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폴리 아 되> 리뷰
<조커: 폴리 아 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속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변주와 확장이다. 수많은 게으른 속편들이 안일하게 변주하고 안일하게 확장하면서 전편의 명성에 흠집을 내왔다. 하지만 <조커: 폴리 아 되>는 다르다. <조커: 폴리 아 되>는 위와 같은 속편의 필연적인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낸다. 전편에서 이야기한 ‘악의 보편성’을 이번에도 집요하게 파고든다. 같은 주제를 흥미롭게 변주하는 동시에 확장하면서 모범적인 속편의 모습을 보여준다. <조커: 폴리 아 되>는 단 한 순간도 궤도를 벗어나지 않고 온몸을 피와 비로 적신 채 기어코 종착지에 도착하는 심리 드라마다.
DC 코믹스 기반의 영화들은 크리스토퍼 놀런의 <다크 나이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배트맨 세계관의 영화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조커: 폴리 아 되>는 <다크 나이트>의 완벽한 안티테제처럼 느껴진다.
<다크 나이트> 3부작은 결국 ‘선의 보편성’을 말하는 영화다. 이는 놀런의 모든 영화가 가진 세계관의 핵심이기도 하다. <다크 나이트> 3부작은 말한다. “정의를 구현하는 선은 선택받은 영웅의 특별한 능력이 아니다.” 그렇기에 <다크 나이트> 속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을 개인화하지 않고 철저히 상징화한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후반부 다리 위에서 붉게 타오르는 배트 시그널은 악에 맞서는 고담의 시민을 모두 배트맨으로 만들어준다. <다크 나이트>에서 선은 그런 방식으로, 즉 익명성을 통해 전파된다.
반면, <조커: 폴리 아 되>는 아까도 말했듯 ‘악의 보편성’을 응시하는 영화다. 이는 1편에서도 그랬다. <다크 나이트> 3부작에 배트 시그널을 보고 악에 맞서는 고담 시민이 있다면, <조커> 2부작 속에는 생방송 중 머레이 프랭클린(로버트 드니로)을 살해하는 아서 플렉(와킨 피닉스)에 열광하는 광대 가면의 고담 시민이 있다. <조커> 속 악은 광대 분장과 가면을 통해 자신의 정체를 가린다. 즉 익명성을 통해 퍼져 나간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그런 비열한 악의 성질에 대한 경계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개봉 직후 논란을 야기하는 <조커: 폴리 아 되>의 결말은 황망한 동시에 전편을 부정하는 결말이 아니다. 그런 해석은 <조커: 폴리 아 되>에 대한, 동시에 전편인 <조커>에 대한 명백한 오독이다.
<조커: 폴리 아 되>에서 아서는 결국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조커임을 부정한다. 다시 말해 악을 부정한다. 위와 같은 선택을 내리는 과정 역시 서사 속에서 타당하기 이뤄진다. 옛 동료가 보여주는 눈물의 호소. 그리고 리 퀸젤(레이디 가가)을 향한 사랑의 감정이 아서 내면의 악을 씻는다. 그렇게 아서는 조커가 아닌 아서의 본 모습을 마주하려 한다. 하지만 악은 냉혹하다. 결국 사랑하는 연인이라 믿었던 리는 아서를 떠난다. 그가 조커를, 즉 악을 버렸기 때문이다. 자신을 버린 악은 아서에게 평안을 허락하지 않는다.
<다크 나이트> 3부작은 유산(財產)의 개념으로 선의 보편성을 설명한다. 고담을 위해 헌신하던 아버지 토마스 웨인의 유산을 이어받은 브루스 웨인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담을 위한 선을 행한다. 그리고 시리즈 마지막 순간 로빈의 유사 아버지가 돼 그에게 자신의 유산을 남겨준다. 배트맨으로 상징화된 선은 그렇게 퍼져나가며 영원히 살아 숨 쉬게 된다.
<다크 나이트> 시리즈의 대척점에 위치한 <조커>는 <다크 나이트> 시리즈가 선을 설명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조커: 폴리 아 되>의 결말을 구성해 악의 성질을 설명한다. 영화의 마지막, 아서는 농담을 던지는 교도소의 다른 수감자에게 살해당한다. 아서를 살해한 수감자는 아서가 그랬던 것처럼 폭소를 터트린다. 그리고 아서를 살해한 칼로 자신의 입을 찢으며 조커가 된다. 아서를 숙주 삼았던 악은 그렇게 아서를 살해하고 다른 숙주에게로 옮겨 간다. 악이라는 질병은 인간을 감염시키며 그렇게 퍼져나가 자신의 생명을 이어간다.
이 영화의 부제인 ‘폴리 아 되’는 불어로 ‘공유된 망상’을 뜻한다. 이는 아서와 리가 공유했던 망상을 뜻하는 동시에, 영화 속 조커를 숭배하는 모든 이들이 공유하는 망상을 의미한다. 악이 퍼져나가는 방식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악을 망상으로 칭한다. 결국 <조커: 폴리 아 되>라는 제목은 <악: 공유된 망상>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