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코로나와 함께 시작한 독일 생활
독일에 살다 보면 어렵지 않게 듣는 질문이 있다. 언제부터 독일에 살았어? 어느 도시에 있었는데? 뭐 했어? 그때마다 얘기한다. 2020년 2월에 왔고, 처음엔 워킹홀리데이로 왔어. 대학에 갈 생각도 있었는데 우선 이 나라가 나랑 잘 어울리는지 궁금해서 한 번 살아보고 싶었어. 그럼 이제 독일어를 할 줄 아는지 궁금해한다. 독어 화자에게는 'Ein bisschen?(조금?)'으로 대답을 시작한다. 독일어는 한국에서 B2까지 했고, 여기서도 작년에 계속 수업을 들었어. 집중 코스는 아니었지만 생활 독일어 정도는 할 수 있고, 영어가 아직은 더 편해.
벌써 독일에 온 지 2년이 되어간다. 오자마자 한 달도 안 되어서 락다운이 되었고, 그때만 하더라도 한국은 코로나 위험 국가라는 인식이 있어서 자체적으로 외출을 자제했다. 오랜 펜팔 친구가 기꺼이 자기의 방에 머물라며 초대해 줘서, 한동안은 그 방에 머물면서 독일식 아침 식사와 하이쭝만으로 겨울을 버티는 법을 배워야 했다. 친구는 내가 드디어 독일에 다시 왔는데, 놀러 가지도 못한다며 아쉬워했다. 그 원인이 아직도 해결되지 못할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 말이다.
한창 한 달 살기가 유행하던 때였다.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아무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나는 늘 학생이었고, 졸업 전에 입학이 결정된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나의 뒤에 있던 배경이 사라져 버린 기분이었다. 학교를 다닐 때는 늘 졸업을 바랐는데, 막상 졸업하고 나서는 할 일이 없으니 이게 백수라는 거구나 새삼스러웠다. 학교 다니면서 조금씩 모아둔 돈을 보니 한 달 살기를 해 보고픈 마음도 들었다.... 만, 아주 오래전부터 꿈꾸던 일을 시도해 볼 기회라고 생각했다. 한 달 살기가 아니라 일 년 살기로, 독일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그래도 대학을 졸업했는데, 알바라도 구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독일은 워홀도 가능하고 난 독일어도 아예 못 하는 건 아니니까 가서 카페 알바라도 하면 되지 않을까? (나는 한국에서도 카페 알바를 해 본 적이 없다.) 아니면, 처음부터 대학원 지원을 해서 가는 건 어떨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1년 비자 받고 지낼 수 있을 만큼만 지내다 오자. 그렇게 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을 알아 보게 됐다.
독일 워홀을 갈 거라는 내 말에 하루는 엄마가 가서 뭐 할 거냐고 진지하게 물어봤다. 1년 살아 보고 싶어서 간다고, 수중에 있는 돈을 다 쓰기 전에 알바를 구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냐고 했다. 그리고 사실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가서 한 번 보겠다고. 내가 공부를 할 수 있을지.
'공부하면 학비는 어쩌게?'
'글쎄. 학비는 별로 안 비싼데 생활비가 문제이지 않을까?'
엄마는 생각이 많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며칠 후에 다시 나를 불렀다. 학비는 대 줄 테니까, 공부를 하고 싶으면 할 수 있게끔 지원해 줄 테니까 일단 가 봐라. 그렇게 유학의 꿈을 품은 워홀이 시작됐고, 나는 아직까지 독일에 있다.
* 첫 번째 글은 엄마께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엄마가 좋아하는 초록색으로 발행해 봅니다.