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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경 Feb 13. 2023

결혼은 안 하고 연애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요즘엔 33살에 결혼하는 것은 그렇게 늦은 것도 아니였는데, 엄마에게는 하루 빨리 치워버리고 싶었을 골치덩어리였다. 나는 결혼은 안하고 싶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 브런치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었던 엄마의 힘든 결혼생활과 시댁살이의 영향도 있었지만, 또 다른 여러 이유들이 있었다. 오늘은 그 중 몇가지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내려가고싶었다.



나는 누군가의 땡땡이 되기 싫었다. 누군가의 땡땡이란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며느리다. 어렸을 적 엄마가 나를 혼내고 할 때 하던 말이 있었다. 네가 밖에 나가면 그냥 네가 아니야! 너는 어느 집 딸이고, 어느 집 누구네 누나고, 언니고 그러니까 행동 똑바로 하고 다니란 말이야! 나는 그 말을 다시 떠올려도 싫고, 또 떠올려봐도 또 싫고 그냥 계속 싫은 말이었다. 엄마가 나한테 한말 중 제일 싫어하는 말. 내가 왜 동생들과 엄마아빠 때문에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가. 나는 타인이 정해준 도덕적 잣대가 아닌 자기 자신 스스로가 정한 도덕적 잣대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해야 하는 전형적인 ESTP다. 내가 스스로 뭔가를 하려고 할 때도 누가 시키면 바로 돌아서는 나다. 내 행동이 그 누군가로 인해 제동 걸려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싫고 힘들었다.



그런데 그런 내가 결혼을 하면 누군가의 아내가 될 거고, 누군가의 엄마가 될 텐데 그걸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게다가 시댁을 잘못 만나면 시금치도 안 먹고 시래기도 안 먹고 시자가 들어가는 그 무엇도 하기 싫을 정도로 힘들어진다고 하던데, 잘 만나면 괜찮겠지만 완전 오십 대 오십 확률에 내 인생을 걸고 싶지 않았다. 이미 시댁살이를 힘들게 하는 엄마를 본터라 더 그랬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내가 한 남자와 결혼해서 그 남자만 사랑하면서 살 수 있을까 싶었다. 그게 정말 자신은 없었다. 연애를 몇 번 해보지 않았지만 20대 초반 진짜 한 사람을 미친 듯이 좋아했던 적이 있었다.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건 안 좋아하건 상관없었을 만큼 그냥 내가 좋아하며 그만이었던, 그 정도로 정말 좋아했던 사람이었는데 고작 몇 년 후에 내 마음이 먼저 끝났다. 정말 이상했었다. 나는 그때 그 사람을 평생 좋아할 것 같았고 그 사람 없이는 내 삶이 끝나는 줄 알았고, 정말 내 인생에 그 사람 아닌 다른 사람은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여간 미친 게 아니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이 아무렇지 않은 감정처럼 되어버린 거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 미친 사랑도 끝이 났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정말 잠깐이었다.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게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정말 한여름에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듯이 금방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한평생을 한 남자와 살아간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물론 이런 생각자체가 그 누군가 보기에는 너무 어리고 철부지 같은 생각일 수 있겠지만, 어쨌든 그때 20대였던 나는 그랬다. 자신 없었다. 




그리고 나는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누군가에 의해서 내가 좌지우지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남자친구가 생기면 남자친구로 인해서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고,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하기도 하지만, 남자친구 때문에 기분은 이 지구 밑으로 땅굴을 파고 들어가듯이 안 좋아지기도 하고 널 만나 불행하다고 외치는 내가 있기도 하다.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그들로 인해 내 감정선이 무너져야 하는가. 감정낭비 같았다. 그래서 나는 언제든 만나다가도 언제든 헤어질 수 있는 연애만 하고 싶었다. 그래서 포기했다. 결혼은




내가 결혼을 안 하겠다고 비혼주의를 결심했던 때는 고작 16살 중3 때 일이었다. 그리고 20대에 그 결심에 확신을 만들었고, 30대에는 종지부를 찍었었다. 




그렇게 나는 내 인생에 동반자가 없음을 선포했다. 

아니..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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