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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도연 Jan 30. 2022

공연 기획자는 올라운더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기획이라는 것은 A부터 Z까지 모든 상황과 돌발 상황들을 염두에 둬야 하며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기획한 것을 실제로 현장에서 수행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그렇기에 아이디어만 쫀쫀하게 낸다고 끝이 아니다. 대학 시절 학생회를 할 때 기획부와 집행부가 분리되어 있었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기획부가 집행부를 포괄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일명 ‘잡부’라고 하는 올라운더/멀티 플레이어가 탄생하게 된다.


공연이란 지인 대여섯 명을 불러 오손도손하는 파티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을 끌어내는 이벤트가 필요하며 우리 업무에선 그 핵심은 음악이다. 어떤 성격의 공연인가? 출연진은 누구인가? 단독 공연인가? 합동 공연인가? 단독이라면 오프닝이 있는가? 티켓 판매 대상은 누구인가? 예상 모객수는 어떻게 되는가? 어디에서 공연하는가? 이런 고민은 아주 초기에 불과하다.


재무 계획, 판매 플랫폼 선정, 소속 매니지먼트 혹은 에이전시와의 조율, 공연장과의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포인트 설정, 사운드 및 조명을 비롯한 기술팀 구성, 무대 미술 여부, 외부 장비 임차 및 반입 정리, 이벤트 진행, 굿즈 판매, 현장 인력 교육 및 관리, 숙식 정리, 보안 인력, 주차관리, 비자관리, 정산 등등 생각나는 것만 적었는데도 이 정도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한층 심해졌다. 스탠딩 공연 불가로 인한 손실 문제를 고려해야하고 공연장 소독, 방역 패스 관리, 현장 방역 시스템 구축 등 수많은 골치 아픈 일이 더해졌다. 이 모든 것이 기획자의 머리에 정리되고 실제로 문제없이 구현할 수 있도록 시스템으로서 구축해야 한다. 기획자의 머리가 뺑뺑 돌아가지 못한다면 틀림 없이 문제가 발생하고 만다.


자신의 기획을 현장에서 완성해내는 것까지가 기획자의 일이다.

무슨 무슨 감독이라면서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욕설 담긴 고함을 통해 지시만 내리는 사람도 있는  알지만 바람직하지  또한 어리석다고 본다. 직책은 대표이지만 공연을   나는 온갖 일을 나서서 하는데 이건 우리   누구라도 마찬가지다. 공연 직전이어도 아티스트 대기실에 물이 부족하다면 사다 날라야 하고, 400개의 간이의자도 직접 깔아야 한다. 나의 파트너 공동대표 패트릭 코너는 The Chemical Brothers 공연  무대 뒤에서 대형풍선을 함께 던지고 있었다. 우리는  공연이 멋지게  진행되도록 돕는 사람이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 대비해 움직일  있는 준비가 끝나 있어야 한다.


꽉 차 있는 군중 중에 사람이 쓰러지거나, 급작스러운 우천이나 더위 등에서 비롯되는 일은 딱히 예사로운 일도 아니다. 몇 년 전 해외 커뮤니케이션을 일임하여 돕고 있던 국내 쇼케이스 페스티벌에서 공연하기로 되어 있는 헝가리 아티스트의 장비가 공항에 도착하지 않았다. 나는 공항 쪽과 소통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패트릭은 제시간에 못 받을 때를 대비하여 많은 한국 뮤지션들에게 연락하여 장비를 빌릴 수 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7시간 정도 고생한 끝에 다행스럽게도 늦지 않게 장비를 받아 공연을 할 수 있었다.


정말 고마워했던 헝가리 아티스트 INA WEST와의 사진


Coin의 내한공연을 마치고 다음 날 일본을 가야 하는데 태풍이 와서 비행기가 뜨지를 못했다. 우리는 급작스럽지만 짧은 시간 홍대 내에 있는 라이브펍에서 깜짝 공연을 추가로 벌일 계획을 짜고 있었다. 다행스럽게 이륙할 일본 공항을 바꿨더니 출국할 수가 있었다. (기획자로선 물론 깜짝 공연을 했어도 재밌었을 테지만 일본 페스티벌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출국이 옳았다) 한국에 도착한 아티스트가 돌연 공연 전에 한복 쇼핑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한복을 사 본 적이 없었지만 검색을 통해 장소를 물색하고 차량을 스케쥴을 조정하여 준비를 끝마쳤다. 결국 긴 비행과 컨디션 난조로 인해 한복 쇼핑은 취소되었지만 다음번에 올 때 함께 가기로 했다.


우리가 진행한 Mitski 내한공연을 마치고 다음 날 대만 공연이 있었다. 이른 새벽이라 아티스트를 서울에서 배웅했는데 오전에 밥을 먹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출국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황급히 공항으로 출발했다. 비자 문제였는데 대만 쪽 프로모터가 공연 비자를 제대로 발급하지 않은 탓에 드러머는 한국에 남아야 했고, 드러머가 없는 미츠키 팀은 대만공연을 취소했다. 이에 결국 문제를 발생시킨 프로모터가 모든 손해를 감수하게 되었다. 아주 많은 수의 관계자가 높은 세금 때문에 공연비자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 참고로 HIGHJINKX는 해외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모든 공연에 공연 비자를 신고하고 있다.


공연의 필수 요소로는 무대와 아티스트, 관객이 있다. 또한 공연은 무대팀, 악기팀, 음향팀, 조명팀, 미술팀, 경호팀, 하우스 인력팀 등 외부의 많은 전문가 집단과 함께 수행하는 일이다. 모든 구성원이 서로 합을 맞춰 문제를 최소화하며 관객과 아티스트에게 잊을 수 없는 즐거운 시간을 선물하는 일이다. 라이브 공연에서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존재 간의 진한 교감이 이루어진 그 순간 터져 나오는 감동과 환희를 대체하는 경험은 매우 드물다고 믿는다. 그리고 나는 그 순간이 지금도 미친 듯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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