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독거남의 김장
"혼자 김장을 한다고?"
어머니는 흥미롭게 놀라워하셨다. 그 이유로는 첫째, 지방에 혼자 살면서 김장까지 한다는 것, 둘째로 편식이 심했던 아들인데 잘 먹지 않던 김치를 혼자 담근다고 하니 어머니께서는 의아해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기분 좋아하셨다.
"잘해봐라"
김장하는 건 난데 오히려 어머니 목소리가 상기된 것 같았다
지방에 홀로 내려온 지 1년이 좀 넘어간다. 적응이 된 것 같지만 여전히 고향이 그립다. 그러던 중 11월이 되니 문득 생각난 게 있었다.
"김장할 때가 됐구나"
주변에 어르신들이 많아 김장하는 걸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절인 배추들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충동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내가 어머니께 김치를 드려볼까?"
최근 몇 년간 어머니는 이모들과 김장한 후 집으로 김치를 보냈었다. 본가에서는 편하게 김치를 먹었지만 멀리 떨어져 혼자 살다 보니 아주 가끔 먹는 음식이 돼버렸다. 이런 답답함이 마음 한구석에 있었는데 드디어 응어리를 풀 때가 됐다 생각했다. 결심을 하자마자 절임배추부터 시작해 김장 재료들을 빠르게 구매하기 시작했다. 다 사고 보니 괜히 했나 싶다가도 마음속 두근거림에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김장이 시작됐다.
육수를 끓이고, 젓갈을 잘 끓여 비린내를 없애고, 여러 재료를 갈아 양념을 만들었다. 중간중간 과정은 쉬운데 이 쉬운 과정이 뭔가 많다. 다른 사람들과 할 때는 사실 힘들지 않았는데 혼자 하다 보니 솔직히 후회막심이었다. 그래도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 하지 않겠는가. 채소들을 넣고 절임배추들 물을 빼 마무리를 하기 시작했다.
항상 옆에 김장의 고수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어려운 게 없었는데 올해는 나 혼자라 한 단계 한 단계가 의문 투성이었다. 간은 맞는가, 물은 얼마나 빼야 하는가, 양념은 얼마나 불려야 하는가 궁금한 게 많아 진행이 더뎠지만 내겐 김장고수 우리 어머니가 있었다. 중간중간 어머니께 전화를 하며 궁금한 것들을 해결해 나갔다. 김장에 있어서는 각 집에 선생님들이 한 분씩 계신다.
점심에 시작했던 김장이 저녁에 끝났다. 우당탕탕 이었지만 생각보다 좋은 결과물에 마음이 풍요로워졌다. 동시에 어머니가 생각났다. 어릴 때 항상 김장하던 어머니 한 번도 도와드린 적이 없다. 그냥 옆에서 살짝만 거들었을 뿐. 30대 중반이 돼서야 이제야 안다. 이 고됨을 언제나 묵묵히 견뎌내시며 우리 밥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지켜내셨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