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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Jul 09. 2024

너에게 보내는 여덟 번째 편지

As always



우리 너무 손에 꽉 쥐고만 살지 않기로 하자 때로는 놓는 연습도 필요하니까 말이야.





To.


어제는 태어나서 처음 받아 본 소개팅이 있는 날이었어. 친한 카페 사장님이 주선해 주셨는데 어떻게 먼저 연락을 해야 할지도, 무슨 말로 대화를 이어갈지도 모르겠더라. 곧 있으면 태국에 가서 시간이 많이 떠버리니까 그냥 후다닥 날을 잡고 그분을 만나러 연남동에 갔어. 내 우려와는 다르게 카페에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분도 워홀 경험이 있으셔서 대화의 주제가 더 풍성해지는 느낌이 들곤 했지. 빈손이었던 나와는 다르게 첫 만남에 선물을 주셨는데 그 마음이 너무 이쁘더라. 그게 쉽지 않은 걸 더 아니까 정말 감사했어. 저녁을 끝으로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민국이가 보고 싶어 무작정 연락을 했어. ’어, 와 ‘라는 대답을 듣고는 민국이네에서 졸려서 눈이 감기기 전까지 한참을 수다를 떨었다.  그대로 거기서 잠을 자고 담날에는 내추럴하게 어깨가 축 처진 티셔츠와 힙한 바지 질질 끌면서 약속 장소 갔는데 동기가 ‘오빠 어제 그러고 소개팅 갔어? 미친 거 아니야?’ 하더라고. 그때 깨달았다. 내 첫 소개팅은 망했구나..



저녁에는 호주에서부터 알게 되고 사랑으로 날 보듬어 주셨던 초록 작가님 내외 분들을 망원동에서 만나기로 했어! 그분들은 호주 영주권자이셔서 한국으로 여행을 오셔서 출국하시기 전 시간이 돼서 같이 저녁으로 돼지 오마카세를 먹었다 ㅎ 식사를 하면서 그분들께 정말 속 깊은 이야기까지 털어놓았는데 본인들의 인생 이야기들을 해주시면서 오히려 생각의 폭을 넓혀주시더라. 은사님이 내게 해주신 말씀 중에서 우리는 노력을 해서라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한다 하신 말씀이 이분들과 교제하면서 떠올랐어.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그 기억을 간직하며 집에 돌아오니까 피곤을 잊게 만들어 주거든.



오늘 저녁 비행기를 타고 난 태국으로 떠나! 저번에 제연이랑 단 둘이 술 먹는 자리에서 ‘정민아 너는 이제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너한테 돈을 좀 쓸 시기인 거 같아.’ 말했던 적이 있었어. 집에 와 침대에 누워서 그 말을 곱씹어 보다가 태국행 비행기표와 6성급 호텔들을 예약했지. 생각해 보니 지난 29년간 난 한 번도 호텔에서 혼자 자본 경험이 없었어. 돈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항상 12명씩 쓰는 호스텔에 가서 짐을 누가 훔쳐가지 않을까 케리어 위에 손을 올리고 자고는 했었거든. 이번 태국 여행이 그동안 쉼 없이 달려온 나에게 주는 선물이자 다시 뛸 수 있는 힘을 비축하는 시간이 됐으면 해!

우리 너무 손에 꽉 쥐고만 살지 않기로 하자 때로는 놓는 연습도 필요하니까 말이야. 태국 가서 또 편지할게!


From. 널브러진 옷들을 바라보며

한결 :)




p.s 짐 싸기 너무 귀찮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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