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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럭 Feb 08. 2022

서로 다른 그림 찾기 2

영미 아동도서에 대한 이야기 4

저는 부모님들이 우리 자녀들을 위한 영미 아동도서를 구매할 때 한 번쯤 생각해야 할 부분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책의 접근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앞서 다음의 사진을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BESTLACLUB

사진의 주인공은 영미 아동도서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당연히 알 수밖에 없는 베스트셀러입니다. J.K. 롤링(J.K. Rowling)의 해리 포터(Harry Potter)는 뉴욕타임스 북리뷰(The New York Times Book Review, 2022년 2월 6일 자)의 아동 문학 베스트셀러 중 시리즈 부분에서 위클리 2위를 하고 있을 정도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리 포터는 1997년부터 아직까지 여러 형태로 출판되고 있습니다.  사진 속의 서로 다른 두 책은 최근에 출판된 '미나리마 에디션'(MinaLima Editions)입니다. 이 사진 속의 책들의 차이점을 바로 찾으셨다면 제가 오늘 다루고자 하는 주제도 금방 알아차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일단 포맷이나 크기의 차이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윗 사진을 먼저 보여드렸습니다.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이제 다시 한번 각각의 커버 이미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BLOOMSBURY
출처: SCHOLASTIC

거의 똑같은 두 커버 이미지이지만 비교해 보시면 그 차이를 쉽게 발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정답은 책의 제목입니다. 한 권은 'Harry Potter and the Philosopher's Stone', 나머지 한 권은 '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입니다. 국내에서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라는 도서명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권에는 서로 다른 제목보다 더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바로 전자는 영국판(UK), 후자는 미국판(US)입니다. 즉, 해당 출판사들의 국적이 서로 다릅니다. 저자와 내용은 같지만 출판사가 영어권 국가들 중에 어디냐에 따라서 책의 제목, 커버 색깔, 커버 이미지 등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차이쯤이야 책을 읽고 이해하는데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출판사의 국적은 책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간혹 구입 단계에서 어떤 책을 사야할 지 우리를 고민에 빠지게 합니다. 그런데 출판사의 국적은 단지 외관, 제목, 가격에만 영향을 미칠까요?


저는 여러 행태의 해리 포터 시리즈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들의 첫 번째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영어 제목은 한결같이 'Harry Potter and the Philosopher' Stone'입니다. 다른 도서들을 구입할 때는 영국판과 미국판의 구별보다는 철저한 가격 차이로 구매하지만 유독 해리 포더 시리즈만은 영국판을 고집합니다. 해당 시리즈 및 스핀오프 작품들의 저자인 J.K. 롤링 작가님의 국적이 영국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저는 이번만은 영국판과 미국판을 동시에 구매했을까요? 그 이유는 제가 최근 보게 된 'Corpus Linguistics for World Englishes'라는 언어학 도서에 해리 포터와 관련하여 질문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월드 영어(World Englishs, 특히 영미권 영어)에 대한 본격적인 내용으로 들어가기 앞서 영어도 국가별 차이가 있으며 그 예로 영국의 비스킷(biscuit), 미국의 쿠키(cookie)를 들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은 해리 포터 시리즈가 미국 출판시장을 위해 영국식 표현보다는 미국식 표현인 쿠키를 사용하지는 않을까 궁금하지 않느냐라는 식으로 우리에게 말을 이어갑니다. 아쉽게도 저자들은 의혹만 남긴 체로 끝까지 답을 해주지 않아서 제가 직접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2015년 개정 영어 교과 과정에서는 비스킷은 외래어, 쿠키는 초등과정 단어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교육 영어에서도 영국 영어와 미국 영어의 구별이 있습니다. 우리는 2015년 개정 영어 교과의 기본 어휘 목록에서도 그 구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목록 중에 advertize/advertise처럼 동일한 의미를 가졌지만 형태가 다른 단어들이 함께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가별 영어의 차이는 출판사마다 영어 표현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영어 단어나 문법의 차이가 우리 자녀의 독해 및 이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우리 자녀를 위해 영미 아동도서를 선택할 때 부모님들은 영국판과 미국판 도서에 대한 차이에 얼마나 민감해야 반응해야 할까요?


저는 앞서 말한 쿠키에 대한 의혹을 풀기 전에 영문법 책들에서 영국 영어와 미국 영어 차이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발견한 작은 깨달음으로 저는 해리 포터의 미국판에서 쿠키를 찾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영국판과 미국판 선택에 대한 저의 고민을 평온하게 만든 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British English is changing under American influlence, so some of these was are becoming common in Britain as well.
출처: Michael Swan, Practical English Usage(Oxford Univ. Press, 2016)


해당 번역서에는 다음과 같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미국 영어의 영향을 받고 있는 영국 영어에서도 이런 용법이 점차 널리 쓰이고 있다."

출처: 마이클 스완, 실용어법사전(YBM, 2019), 111.


Pax Americana.


그래서 저는 여전히 "영국판, 미국판 구별 없이 하나라도 잘 읽어보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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