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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은 글 쓸 때 설레지 않으세요?

영화 소설가 구보의 하루

by 소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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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의 하루, 영화에서 그의 발걸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이상하게 두근두근하면서 봤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마치 나의 발걸음인 양 생각되어서 그랬을지도.


어느 날부턴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애 처음 소설을 생각하고 준비해서 그런지 소설 주인공에 나 자신이 투영되는 것 같다. 상상력을 발휘해 이것저것 내용을 만들고 인물들을 그려가 보면서 소설을 조금씩 써보고 있다. 그런 중에 [소설가 구보의 하루]라는 영화를 봤다. 왠지 '소설가'라는 단어가 내가 와닿을 수밖에 없었다. 나도 소설을 쓰고 싶으니까. 그런데 구보의 하루는 우울했다. 어둡고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이었다. 그가 소설을 끝내고 소설을 출판하길 바라지만 출판사는 그의 글을 원하지 않는다. 어디 이런 작가들이 한 둘이랴. 아는 출판사 지인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하루 동안 구보는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지게 된다. 우연적으로 그리고 뭔가 필연적인 냄새를 풍기면서.


가난한 소설가 구보는 그래도 나름 인기쟁이였다는 사실이 좀 놀라웠다. 그는 고독하긴 했지만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심지어 우연히 마주친 오래전 옆 방에 살았던 남자도 그를 반가워한다. 그리고 옛 연인은 그를 만나고 싶어 한다. 연극을 연출하는 친구도 그를 보고 싶어 한다. 이만하면 구보의 인생도 나쁘지 않다. 더 고독에 숨죽여 신음하는 소설가도 많은 테니 말이다.


연극의 연출가 친구를 짝사랑하는 지유가 그들의 술자리에 끼어든다. 자리를 같이 하다 잠시 담배를 태우러 나온 구보를 따라 나온 지유는 전에 구보가 쓴 단편을 읽고 기억나는 내용을 말한다. 그러면서 구보에게 묻는다. "작가님은 글 쓰고 그럴 때 설레고 그러지 않으세요?" 이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자 나에게 묻는 말과 같았다. 글을 쓸 때 설레지 않는가?라는 말이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서 김용탁 시인은 흰 여백의 종이를 보면 자신은 설렌다고 했다.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직업으로의 소설가]에서 자신이 소설을 쓸 때에, 그리고 무엇을 할 때, "그것을 하고 있을 때, 당신은 즐거운가"라는 것이 자신의 기준이라고 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작가님이 계시다면 글을 쓸 때 설레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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