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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리 Mar 08. 2024

못생김을 견디는 시간

오늘도 못생김을 하나 세상에 내놓았다.


스마트스토어를 처음 만들었을 때, 제품 사진 촬영을 직접 했다. 어디 맡기기에는 물건의 개수가 너무 많았고 또 좋은 카메라가 집에 있었다.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오만한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인터넷에 파는 네모난 박스 모양으로 조립하는 조명을 샀다. 제품이 생각보다 커서 다양한 각도로 찍을 수 없었다.


그다음엔 제품을 쌓아 올려 형광등 아래 가까이에 두고 겨우 실사와 비슷한 색감으로 찍었다. 지금 보면 그마저도 색이 탁하고 어설프다. 결국엔 촬영용 조명을 샀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이었으니 100% 마음에 들지 않아도 결과물을 올려야 했다.


인스타그램도 갈피를 잡기 어려워 시작이 늦어졌다. 사람들은 집에서 잘만 찍는 것 같은데, 그런 센스가 없었다.


얼마 전 브런치 글을 다시 쓰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이번엔 나의 못생김을 견뎌보자고 생각했다. 처음 시작할 땐 누구나 서투르다. 처음부터 잘해서 천재다, 재능이 있다, 잘한다 칭찬받는 환상을 갖지만, 대체로 나는 평범하다. 그런 극적 재능을 바랄 바에는 평범한 나를 달래주면서, ‘이 정도면 됐다’는 마음이 좋다.


못생김을 견디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내 마음에 드는 결과물은 영원히 만들지 못한다. 내가 못생김을 견디지 않는 사이 나는 나의 기준점조차 만들지 못한다. 모두가 그들 나름의 못생김을 견디면서 조금씩 성장한다. 내가 세상에 내놓지 않은 못생김은 내 기억에서도 잊힌다. 결과물을 어딘가에 내놓는 순간 나의 시작점이 된다. 내 위치가 만들어진다. 그다음, 또 그다음이 생긴다. 그것들을 모아 보면서 스스로 피드백을 한다. 내가 원하는 이상적 결과물을 향해 노력하게 된다.


지금 인플루언서가 된 사람들의 오래전 글로 내려가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들의 성장 과정을 돌아보며 힘을 얻는다.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어딘가로 가려면 일단 못생김을 견뎌야 한다. 지금 나는 그 시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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