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uma, 2024)
파묘(Exhuma, 2024)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장재현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인 <파묘>는 매 순간 성실하게 득점하는 오컬트 영화다. 총 6개 챕터 동안 미스터리를 동력 삼아 우직하게 밀고 나가 결국 마지막 순간에 당도한다. 기존에 나온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 <사바하>를 넘어 그의 최고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파묘>는 <로즈메리의 아기>, <엑소시스트> 등 기존 고전 오컬트 장르의 틀에 동양의 샤머니즘을 입힌 모양을 띠고 있다. 또한 금지된 무언가를 열어 저주가 찾아온다는 점에서는 유니버셜 스튜디오 고전 호러 대표작 중 하나인 <미이라>(1932년 作)같은 영화가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특히, 마지막 챕터에 등장하는 일본 다이묘 귀신에게서 <미이라> 속 보리스 칼로프가 연기한 이모텝의 잔영이 스친다).
이런 기본 토대 속에서 이 영화는 모난 구석 없이 다방면에서 힘을 발휘한다. 아까도 언급했듯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각본에는 딱히 흠이 없으며,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 등 주연배우들의 연기 역시 탁월하다. 연출 역시 공포 영화가 따라야 할 정석에 가깝다. 특히, 점프 스케어는 과도하지 않고 적절하고 영리하게 사용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파묘>의 가장 큰 장점은 관객을 스크린에 붙들어 놓는 힘이 강하다는 것이다. 특히 화림(김고은)이 굿을 하는 장면은 빠르고 화려한 편집으로 관객들을 극 안에 잡아 놓는다. 또한, 일제가 쇠말뚝을 박아 대한민국의 지맥을 끊으려 했다는 도시 전설로 들어서는 중반부 이후의 이야기 역시 앞서 깔아놓은 이야기의 조각들과 잘 어우러진다.
물론 후반부로 갈수록 늘어지는 듯한 느낌을 줘 피로도가 다소 쌓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마지막 여섯 번째 챕터 도중 축성을 얼굴에 새긴 주인공들의 모습으로 유머를 만드는 방식을 통해 관객들의 긴장과 극의 무게감을 풀어주기도 한다. 이 또한 영리하다.
이렇듯 고르게 뛰어난 점을 가지고 있는 <파묘>의 아쉬운 점은 강력한 한방이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다. 성실한 모범생처럼 차근차근 결승선을 향해 나아가지만, 이런 무난함 속에서 결정적인 번뜩임은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단점이 이 영화의 전체적인 만듦새를 무너트리지는 못한다. 성실한 모범생은 굳이 전교 1등이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사랑받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