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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Jul 16. 2024

너에게 보내는 아홉 번째 편지

As always



가서 뭘 할지는 그날의 나에게 맡기고 마음 가는 대로 한번 지내보려고 해.





To.


방콕에 온 지 3일 차! 난 지금 파타야로 가는 버스 안에 있어. 1일 차에는 볼트라는 어플을 깔고 오토바이 뒤에 타서 방콕 시내를 누볐는데 정말 아찔한 순간들이 많았다. 호주에서 3000km 로드트립을 했었고 좌핸들 우핸들 모두 가능하지만 방콕 기사님들은 존경이 들 정도였지. 차들의 좁은 틈 사이로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지나다니고 그걸 신경 쓰면서 차선을 변경해야 하니 정말 대단하시다 생각이 들더라고. 오토바이에 내리면서 다시는 타지 말아야지 하면서 이곳은 택시가 안 잡혀 어쩔 수 없이 타버렸다.. 태국에서 갑자기 내가 죽는다면 오토바이 사고일 거야 분명.


향신료 넣은 음식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고수 그득한 태국 음식이 먹기 힘들어서 강제로 다이어트 중이야. 유일하게 맘에 드는 건 눈 뜨면 수영장에 뛰어들 수 있는 호텔정도 ㅎ



2일 차에는 야시장에 가서 그때 처음으로 너무 좋다는 말이 나왔어. 음식도 여전히 입에 안 맞지만 뭐랄까 태국 특유의 사람 사는 냄새가 느껴져서 좋았던 거 같아. 영어가 되지 않아 손짓 발짓으로 물건을 설명하는 모습이 호주에 초기 정착했을 때 간절한 내 모습을 보는 거 같은 거 있지. 덕분에 난 태국 전통 바지도 사고 티셔츠도 4장이나 구매했다..ㅎ 다음날 방에서 나올 때 청소 하시는 분과 마주쳤는데 그 일을 해본 사람만이 아는 감정을 느껴 나도 모르게 팁을 꺼내고 있더라.



파타야에 와서는 밤문화를 즐기려고 거리에 나갔는데 정말 놀랐어. 내가 생각한 건 상인들이 물건을 팔면서 흥정을 하고 그들이 켜놓은 잔잔한 불빛이 거대한 빛을 이루어 거리를 밝히는 거였는데 이곳은 엄청난 네언사인과 성적인 말들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판을 치더라고. 혼자 그 길을 걷고 있으니 재밌다는 생각보다 앞만 보고 다시 돌아나가자 생각이 강해지면서 생존 본능이 올라오더라.. 알고 보니 파타야는 미군기지가 주둔했던 곳이어서 향락과 유흥이 발달했다고 해. 그 나라의 문화가 이해가 안 갈 때면 유틉으로 공부를 하는 편인데 이번에 태국 역사와 음식 문화를 깊이 배우고 있어.



파타야에서는 특별하게 한 게 없다. 그냥 길거리 구경하다가 쇼핑몰 가서 밥 먹고 다시 호텔에 들어와 낮잠 자고 일어나 수영한 게 전부야. 애초부터 관광이 목적이 아니라 쉼이 목표였으니까. 그렇지만 중간중간 러시아, 프랑스, 미국, 스코틀랜드 친구들과 같이 펍도 들리고 맛집도 가면서 놀았던 게 좋은 추억이 될 거 같은 곳이었어.



난 유쾌한 택시기사님과 함께 다시 방콕으로 가는 중이야. 가서 뭘 할지는 그날의 나에게 맡기고 마음 가는 대로  한번 지내보려고 해. 다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지금이라도 푹 쉬어놔야 될 테니까. 너도 그런 순간이 오면 나한테 사진 잔뜩 보내줘 눈물 쏟으면서 부러워해줄게! 시간이 늦었다 잘 자~!


From. 방콕 코리아 타운에서

한결 :)




p.s 난 원정 다이어트 하나 봐.. 입맛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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