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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 Feb 13. 2024

고독이란 무엇일까?

부처님 말씀에도 '나이 들수록 고독해져라'라는 말이 있다. 앞 시대 철학가들도 공통된 이야기를 했다. 타인과 관계하지 않고 혼자 있는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는 내용이다. 나는 그 누구보다 고독에 가까운 인생을 살아왔다. 히키코모리 생활도 길게 했으며 상처를 받을 것 같으면 먼저 관계를 정리해 버리는 방식으로 여러 집착과 관심들을 끊어왔다.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았을 때 찾아오는 허전함이 고독일까? 외로움이 고독일까? 내가 느낀 고독근 그들이 말하는 고귀한 고독과는 거리가 먼 듯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해 보니 나에게 고독이 이란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이었다. 외로움 후회됨 자책 미련 등이 나를 꽉 부여잡고 있었다. 거기서 탈피해 핸드폰을 보고 tv를 보고 책을 보고 글을 쓰고 읽고 하며 일시적 해방감을 맛보았고 나는 그것을 고독이라 착각하며 살아왔다. 아무하고도 관계하지 않는 삶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삶이 고독이라 정의했다. 하지만 저명한 철학가들이 말하는 신비스러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타인과의 관계 속 스트레스를 벗어나 혼자 있게 되면 자기 계발과 나의 커리어를 향해 더욱 내달릴 줄 알았는데 되래 무기력함에 빠졌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것일까? 나를 가로막는 건 역시나 감정이었다. 현재의 감정보다는 지나간 과거의 감정들이 나를 옭아맸다. 생각하면 고통스럽고 바뀌는 것도 없으니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미디어 세상에 빠지고 상상 속 우상을 만들어 그 속에 안주한다. 죽음이 있어야 삶이 있듯이 고독이 존재하려면 일단 이 사회와 관계 안에서 부딪혀봐야 한다. 나는 이 과정을 악이라 칭하고 머리로 이해한 천국에 도달하기를 원했다. 힘든 일을 겪지 않고 현실을 외면해서라도 머리로 깨달아 그들이 말하는 참된 고독에 들어가길 원했다. 하나 이중적인 감정들이 늘 나를 괴롭혔다. 아직 나이가 젊었기에 찾아오는 욕망과 해보지 않아 궁금한 일들이 한가득이었으며 또래 아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간절히 원했다. 이런 건 전부 고독으로 가기 위해선 쓸모없는 것들이라며 합리화해 왔지만 진정 그 경험을 해봐야만 참된 고독의 길이 나에게 손을 내밀 것 같다. 고독하게 되면 당연히 외로움도 찾아오고 불안함도 찾아온다. 이 감정들을 회피하기 위해 여러 방편을 세우면 평생 우리는 고독이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할 것이며 고독이란 쓸쓸한 것이구나 라는 저급한 추리밖에 못할 것이다. 고귀해지기 위해선 고단함을 겪어야 한다. 외롭고 우울하고 슬프고 후회되고 아픈 감정들을 온전히 받아내야 한다. 얼마나 힘든 일인가? 많은 사람들은 뭐 이미 지나 간 일인데 별 수 있겠어 라며 태연한 듯 말하지만 그 사람들 내면을 들여다보면 슬픔이 가득할 것이고 밀려오는 감정을 처리하는 과정이 굉장히 미숙할 것이다. 내가 수십 년 고독과 마주 앉아 너는 누구냐 질문을 해보았는데 혼자 지내는 게 고독의 전부는 절대 아니었다. 게임과 tv는 정말 일시적이었다. 되래 생각을 안 한다는 핑계로 미디어 중독에 시달리게 된다. 사람은 참 교묘하고 교활하기에 나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선 그럴듯한 논리를 만들어낸다. 딱 하나 산을 오르는 일이 내게는 고독이 무엇인지에 대한 가장 가까운 답이었다. 꼭 혼자 가야 한다. 집에선 그토록 불안하고 앞이 안 보이는 질문들이 산을 거닐며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새소리가 들렸다. 흙이 굴러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새소리에 중독되지도 않았고 듣기 좋은 자연의 합주는 머리를 맑게 해 주었다. 그로 인해 불안했던 감정들과 조금씩 마주할 수 있었고 조금씩 인정하게 되었다. 내가 교만했구나, 내가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나쁘게 말하면 좌절했지만 숲에선 묘하게 이 좌절을 토대로 새로운 의지가 치솟았다. 나도 해볼까 도전해 볼까 이런 걸 저런 걸 해보면 어떨까 길게 가진 못했지만 꽤나 생산적인 일들도 생각해 내고 내가 진정하고 싶은 것들이 무엇인지도 내가 밟아온 길을 통해 정리해 내는 시간을 조금 가졌다. 아직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아서 달팽이가 걸어가듯 더딘 속도지만 빠르게 머리로 이해하고 해석하고 분석하여 도달한 진리보다 훨씬 가슴 뛰고 기쁜 성취감이었다. 시간이 나면 종종 산을 오르는 일을 억지로라도 자주 해야겠다. 유명한 심리학자를 찾아가 많은 돈 내고 하는 상담보다 자연이 주는 평온함은 더 많은 값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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