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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빛 레오 Oct 01. 2024

INTJ 시골에 집을 짓다


나는 MBTI  성격유형 중 INTJ에 속한다.

마흔 다섯에 시골에 집을 지은지 4년차가 되어간다. 지난 겨울부터는 딸이 대학생이 되어 집을 떠난 후 5도2촌하던 아파트를 떠나 완전히 이주해서 매일 편도 40분쯤 거리를 자동차로 출퇴근한다 .  멀쩡한 아파트를 팔고 시골에서 살겠다는 내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럽기는 하지만 나이들수록 도시 아파트에서 사는게 최고'라고 조언을 하곤 한다. 아직 쉰이 안 된 나이인데 벌써부터 병원 옆에서 살겠다는 계획은 좀 이른 것 같아서 나는 지금! 살고 싶은 곳에서 하고 싶은대로 살기로 했다. 


 불멍

 생각해보니 시골살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닌것 같다. 술과 모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시골생활은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전원생활이란 술은 좋아하지만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기(氣)가 팔리는  나같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곳이다. 젊은 시절 회식자리에선 즐거운 척 하다가도 집에 와 잠자리에 들때면 늘 허무함을 느꼈다. 시골 마당에서 하는 나만의 회식엔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없지만 마당 한쪽에 장작불을 때면서 도수가 약한 하이볼을 만들어 마실 때면 심심할 틈이 없다. 바짝 마른 장작은 넣은 지 10분 분 이내에 새로운 장작을 넣어줘야 불이 꺼지지 않고, 하이볼을 제조하는 것도 생각보다 손이 부지런해야 한다. 안주로 고기라도 굽는 날이면 정말 쉴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 게다가 고기한 점 얻어먹으려고 나의 불멍에 동참하는 강아지 레오군에게도 수시로 간식 한 알씩을 제공해야 한다. 



 강아지

 동물에게는 한없이 친절한 INTJ

시골살이를 택한 이유 중 하나는 강아지 레오군이다.  '말티즈는 참지 않긔'라는 말처럼 레오는 유별난 강아지다. 처음 입양할때는 순둥순둥했는데 언젠가부터 지나가는 행인의 말소리에도 짖음으로 반응하고 집 안에 낯선 사람이 오면 위협적으로 짖어서 쫓아내는 문제견이 되어버렸다. 내가 휴직중에 처음 가족이 된 레오는 내가 복직을 하고 출근한 후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렇게 변해가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산책을 나가서도 귀엽다고 다가오는 사람이 있으면 여지없이 짖어서 쫓아버리려고 한다. 그런 레오랑 함께 아파트에서 지내는 일은 쉽지 않았고 그럴수록 바깥 나들이가 힘들어졌는데 마당도 있고 나가면 사람을 자주 마주치지 않는 여기가 아파트살이보다 레오에게는 훨씬 좋을 것 같았다.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녀석은 시골에서 사는 지금이 더 행복할 것 같다.  강아지와 함께 살기 위해 건축할 때 몇 가지 고려한 것들이 있다. 하나는 거실마루를 타일로 깐 것이고 하나는 산책하고 들어와서 바로 씻을 수 있도록 현관 옆에 세면대를 배치한 것이다. 거실을 타일로 깐 것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한 일이다. 여름엔 타일바닥이 주는 차가움이 좋고 겨울엔 한번 데워진 타일의 온기가 오래도록 유지된다. 단점도 있는데 한 달에 한두번은 스팀청소기로 묵은때를 벗겨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도 어두운 타일을 선택했더라면 고민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지만 밝은 인테리어를 선호했기 때문에 타일도 통일감 있게 아이보리계열을 선택했다. 선천적 슬개골 탈구가 있어 다리 수술까지 했던 레오는 더이상 미끄러운 강화마루 바닥을 위태롭게 걷지 않아도 되었다.


이웃사촌?

 그렇다고  어느 들판이나 산골에 외딴 집을 짓고 사는 건 모험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규모 전원단지중 한 필지를 분양받았다.  분양받은 단지 내에는 아파트도 몇 동 있어 치킨배달  정도는 어렵지 않다. 도시를 떠나려고 결정할 때 고려했던 첫번째 순위가 치킨이라니! 그런데 막상 시골살이를 하다보니 치킨 생각이 별로 나지 않는다. 물론 도시에서처럼 많은 브랜드의 치킨을 골라 먹을 수 있는 자유는 없다.  단지에 입점해 있는 두어 가지 브랜드 중에 고르는 자유 정도만 허락된다. 

 벽과 벽으로 가로막힌 아파트와 달리 주택에서는 이웃집과 마당을 통한 교류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이 전원단지는 지구단위 계획에 담을 쌓을 수 없도록 되어 있어 나무와 휀스 정도로만 이웃집과 경계를 그을 수 있다. 옆 집에는 사교성 좋은 할머니가 사시는데  할머니가 수시로 사람들을 초대해 마당에서 잔치를 열 때마다 우리집 마당에서 열리는 나의 소소한 불멍을 사람들이 흘끗거리며 넘어다보는 것이 너무 거슬렸다. 어떻게 할까 궁리하다가 나무를 심어 벽을 만들기로했다. 여러 후보 중 은목서를 선택했는데 은목서는 추운 날씨에도 강하고 다 자라서도 키가 3미터를 넘지 않는다고 했다. 금목서에는 비하기 어렵지만 가을에 은목서꽃에서 나는 달달한 향기는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른다. 은목서를 심은 지 2년이 지나자 거의 빽빽하게 나뭇가지가 차올라 이제 제법 옆집과의 가림막 구실을 한다. 옆집에 초대받은 사람들도 내 집 마당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망에서 갈등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나와 레오군의 소소한 파티도 자유로울 수 있게 되었다 . 정신없이 출근하고 또 퇴근해서 저녁시간을 보내는 내게 아직까지 이웃사촌이란 말은 먼 세상 이야기이다. 어쩌면 은퇴를 해서 종일을 집에서 보내게 된다해도 같은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웃으로부터의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어색할까? 왜 그렇게 하지 못할까?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이 했던 생각이다.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주도하고 인기가 많은 사람이 직장생활을 더 즐겁게 하는 것 같았다. 승진도 훨씬 잘 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든 나도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고 그렇게 싸흔 인맥을 통해 승승장구하고 싶기도 했다. 마흔이 넘어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하면서 그런 노력은 점점 힘이 들었고 어떻게 해도 약한 체력과 그에 따르는 정신력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건강이 허락했다면 어쩌면 나는 전원살이를 선택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도시에서 살짝 떨어진 이 시골마을에 와 있으니 어떤 삶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주어진 대로 사는 것을 순리로 여기고 내가 생긴대로 할 수 있는 만큼 하면서 행복하다 느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냐면 나는 INTJ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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