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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써단 단편소설] 소용돌이 3

우리 집으로 가요

by 소시민

아담은 아랍여자를 만나본 적은 없었다. 그저 아랍 여자라고 한다면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었고 세상에서 여성 인권이 가장 낮은 지역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는 놀란 표정으로 이브를 쳐다보았고 그녀는 그의 표정을 놀라지 않고 바라보았다. 다만 충분히 예상했던 표정. 그대로 마주치자 오히려 웃음이 나오려는 걸 조금은 억제함으로 어설픈 미소를 얼굴에 보였다.


"실제로 만나서 반갑네요" 그녀는 말했다.


아담은 자신이 당황한 것이 무례한 것으로 보일까 생각했지만 이내 놀라는 건 당연하다고 자신을 변호했다. 당연히 한국여자라고 생각했고, 외국인 여자가 나온다는 건 생각도 못했지만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벌어지더라도 아랍계열은 생각도 못했을 거다.


"네 저도 반가워요. 놀랐네요. 외국분이신 줄 몰랐어요" 자신이 놀란 것이 이브가 외국인이기 때문이라고 그녀에게 전했다. '당신이 아랍여자라서 놀랐어요'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주문한 음료를 가지고 둘은 한 자리에 앉았다. 이제 아담은 자신이 가장 궁금한 것을 묻는다.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이라크에서 왔어요"


"이라크라..." 아담은 혼자 중얼거렸다. 아담에게 이라크는 정말 생소한 나라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대단히 잘 아는 나라도 아니다. 신학교 시절 이라크라는 지역은 고고학적으로 상당한 가치가 있는 지역이라고 배웠다. 지금도 그곳에서 땅을 파보면 여러 가치 있는 것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곳은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곳으로 미지의 세계 같은 곳이다. 한국에서 이라크는 여행금지 국가이기도 하다. 그녀는 미지의 세계에서 온 여자였다.


다행히도 이브는 한국말을 할 줄 알았고 둘의 대화는 생각보다 잘 이어졌다. 삶의 배경이나 환경이 전혀 다른 곳에서 커왔던 둘이지만 만났을 때 둘의 대화가 이어지는 건 신의 섭리처럼 아담은 느껴졌다. 그렇지만 기독교적 교육과 학문으로 물들여진 그는 그녀가 유대인이라든지, 기독교인이 아니라 아랍의 여자라는 사실이 방금 머릿속에 든 생각이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흘려버렸다.


이브는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였다. 처음에 아담은 그녀가 아랍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처음 이쪽 계통의 사람과 이토록 오래 대화를 나눠봤기에 그랬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 본연에 무언가 묘한 구석이 있다는 걸 여러 사람을 만나며 대화해 본 지난날의 경험은 아담에게 그녀를 조금은 경계스럽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여러 동양 여자에게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성형의 흔적 없는 뚜렷한 이목구비와 거부하기 힘든 신비로움은 아담을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그들의 대화 속에 태양은 저물고 있었고 그날따라 유난히 붉게 빛나는 석양은 카페의 안을 비췄다. 주변 카페의 식물들은 피에 물든 것처럼 아담은 느껴졌다.


"술 좋아해요?" 이브가 물었다.


"네 좋아해요. 왜요?"


"그럼 같이 가요?"


아담이 알기에 무슬림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 "원래 무슬림은 술을 안 하지 않아요?" 그는 바로 물었다.


"무슬림도 종류가 다양하겠죠?"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습관적인 동작처럼 자신의 가슴골을 가린다. 그 동작이 아담은 마음에 들었다.


"그럼 어디로 갈지 정하고 갈까요? 아니면 아는 가게가 있나요?" 아담은 일어나려 하다 물었다.


"우리 집으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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