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편순이의 기록
*참고로 위에 쓴 这里 这里는 그냥 여기 여기!라는 말을 파파고에 찾아 썼다.
지하철 역 근처에 호텔이 있어서 편의점에 외국인 손님이 종종 온다. 하루는 진열 좀 하고 있는데 누가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 가게로 들어섰다. '누구지?' 하며 바라보니 중년의 남자 외국인 손님이다. 그는 손에 들고 있는 무언가를 내 눈앞에서 연신 흔들어댔다. 그게 뭔지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내 귀에 꽂히는 속사포 같은 그의 말을 이해는 못 해도 뭔가 이 물건에 대한 그의 불만은 제대로 느껴졌다.
내가 건네받은 건 카드였다. 외국손님의 경우 교통카드가 잘 안 된다거나, 카드 속 금액의 환불을 원하거나 아니면 금액 조회를 원하는 일이 종종 있다. 난 카드를 들고 포스기로 향했다. '보아하니 카드가 작동이 안 되나 본데. 그래요 손님, 잔액이 얼마나 있나 봅시다'라고 생각하며 나는 잔액조회 버튼을 눌렀다.
조회불가
포스 기는 아무런 작동을 하지 않았다.
뭐지? 포스기가 인식을 못하나.
한 번 더 시도하다 그래도 안 되길래 카드를 다시 살펴봤다. 앞면은 너무 낡아 그림이 거의 다 날아간 상태. 그럼 뒷면은? 이건 뭐지? '티머니' 글자를 기대했건만 희미하게 남아 있는 글자, 그것은 HOTEL. 이건 호텔룸키였다. 순간 정신없이 들어와 내 눈앞에서 이 카드를 흔들어대며 큰소리로 뭐라 뭐라 쏟아낸 그의 모든 행동이 리플레이되며 성질이 확 났다. 난 호텔키라고 알려주며 할 수 있는 최대치로 째려봤다.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다시 카드를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가게 밖에 있는 누군가를 향해서 말이다. 그의 언성은 아까보다 분명 더 커졌다.
그는 미안해하는 기색은 1도 없다. 그 흔한 쏘리도 없다.
그래, 안 그런 사람이 더 많은데 난 오늘 그런 사람을 만난 것뿐이야.
오늘은 그런 날일 뿐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