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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경 Aug 10. 2023

정반대 성향과의 만남.

ESTP와 INFJ의 만남.




요즘에 어디 가서 이렇게 만나서 결혼했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촌스럽지만 나는 남편을 가벼운 소개팅도 아닌 선으로 만났다. 주선자는 엄마의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분이었는데 이쪽 동네에서 결혼 주선 쪽으로는 유명하셨던 분이었고 그분이 따로 내게 전화를 먼저 주셨었다. 나와 동갑에 이러이러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남자분이 계신데, 한번 만나볼 생각이 없는지 말이다. 나를 이래 저래 좀 신경 써주신 부분이 있어 예의상 나가서 밥만 먹고 들어와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누군가를 만나고 하는 일에 있어 굉장히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몇 번의 여러 형태의 연애를 겪으며 여러 가지의 마음과 여러 가지 알 수 없는 감정 그리고 정말 아픈 이별들과 슬픔도 겪었다. 그렇게 여러 가지의 마음과 감정들을 겪으며 나도 나이를 먹었다. 그리고 서른이라는 나이가 지나니 그냥 누군가에 의해 기분이 좋았다가도 또 누군가에 의해 기분이 바닥이 치는 게 싫었다. 그냥 어떤 한 사람이 나를 내 기분을 흔들어 놓는 것도 싫었다.  나이를 먹으니 연애하는 것도 귀찮아졌던 것이다. 



나는 사람들을 만나서 노는 것도 너무 좋아하지만, 오랜 자취 생활로 인해서인지 아니면 타인의 시선에 무신경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무언가를 혼자 하는데도 어려움이 없는 사람이었다. 혼자 식당에서 밥도 잘 먹고, 혼자 영화관에 가서 영화도 잘 보고 혼자 카페에 가서 공부를 하기도 책을 읽기도 하고 혼자 쇼핑을 하기도 하고 혼자 노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다만 나이를 먹어가면서는 혼자 무엇을 하는 게 오히려 편해졌다. 누군가에게 시간을 맞추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며 내가 맞춘 시간에 내가 설정해 놓은 시간동안 할 일을 마치면 그만이었다. 



사람일은 절대 모르는 거라고 누구도 앞일을 장담하지 말라는 말에 늘 백번이고 격하게 공감한다.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댄데 선이냐, 선으로 만난 남자랑은 절대 결혼 안 한다. 내입으로 지껄인 말이다. 그런 내가 선으로 만난 남자와 결혼이라니. 그렇게 아무런 생각 없이 밥만 먹고 오자라는 마음으로 나간 자리에서 만난 남자와 내가 결혼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리고 딱 봐도 외모, 성향, 성격 그 어떤 것 하나 나와 맞지 않을 것 같았던 그 사람. 대화를 하는 도중에도 나는 아 이 사람과 나는 절대 결혼할 일이 없겠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그런 남자와 결혼에 아들을 둘이나 낳고 살고 있다



남편과 나는 정말 지지리도 안 맞는다. 잘 맞는 구석을 찾아보려고 눈 씻고 찾아봐도 봐도 없다.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안 맞는 나와 남편. 남편은 결혼하고 한 달도 채 안되었을 때 자신을 내려놓았다. 그냥 자신과 단 하나도 맞지 않는 여자를 그냥 자신과는 다른 사람.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 같았다. 그리고는 그냥 모든 것을 나에게 맞춰줬다. 그나마 착해서 다행이었다. 


 

우리가 결혼할 당시에는 MBTI라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살 때였다. 나도 몰랐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MBTI를 알게 되고 나도 테스트를 하며 친구들하고 와 맞다 신기하다 그러면서 남편에게도 테스트를 해보라고 했다. 남편이 내게 자신의 MBTI가 뭐라고 알려주던 그때. 그때 알았다. 우리가 왜 이렇게 안 맞았는지 1부터 10까지 맞는 게 어쩜 그렇게 없었는지



나는 ESTP 남편은 INFJ 정말 단 한 글자도 맞지 않았다. 

그런 우리는 부부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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