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고객 응대의 어려움
나는 문자를 선호한다. 엄마는 전화를 선호한다.
나는 텍스트로 오는 고객 문의를 맡고 엄마는 극소수의 전화 문의를 맡고 있다.
재료 입고나 공방 시설에 문제가 생겨 배송 지연을 안내해야 하는 경우 우선 해당 플랫폼의 메시지 기능으로 안내를 한다. 확인이 되지 않는다면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그래도 답장이 없다면 전화를 한다.
보통 메시지 기능으로 80%, 문자메시지로 15% 정도의 고객이 확인하고 5% 정도의 고객에게 전화를 걸게 된다.
플랫폼 별로도 차이가 있다. 아이디어스의 경우 커스텀도 많아 고객분들도 메시지 기능에 익숙한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전화 안내로 진행된 적이 한 번도 없다. 스마트스토어의 경우 톡톡 기능에 익숙한 고객분들도 많지만 엄마처럼 메시지보다 전화가 편한 분들도 계셔서, 전화 문의가 간혹 있는 편이다.
공방에는 전화기를 따로 두지 않았기에 A/S 상담 번호에는 사업용 휴대폰 번호가 쓰여있다. 워낙 오랫동안 사용한 번호라 스팸 전화/문자의 성지가 되었다. 신종 사기 수법을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기 전부터 도/소매 관련 문의를 많이 받아온지라 엄마는 전화 응대에 나름의 방식이 있다. 스팸일까 내리깔고 받은 목소리를 문의전화에는 옥구슬 같이 맑은 목소리로 전환하는 재주가 있다.
목소리로만 추측해야 하지만 상대방의 말투나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 등을 미루어봤을 때 대부분의 전화 문의는 엄마와 비슷한 연령대다. 그래서 서로 오해 없이 즐겁게 소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친절한 상담에 감사한다는 후기도 종종 받는다.
얼마 전에는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고 처음 있는 당황스러운 문의가 있었다. 1년 전쯤 전화 상담을 하고 제품을 구매하셨던 분이었는데, 결혼 선물이라는 이야기에 보자기를 만들어 서비스로 넣어드렸던 기억이 난다. 그때 전화 상담을 했던 번호를 저장해두고 계셨다면서 다른 제품을 사고 싶다고 전화가 온 것이었다. 반가운 이야기였지만 대화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저번에 샀던 반짇고리가 무슨 장난감인 줄 알았다, 너무 작아서 쓰겠나, 예쁘긴 한데 좀 크게 만들 수 없나, 그보다 조금 더 크면 될 것 같은데 왜 안 되나 등등. 우리 제품은 내부 구조물이 목형 또는 금형으로 찍혀 나오기 때문에 맞춤으로 제작할 때도 원단이나 디테일은 변경할 수 있지만 크기를 바꿀 수는 없다. 이 내용을 안내했지만 계속 대화가 반복되면서 조금 오래 전화를 끊지 못했다고 한다.
강한 컴플레인이나 당황스러운 고객을 감사하게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다.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나도 머리를 굴려 봤지만 충분한 안내와 사과, 양해를 구한 이후에도 통화가 정리되지 않는 경우라면 우리도 같은 말을 반복하는 수 밖에는 없는 듯했다.
온라인 응대만 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우리 제품의 특성상 핸드폰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분들도 문의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0.1%의 확률로 오는 당황스러움을 소소한 에피소드로 넘겨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