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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꺼꿀이 Mar 09. 2023

무작위로 써보는 호주에서의 감정, 감각

23.02.27.~23.03.07.

- 젖과 꿀이 흐르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확실히 여유롭다. 아직까지도 채굴안한 석유가 땅 속에 묻혀있는 호주. 부러워서 짜증이 날 정도였다. 이들의 여유는 그런 데서 나오는 거겠지. 억척스럽고 독하게 살아야하는 한국에서 태어난 나는 슬퍼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생각이 호주로 이민을 오고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오히려 이런 한국에서 태어나 이렇게까지 일궈낸 모든 나의 조상님들, 그리고 앞으로 멋지게 일궈낼 나의 후손들을 더 존경하고 응원하게 되었다. 자원이 없다는 건 개같은 일은 맞다. 하지만 피하지 않지, 의지의 한국인.


- 투어를 하다가 교통사고가 났다. 인생 첫 교통사고였다. 경미하긴 했어도 에어백이 터질 정도였으니 충분히 놀라긴 했다. 살다보니 별일이 다 있다고 느껴졌다. 호주에서 교통사고가 나니 가이드님이 하라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아는 것도 없고 인터넷에 나오는 것도 없고 … 정보의 비대칭성의 서러움을 확실히 깨달았다. 나는 내 전문분야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나 진짜 친절하게 설명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 호주는 물가가 우리나라에 비해 정말 싸다. 삼겹살 두 줄, 스테이크 3조각, 소세지 6개 묶음, 물 2병, 모둠채소 구이, 냉동 라자냐 등을 샀더니 한화로 6만원 정도가 나왔다. 우리나라였으면 10만원이 훌쩍 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고물가 진짜 너무 심각한데 금리 좀 올렸으면 한다. 정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몰라도, 뒷주머니에 돈을 챙기더래도, 민생은 꼭 돌봐줬으면 한다.


- 호주에서는 구글 평점이 높은 식당만 다녔다. 그래서인지 모든 음식들이 다 맛있었다. 파인애플 햄버거, 피쉬앤칩스, 스테이크, 오믈렛, 미트파이 등등,,, 그런데 진짜 문득문득 곱창전골이랑 겉절이, 라면, 비빔밥 같은 것들이 생각나서 혼란스러웠다. 한국 음식은 세계를 정복할 수 있는 수준의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한국인들이 그걸 원치 않는다는 점. 나만 먹을거야.


- 호주는 확실히 날씨가 좋은 나라다. 그런데 그만큼 벌레도 크고, 나무도 크고 죄다 커다랗다. 그리고 길거리에 비둘기랑 참새 뿐만 아니라 온갖 기상천외한 새들이 돌아다닌다. 조류공포증이 있는 나로서는 너무 무서웠다. 검은머리 흰따오기 라고 불리우는 것 같은 새들이 정말 많았는데, 부리가 거의 15cm는 되는 듯 했다. 그들과의 상생은 조금 어려웠다. 새는 진짜 무섭게 생겼다.  


-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해외여행을 거진 4년만에 갔다왔다. 나로서는 현재가 내 인생에 굉장한 과도기인데, 호주 여행이 많은 환기가 되어주었다. 나의 시공간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채, 내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호주의 여유로움과 한국의 긍정적인 억척스러움을 잘 섞어내어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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