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always
훗날 이 순간을 돌아보며 그땐 그랬었다 웃으며 회고하는 날이 분명 올 거야. 난 널 믿어 의심치 않아.
To.
모의고사를 마치고 독서실로 향하는 힘없는 발걸음이 느껴진다. 내가 방금 무엇을 풀었나. 아니 그냥 쳐다만 본거 아닐까 싶겠지. 자책도 엄청 했을 거야. 이 길이 맞을까 절망과 함께 자기혐오도 들겠지만 그래도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시험 보느라 고생했어.
억지로 책을 펴보지만 시험 여운이 채 가시질 않고 그냥 팍 울어라도 보면 풀릴 거 같은데 울어지지가 않아서 답답하겠다. 긴장이 풀리면서 그냥 집에 가서 자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지만 스터디 플래너에 적은 것들을 미룰 수는 없으니까 억지로 하려고 앉아 있는 것도 대단해. 나 같으면 벌써 집에 가고 유튜브 보면서 욕만 실컷 하다가 다음날 현타 와서 후회 할거 같은데..
펜이 도저히 잡히지 않아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을거야. 첫 층으로 가면 여기서 도망치고 싶고 마지막 층으로 가면 괜스레 사람들 뒤섞인 거리를 한참 내려다볼 테지. 저들은 다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각자의 불안감을 안고 있으면서 살아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속으로 되뇌이면서.
네 소망이 보여.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고 싶고, 같이 살아낼 이유들을 함께 찾는 모습들 말이야. 용케도 사랑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찾았네. 누군가에게 안부를 물어봐주는 것, 생각나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것. 척박한 마음 와중에도 그렇게 사고하는 네 모습이 감사해.
커피 값 이천 원이 아까워서 멀리 돌아가는 너에게 오늘만큼은 맛난 거 먹으라고 돈을 보내볼게. 걱정하지 말고 메뉴판 제일 앞에 있는 걸 시키기를. 막상 먹으면 배고픈 거 알지. 후기 좀 남겨줘. 나도 가보게.
실패의 트라우마가 밀려 들어와도, 두려움으로 손이 떨려와도 어떻게든 하려는 네 모습에 용기가 무엇인지 깨닫고는 해. 고마워. 이겨내주어서.
훗날 이 순간을 돌아보며 그땐 그랬었다 웃으며 회고하는 날이 분명 올 거야. 난 널 믿어 의심치 않아.
네 안녕을 위해 항상 기도해. 고맙다. 오늘 하루도 살아내줘서.
From. 영원한 네 친구. 한결 :)
p.s 자주 편지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