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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럭 Feb 22. 2022

차트의 역주행

영미 아동도서에 대한 이야기 16

차트의 역주행은 음원차트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닌가 봅니다. 도서 순위를 발표하는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의 베스트셀러 차트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저는 최근 밸런타인데이를 맞이하여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그림책과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 차트에 대하여 이야기하겠습니다.


뉴욕 타임스는 책 판매량을 기준으로 베스트셀러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매주 1회 발간되는 뉴욕타임스 북 리뷰(The New York Times Book Review)를 구독한다면 매월 첫째 주 리뷰에서 이전 달의 미국 아동도서의 차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 달의 베스트셀러들을 알아보기 가장 좋은 방법은 뉴욕 타임스의 홈페이지에서 'The New York Times Best Sellers'를 찾아서 보는 것입니다.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 홈페이지는 https://www.nytimes.com/books/best-sellers/ 입니다. 뉴욕 타임스의 홈페이지는 베스트셀러를 'Fiction', 'Nonfiction', "Children's", 'Monthly Lists'으로 크게 분류하고 있습니다. 해당 차트들은 순서대로 성인 픽션, 성인 논픽션, 아동도서, 기타(특히 오디오 북)로 구분된다고 보면 좋습니다. 그런데 주의할 사항은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의 차트는 포맷의 종류에 따라 하드커버(Hardcover)와 페이퍼백(Paperback)으로 한번 더 나누어 순위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책 분야는 이런 포맷 차이가 없습니다.

우리가 눈여겨볼 미국 아동도서의 베스트셀러들은 "Children's" 그룹에 속해 있습니다. 이 그룹은 'Picture books', 'Middle Grade Hardcover', 'Young Adult Hardcover'와 'Series'로 다시 나뉩니다. 물론 아동도서 차트에도 포맷의 종류로 구분됩니다. 뉴욕 타임스 홈페이지는 페이퍼백의 책들을 "Children's" 그룹이 아닌 'Monthly Lists'에 속한 'Middle Grade Paperback', 'Young Adult Paperback'이란 차트에서 순위 표시합니다. 이 차트들을 살펴보면 신간의 베스트셀러 차트가 아닌 스테디셀러 차트란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미국 아동도서의 베스트셀러 차트는 하드커버 위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Series'를 제외한 3개의 그룹은 대상 독자의 연령층을 기준으로 책들을 선정합니다. 'Series'는 시리즈로 나오는 책들의 전체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J. K. 롤링(J. K. Rowling) 작가님의 해리포터(Harry Potter) 시리즈가 이 차트에서 현재 2위입니다.


물론 'Picture books' 그룹은 독자의 연령보다 하나의 장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출판계에서 대개 3~8살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책들을 위한 분류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책을 위한 학년 표시로 해당 연령대에 해당하는 'Preschool'(PreS), 'Kindergarten'(K), 'K1~3'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Middle Grade'은 8~12살의 독자를 의미합니다. 이 연령대를 위한 책들은 대개 25,000 ~ 50,000 단어로 이루어진 책이라고 합니다.(1) 미국 뉴베리 상의 대부분이 이 연령대의 책들이었다고 합니다.(2) 아마도 "Picture books'와 'Middle Grade Hardcover' 차트까지가 우리 자녀의 영어 공부를 고려한 베스트셀러들이 어슬렁거리는 영역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Young Adult'는 12 ~ 18살의 독자를 의미합니다. 저는 우리나라 공교육의 영어 수준에서 우리 자녀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없는 책들이 우글거리는 그룹이 바로 'Young Adult Hardcover'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차트에서 발표하는 책들은 사뿐히 즈려밟고 가고 있습니다. 다만 이 연령대를 위한 영어 도서로 리딩 레벨은 낮지만 흥미는 높은 그래픽 노블이나 망가(Manga)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장르는 "Children's"의 'Young Adult Hardcover' 차트가 아닌 'Monthly Lists'의 세부 그룹인 '그래픽 노블과 망가'(Graphic Books and Manga) 차트에서 따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차트는 연령대를 고려한 차트가 아닙니다. 이 차트에 소개되는 그래픽 노블과 망가(일본 코믹스의 번역본)는 흔히 'M'(mature readers 18+) 등급이라 불리는 성인물일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여담이지만 미국도서관협회(ALA)의 하위 부서인 YALSA(Young Adult Library Services Association)에서는 Young Adult를 더 세부적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해당 기관은 13~15살의 독자를 'Teens', 16~18살의 독자를 'Older Teens'으로 분류합니다. 이 연령 분류는 그래픽 노블이나 망가를 소개하는 글에서 만날 수도 있습니다.


이제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에서 'Picture books' 차트를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사진의 그림책은 현재 'Picture books' 차트에서 2월 현재 영예의 1위인 '앨리스 셔틀'(Alice Schertle) 글, '질 맥엘머리'(Jill McElmurry) 그림의 "Little Blue Truck's Valentine"입니다. 이 그림책은 2020년 12월 '호튼 미플린 하코트'(HMH) 출판사에서 첫 출판되었습니다. 그런데 1년 이상된 그림책이 이번 차트에서 갑자기 1위를 차지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차트의 '역주행'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월 13일 기준 아마존 픽션 부분 판매량 주간 차트(Amazon Charts MOST SOLD, Fiction)에서는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인기의 원인은 그림책의 제목으로 쉽게 짐작하실 겁니다. 그런데 이 인기는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출처: BESTLACLUB


이 질문의 대답은 작년 차트를 살펴보면 예측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 그림책은 출판된 지 얼마 안 된 작년 2021년 2월 'Picture books' 차트에서는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3월 차트에서는 탑 10 순위권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아마 'Valentine'의 약효는 딱 1개월이었나 봅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얼마 남지 않은 2022년 3월 'Picture books'의 차트에서는 찾기 어려울 것 같다는 확신이 듭니다. 하지만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맥아더 장군님의 말씀처럼 그림책이 절판만 아니라면 내년 밸런타인 시즌의 2월에 다시 만날 수도 있겠습니다.


어쩌면  파란 트럭은 내년 밸런타인데이보다   빠른 시기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차트에 입성(入城)  같습니다. 아래 사진의 "Little Blue Truck's Valentine"  커버에는  그림책의 시리즈 작품들천연덕스럽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림책들의 제목에서 'Christmas', 'Halloween' 눈에 띄게 보입니다. 올해 10 31 핼러윈 데이에 "Little Blue Truck's Halloween" 역시 차트에서 역주행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하긴 저도 핼러윈 데이와 관련된 그림책이 없나 찾아보다가  그림책을 구입했습니다. 다만 크리스마스는  예측이 어렵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노리는 워낙 쟁쟁한 그림책들이 정말 많습니다.

출처: BESTLACLUB

과거의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Picture books' 차트를 살펴보면 밸런타인데이, 핼러윈 데이, 크리스마스 등 무슨 날의 영향력이 구매로 바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핼러윈 데이가 있는 10월이나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도 이런 경향이 있습니다. 역시 이번 2월 차트에서도 순위 10권에 7권은 사랑이나 밸런타인을 소재로 하는 책들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데이터는 무슨 무슨 날이 끝나는 순간 그 순위는 완전 다른 책들로 채워지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런 들썩거리는 축제가 끝나고 차분해진 차트의 왕좌는 역시 흥행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그림책들이 차지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런 판매량 차트를 눈여겨보면 좋을까요? 저의 개인적 생각이지만 책의 접근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차트의 상위권에 있는 책들은 출판한 후 한 참 지나서 무슨 상을 받았다고 발표된 그림책보다 국내 온라인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이런 책들이 쉽게 번역서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역시 흥행에서 검증이 된 작품들이라고 할까...


오늘 소개한 'Little Blue Truck' 시리즈 그림책들은 렉사일(Lexile) 지수와 ATOS 북 레벨 같은 리딩 지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리즈의 가장 최근 작품이지만 나온 지 1년이 넘은 "Little Blue Truck's Valentine"는 아직 리딩 레벨 지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우려스럽게 SLJ나 혼북(Horn Book) 같은 아동도서 리뷰에도 이 그림책의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차트에서 딱 한 권을 골라달라고 물어보면 저는 베스트셀러 1위의 영광을 차지한 이 그림책보다는 현재 9위의 'The 1619 Project: Born on the Water'를 주저함 없이 추천하겠습니다.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듯 구매도 차트 순은 아니라는 점을 크게 한번 외쳐봅니다.


Reference

(1) https://www.penguin.co.uk/articles/company/getting-published/how-to-write-a-children-s-middle-grade-book.html

(2) https://en.wikipedia.org/wiki/Middle_grade_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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