼다.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돈이 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쟁력을 위해 단가를 낮췄는데, 그러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졌다. 또, 슬로건 이외에 다른 도안도 가능하냐는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 슬로건 외에 포토카드도 함께 만들어주면 돈도 더 많이 들고 한번에 일을 받으니 시간도 적게 들 텐데 싶었다. 


그래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싼 가격으로 경쟁력을 맞출 수 없다면 디자인 실력을 올려야 했다. 남들이 할 수 없는 기술과 감각이 있어야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서라도 나에게 맡길 테니까. 문제는 나에게는 타고난 디자인 재능이 1도 없다는 것이었다. 디자인에 문외한이었으니 어떻게 공부를 해가야할지 그 방법도 알지 못했다. 


무작정 벤치마킹을 시도했다. 벤치마킹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한 거다. 구글에 '슬로건 디자인'을 검색해서 예쁜 디자인이 있으면 따라 만들어봤다. 이 도안에는 글씨에 테두리가 있는데 어떻게 한 걸까? 방법을 모르겠으면 또 검색했다. 구글이나 유튜브에 '포토샵 글씨 테두리' 이런 식으로 검색해서 공부했다. 예전에는 한글 튜토리얼이 많이 없고 외국에서 쓴 영어 튜토리얼이 많아서 애를 먹기도 했다. 


도안 하나하나 뜯어가며 아, 강조하는 부분에는 색을 이런 식으로 넣으면 예쁘구나. 배경에 별 사진을 합성하려면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를 습득했다. 글로 적으니 몇 문단 안 되지만 이 과정을 나는 5년째 하고 있다.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으니 모르는 것이 생기면 그때그때 학습하며 성장하고 있다. 여튼, 디자인을 이런 식으로 공부하고 있으니 슬로건 도안에서 다른 도안들로 사업을 확장할 때가 왔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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